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에 가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닐까?
팔달령으로 향하는 관광버스는 24인승 버스였다. 운전기사와 관광안내원(정말 놀랍게도 오성홍기 게양식을 마치고 천안문을 출발한 후 북경시내를 가로지르기 시작하며, 이 여자 안내원은 팔달령에 도착하기 전까지 약 2시간을 수초도 쉬지 않고 시내의 요소부터 지나는 거리거리 역사적인 곳을 설명했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나와 S사장은 고역일 정도로....)을 빼면 모두 22명의 관광객은 나와 S사장을 빼고는 모두 중국인 이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거의 남쪽이나 지방 사람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사는 내가 지척에 있는 남산이나 고궁을 지금껏 두세 번 갔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가까이 있음에 등한히 하고, 오히려 멀리 있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것과 같은 이치 일게다. 비록 중국명언에 ‘부도장성비호한!(不到長城非好漢!) 즉, 장성에 가지 못하면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13억 인구 중 만리장성에 오른 중국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따라서 이 썰을 읽으시는 독제제현께서는 ‘부도장성비호한!(不到長城非好漢!)’이라는 중국식 명언을 염두에 두지 마시기 바란다. 우연히 기회가 있으면 모르되 남자가 되기 위해 애써 간다는 것은 좀 거시기하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만리장성 등정기 1부에서 밝혔지만, 순전히 호기심과 충동적인 생각으로 만리장성을 가기로 하고, 아내를 배신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러한 즉, 내가 만리장성을 오르기 위해 준비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갈 때 자동차를 이용할 것이고, 먼저 다녀온 선배(?)들의 얘기로는 케이블카로 목적지까지 오른다니 크게 신경도 쓰지 않았기에 간단한 점퍼의 평상복을 하고 관광버스에 몸을 맡긴 것이었다. 약 2시간을 그렇게 달려 팔달령에 도착하자 시간을 정해 주고 관광을 마친 뒤 그 시간까지 주차장으로 오라는 말을 뒤로 하고 개인출발로 각자 오르는 것이었다. 함께한 친구 S사장은 지난 11월경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북경의 추위를 맛보았기에 오리털 파카를 단단히 준비하고 왔지만, 나는 전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은 무모함과 무지함을 깨달아야 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칼바람은 오랜 친구인양 나를 반가이 맞았다. 한 겨울 산 속을 연상해 보시라. 순식간에 목은 자라목으로 칼라 깃을 파고들고 콧속은 알싸해지며 콧물과 눈물이 마구 쏟아진다. 더구나 나는 내의도 안 입는데...정말 춥다.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추위에 ‘아내를 배신한 벌을 이렇게 받는 구나’생각하니 쏟아지는 눈물 콧물은 회한(悔恨)과 반성의 눈물이려니...여보! 미안해! 이제부턴 절대 혼자 재미(?) 보지 않고 당신 팔짱 꼭 끼고 다닐 게..!!라며 저절로 충성의 맹세가 머리 속에 그려진다.^^*
죄와 벌은 계속 되다.
그래도 어쩌랴! 중간에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군중이 몰려 가는대로 쓸려 가노라면 케이블카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이용하여 등정을 하고 내려올 심산으로 발길을 재촉하는데,,,, 얼마를 가다보니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매표를 하고 있다. 나는 그게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매표소인 줄 알았다. 그러나 어디를 둘러보아도 케이블카는 없고,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탱크의 캐터필러 소리가 요란하다. 궁금한 마음이 가실 줄이 이시랴, 앞 사람에게 문의를 해 보니, 오! 하늘이여! 동절기엔 안전을 위해 케이블카를 운행 않고 다른 방법으로 오른단다. 다른 방법을 무어라고 설명하는데 솔직히 못 알아듣겠다. 좋다! 백문이불여일견! 기다리기로 했으나 좀체 줄은 줄어들지 않고 이제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기분이다. 대한남아의 기개는 잊은지 오래 이고, 웅크린 채로 겅중거리며 사시나무 떨듯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의 관광지처럼 사방에 기념품가게들이 빼곡히 있다. 문득 내 눈길이 한 곳에 멈춘다. 어릴 때 영화에 자주 보았던 중공군(中共軍) 방한모다. 옳다! 저거다. 체면이고 뭐고 없다. 그곳으로 뛰었다.
중공군(中共軍)이 되고도 보따리장사 생각^^*
여러 종류의 방한모가 있었지만 굳이 빨간 별이 한개 달린 중공군 방한모를 내 직업인 보따리장사 특유의 수완으로 싸게 사고 둘러보니 쓸만한 가죽장갑도 있다. 그것도 하나...방한모를 쓰고 장갑을 끼었지만, 추위를 멀리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순간 눈에 번쩍 뜨이는 것이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지? 죽으라는 법은 없다. 진짜 중공군 외투(?)인 방한복이 눈에 뜨인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 번 입고 누구를 주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는데, 빌려(임대) 준단다. 50위안을 디파짓 하고 반환하면 30위안을 리펀 시켜준다니 임차료가 20위안. 결국 갖고 튀어도 50위안짜리??? “어쭈구리! 생각보다는 싸고 품질이 괜찮은데...”하는 생각과 “이걸 몇 컨테이너 수입 해다 동대문(동대문을 생각하니 우리의 다정한 필우 ‘이나라님’이 연상됐다. 제발 금년에도 하시는 사업 더 잘 되시고 직원들 연봉도 많이 올려 주셨으면 한다.^^*) 시장에다 뿌려?”하는 직업의식이 발동한다.^^* 아서라 말어라! 내가 관광 왔지 장사하러 왔더냐? 본격적인 만리장성 등정 썰은 다음으로 미루자!!!
완벽하게 중공군 복장을 하고....
진짜 만리장성 경비와 함께.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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