1980년대 방송가를 석권한 바 있는 드라마 조선왕조실록의 작가인 신봉승 선생을 인터뷰한 기사가 보인다. 대담 중에 재미나는 부분이 있다. 근간 KBS의 역사대하드라마‘정도전’에 대한 인물평이다. 그는 조선 왕조 5백년 중에서 가장 진취적이며 지식인으로서는 최고 수준이었고 현존하고 있는 경복궁의 전각 이름이 몽땅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조선왕조의 개국1등공신임에도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운의 천재가 되고 만다. 인터뷰의 주인공 신봉승 선생은 이 부분에서“만일 정도전이 방석이 편에 서지 않고 이방원 편에 섰다면 본인은 물론 손자까지도 영의정을 지냈을 것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줄을 잘못 섰다. 아무리 지식이 있어도 줄을 잘못 서면 망한다.”라는 표현을 했다.
10년 넘게 함께하는 화분이 하나 있다. 그 해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의 어느 날 단골화원을 갔더니 나로선 알 수 없는 그윽한 향내가 화원전체를 감싼다. 무슨 향내냐고 물으니‘쟈스민’향내라며 안내 하는 곳으로 가보니 몇 송이의 꽃이 피었을 뿐인데도 그토록 향내가 진동한다. 만약 만개를 한다면 그 향내가 미루어 짐작이 갔었다.
바로 이 놈이다. 지금 11년 째 나와 함께 늙어가는 쟈스민 화분이다.
탐이 나는 관계로 가격을 물어보니 당시 가격으로 엄청 비싸다. 결국 흥정을 끝내고 집으로 고이 모셔와 거실 한 쪽 볕 바른 곳에 두고 조석으로 정성을 쏟은 결과 꽃이 만개를 했는데, 몇 송이 있을 때의 그윽한 그 향기가 아니라 코를 찌르고 두통까지 유발시킨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집안 식구들 모두가 그렇단다. 결국 거실에서 쫓겨나 현관 한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놈도 이제 늙어 꽃과 향이 별로 많지 않지만....) 사람이나 미물이나 하다못해 풀뿌리 한 포기라도‘유방백세(流芳百世),유취만년(遺臭萬年)’인 것이다. 살아가노라면 웅지를 품고 꽃다운 이름이 후세에 길이 전하는 것‘유방백세(流芳百世)’도 바람직하겠으나, 인간사 욕심이 너무 과하면 자칫 더러운 이름만 만대에 남기는 짓‘유취만년(遺臭萬年)’을 할까 두려운 것이다. 또 어찌 생각하면 과한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어귀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보통 사람도 이러할 진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야 일러 무엇 하겠는가?
현관으로 쫓겨난 쟈스민 화분
아이고! 참! ‘정도전’얘기였지. 신봉승 선생의 말씀에 이런 성어가 생각난다. 양금택목(良禽擇木)이라는 말이 있다. 슬기로운 새는 나무를 가려서 앉는다는 얘기다. 미물도 저 앉을 곳을 가려 앉는다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그 자리가 자신에게 합당한지 또는 자신이 모실 사람이 합당한 인물인지를 생각해보고 진퇴를 결정해야한다는 뜻일 게다. 출세욕에 눈이 어두워 대고말고 양지를 찾아 장심을 비벼대고 연줄을 놓아 한 자리 한다한들 권력은 언제나 유한(有限)하고 그 더러운 이름은 만년 동안을 세간에 떠돌 것이다.
고개를 돌려 다른 기사를 보니‘안철수’편에 섰다가 갑자기 멍청해 진 인사들의 얘기도 있다. 조선왕조 최고의 천재 중 하나인‘정도전’뿐이겠는가? 오늘의 사는 우리 중에도 줄 한 번 잘못서서 인생 終치는 인간들 많다. 어쩌면‘안철수’ 본인이 지금 그 지경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해 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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