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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중국의 양비론(兩非論)

작성자:

오대산

조회: 27137 등록일: 2013-04-11

의식구조 엿보기, 한국인은 대체로 '안되는 것도 되는 것처럼' '어려운 것도 쉬운 것처럼'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못하는 것도 할 수 있는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일본인은 '안되는 것인지 되는 것인지' '좋아하는 것인지 싫어하는 것인지' '찬성하는 것인지 반대하는 것인지' 명확한 말하기나 행동하지 않은 특성이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인의 행동 양식은 같은 듯 하면서도 또 다르다. 대체로 그들은 '되는 것도 안되는 것처럼' '쉬운 것도 어려운 것처럼' '있는 것도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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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속마음을 노출시켜 불필요한 오해를 사려하지 않으려는 일반적인 경향은 자칫 이중성이나 양비론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중국인들의 그런 마음도 그들이 즐겨 쓰는 '하오(好)'하는 표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가령 믿음에 바탕을 둔 '하오'일 때는 신뢰한다는 의미지만 신뢰가 결여되었다고 판단될 때 쓰는 '하오'는 ‘좋아, 어디 한번 두고보자’라는 식의 묘한 이중성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동안 ‘한국과 북한 어느 쪽도 편들지 않겠다’는 것이 중국의 공식입장이었지만 늘 결정적인 순간에는 양비론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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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반도문제. 4개국에 대한 네 마디 말'이란 제목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평론이 시선을 끌고 있다. 북한, 미국, 한국, 일본에 대해 톤을 높혔지만 면면을 뜯어보면 역시 양비론이다. 북한을 거론 “상황을 오판하지 마라” “조선에 특수한 국내사정이 있겠지만 그것은 조선의 내정일 뿐이다” “지난해부터 (한)반도의 긴장 악화에서 벗어날 수 없는 책임이 있다” “반도의 국면이 조선의 생각과 기대한 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점은 분명히 과거와는 거리감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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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이번 지적은 그동안 북한의 일방적인 위협과 긴장고조 행위에도 북한을 감싸고 돌았던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런민일보의 국제 시사 자매지 환추시보의 '그 원인이 무엇이든 조선이 너무 나갔다'는 제목의 사설이라든가 “평양은 핵무기에 지나치게 높은 희망을 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부분, “중국인의 조선에 대한 호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경고하고 있는 점도 종전과 다르다. 홍콩 펑황망의 '한반도 국면이 조선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평론도 그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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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는 "불난 곳에 기름을 붓지 마라" 한국에는 "(한국이 가장 피해본다는) 핵심을 잃지 마라" 일본에는 "남의 집에 불났을 때 강도짓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은 본질에 대한 본말이 전도된 양비론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논리상 '중국은 되고 한국과 미국과 일본은 안된다'는 발상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최근 김정은의 천방지축 일련의 행동이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명예를 훼손시키고 한반도의 긴장악화에 벗어날 수 없는 책임에는 중국의 방조한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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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그들은 체면(미엔쯔)을 중요시 한다. 그리고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서도 만만디, 처변불경(處變不驚)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정치 외교면에서 줄타기를 해 왔다. 중국의 외교전술의 바탕에는 과거 냉전시대 두 축 미소(美蘇)간의 중간을 선택한 모택동의 '중간지대(中間地帶)이론'이 있다. 그러고 보면 그들의 자존자대 심리의 중화사상도 가운데 '中'자의 암시처럼 그들만의 중간지대를 의미하는 중국의 또 다른 얼굴일 수도 있다. 당기관지 런민일보의 양비론 성격의 평론도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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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론은 서로 충돌하는 두 의견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말한다. “이 놈도 나쁘다. 저 놈도 나쁘다”처럼 양비론의 특징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쨌튼 결론이 나지 않으면 해결 방법도 없다. 우리는  중국의 이런 체면 우선의 양비론과 '하오'의 철학이 그들 대외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국은 선택해야 한다. 중국은 현대화 정책의 실현과 달성을 위해 국익우선을 지향한다면 현실적인 파트너가 누가 적합한지를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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