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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避靜) - 정재학 詩選

작성자:

정재학

조회: 5444 등록일: 2014-08-04

피정(避靜)   <o:p></o:p>   <o:p></o:p>산머루가 익어가자, 산까치들부터 말벌이며 쉬파리떼까지 찾아오고 있었다. 머루를 심은 하우스 안에서 나는 그들로부터 산머루를 지키고 싶었다. 나 없는 동안 지켜달라고 허수아비도 세우고, 모기향도 피우면서 지켜봤지만, 그들도 보초를 세울 줄 알았고, 움직이지 않는 허수아비 정체를 파악하면서부터 산머루는 줄어들고 있었다.   <o:p></o:p>몇 광주리의 수확을 마치고, 하우스를 산까치들에게 맡기고 돌아왔다. 산까치는 더 이상 나를 노려보지 않았다. 나를 쫓아내던 목소리도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말벌도 내 주위를 윙윙거리지 않았다. 고요로움이 나를 찾아왔다. 그날 오후, 고요와 나는 둘이서 술 한 잔을 나누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가는가. 저쪽 하늘가에 양털구름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o:p></o:p>   <o:p></o:p> 시작노트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면서, 결국 싸우게 되더군요. 산까치와 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내가 거름을 주고 가지를 잘라주고 키웠으니까 여기까지는 내 것이고, 나머지는 네 것, 오케이?’ 산까치가 대답했습니다.“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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