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論客)은 무엇인가 - (8) 피 끓는 논객
논객들의 피는 일반인과 다르다. 논객들의 피는 일반인보다 뜨겁다. 심지어 어떤 논객들의 피는 부글부글 끓는다.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피 끓는 사람들은 논객이 된다. 논객넷에서 대표논객 간판 한번쯤 달았던 사람들은 거의 틀림없이 부글부글 끓는 피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자 주장하고, 대통령에게 개새끼라고 공개적으로 일갈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을까. 일반인들은 술자리에서 술힘을 빌어 대통령을 욕하고, 유튜버들은 후원금을 위하여 대통령을 욕할 수 있겠지만, 아무런 대가도 없는데, 그것도 고소장을 받을 각오를 하며, 그것도 수년에 걸쳐 초지일관 주장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논객"만이 유일할 것이다.
논객들이 게시판에 뛰쳐나온 이유는 성질들이 급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끓는 피를 가졌기에 남들처럼 앉아 있지 못하고 뛰쳐 나온 것이었고, 남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에 그들은 외치는 것이다. 끓는 피와 불같은 성미에 더하여 그들은 정치를 보는 혜안과 국가를 걱정하는 학식까지 갖추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논객이라 불렀다.
부글거리는 뜨거운 피, 급한 성미는 단점도 있었다. 국가를 위한 애국에는 장점이 되었으나, 그들이 스스로 만든 단체는 오래가질 못했다. 논객 단체는 수시로 밥상이 날라다니고 창문이 부셔지다가 지리멸렬 안개 속으로 사라져야 했다. 다만 논객들의 세상 수평선 저너머 어딘가에는, 논객넷이라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 비바람이라는 회장이 불같은 논객들을 다독이며 10여년간 깨지지 않는 단체가 있다는 소문이 전설처럼 들려올 뿐...
옛날에는 피끓는 논객들의 결투가 종종 있었다. 뜨거운 피끼리 누가 더 뜨거운가 경쟁이라도 하듯, 결투가 벌어지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재미있는 것이 싸움 구경, 분위기는 잔치집으로 바뀌었다. 온갖 기발한 육두문자를 만들어내며 싸우는 진흙탕 결투도 있었고, 안면 있는 고수끼리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지키며 논리를 휘날리는 싸움은 재미가 솔쏠했다.
요새는 논객끼리 결투가 없다. 보수우파의 세력이 줄어드는 것에 따라 논객도 줄어들고 독자도 줄어들었다. 싸워봐야 유리잔 속의 태풍이고, 알아 줄 이도 없으니 결투가 없다. 결정적으로는 대표논객에 대한 욕질을 가장 중한 벌칙을 내리는 논객넷의 정책이 결투를 발생시킬 여지를 아예 없애버렸다. 잘 된 정책인가, 못 된 정책인가.
대표논객에 대한 욕질 금지는 대표논객을 허약하게 만든 원인도 되었다. 새장 속의 새처럼 과보호된 대표논객이 독자에게 댓글로 비난인지 비판인지를 받게 되자 보따리를 싸고 줄행랑을 친 경우도 있었다. 잘못된 논조의 논객에 대해서는 논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장에게 징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면만 보면 대표논객 보호는 잘못된 정책일 수도 있다.
피끓는 논객들은 어디로 튈지 알수가 없다. 어디로 가지 말라는 신호등과 그 위반에 대한 강력한 벌칙과 규제가 없다면 논객들의 운동장은 서로 죽고 죽이는 혼란의 장이 발생할 수 있다. 많은 단체들이 그렇게 사라져 갔다. 그래서 논객넷 사거리 한쪽에는 빨간 신호등이 서있다. 신호등은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모든 희망을 버려라, 여기를 넘어서는 자들이여.
규제가 있다면 배려도 있고, 벌칙이 있다면 특권도 있다. 피 끓는 논객들은 성질머리에 맞게 마구 단어를 남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떠한 단어라도, 그 어떠한 표현이라도 논객넷에서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피 끓는 논객들에게, 가슴에 맺힌 단어를 마구 쏟아내고 싶어 가슴이 터질 듯한 논객들에게 이러한 자유는 그 어떤 상패보다도 훈장보다도 가치가 높은 것이다. (계속)
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