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문학청년이라는 작가 최인호 선생께서 영면하셨다. 최인호 선생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쳤든 ‘별들의 고향’ 등 상업 소설만 쓴 줄 알지만 선생의 평생의 역작인
유림’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분의 책을 소개 할까 생각 했지만 다음호로 미루고 원래 계획 했든
책으로 할까 한다.
그동안 너무 무거운 주제의 책을 소개 했는데 이번에는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도 되었고 하니 좀 가벼운 책인 ‘아내가 결혼했다’를 소개해 본다.
읽은 지 오래되었는데 대략의 내용은 이렇다. 덕훈과 결혼한 인아는 주말 부부이다.
남편은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프로그램머인 인아는 주중에는 청주에 내려가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에 올라와 덕훈과 보낸다.
그러든 어느 날 인아는 남편 덕훈에게 다른 남자 즉 청주에서 만난 재경과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보통의 남자 같으면 이혼을 하든지 설득을 해서 둘이서만 살아야 하는데 덕훈은 그러지 않고
아내의 결혼을 허락한다. 전부를 잃기는 싫어 반이라도 붙들려는 지극히 타협적인 인간상이
그려진다. 이 장면에서 여성들은 덕훈의 이기적 휴머니스트에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인아는 덕훈과 재경 두 사람에게 완벽한 아내로서 뿐만 아니라 신정에는 덕훈의 시댁에
설날에는 재경의 시댁에 가는 등 며느리로서도 완벽하다. 두 남자에 대한 부부생활도 완벽하다. 그것을 물고 잠들었다는 다소 파격적인 장면도 나온다.
사실 ‘아내가 결혼했다’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글루미 썬데이(Gloomy Sunday)’라는
외국의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도 한 여자를 두 남자가 동시에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당신을 잃느니 반쪽이라도 갖겠어’한다.
내가 참석하든 북클럽에서도 먼저 읽어봤든 나의 제안으로 이 책이 선정 되었는데 그동안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했는데 이때는 신촌 '민들레 영토'에서 열렸다.
주관하는 모 여성 의원이 행사에 참석 했다가 늦어져서 우리 끼리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 되었다. 30여명의 참가자 중에 여성이 20여명이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기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다들 책 내용에 대해 저마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대반전이 일어난다.
기혼자들이 대부분인 여성들은 한결같이 ‘우리가 무슨 슈퍼우먼이냐? 하나 건사하는데도
힘들어 죽겠는데 뭔 두 남자를 건사하누?’였다. 아차! 작가가 남자였구나.
이 책은 순전히 남자를 위한 책이었구나.
그래서 소설 내내 남자들의 전유물인 축구 이야기가 나오고 인아는 두 남자에게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완벽한 여자였구나.
나중에 이 소설은 손예진 주연의 여성층을 타켓으로 한 여성영화로 만들어진다.
원래 소설에서는 마지막에 세 사람이 이민을 가는데 2층집을 구해서 한 남자는 1층에
살게 하고 다른 한 남자는 2층에 살게 하면서 문을 따로 쓰게 하고 인아는 내부 계단을
통해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면서 두 남자와 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내 아내도 동네 아줌마들과 이 영화를 보고 왔다고 했는데 마지막 그 장면은 없더라고 했다.
결국 작가는 ‘인아라는 여자를 내세워 우리 집 마누라는 나 하나도 건사를 못하나‘ 하는
질타 아닌가 한다.
물론 공개적으로는 독점적 사랑과 결혼제도를 비판하며 '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설파하지만.
세상의 아내들이여~ 며느리들이여~ 불쌍한 남편들을 어여삐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