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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자유로운 나.

작성자:

탈존

조회: 2662 등록일: 2017-11-06

요즘 인터넷신문을 보노라면 빼어난 미모를 뽐내는 여자 연예인들이 가슴크기를 자랑하듯 아슬아슬한 경계까지 최대한 드러내고 무슨 화보라는 걸 찍는가 하면, 멋진 꽃미남들 또한 질소냐…….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한껏 자신의 매력을 자랑하기 바쁘다.
뭐, 짜리몽땅한 키에 두루 뭉실한 얼굴 하며, 그조차 추물醜物이 되기에는 부족했는지 베트남의 밀림에 다리 한쪽 냉큼 헌상獻上하고 돌아온 나 같은 사람이야, 비록 사진으로나마 돈 안들이고 공짜로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을 감상할 수 있으니 결코 손해 볼 일은 아니로되 한 때, 잘생긴 사람들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어서 쓴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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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 클럽이지만 고교에 진학하니까 글쎄,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은 비공식 클럽이 별난 게 다 있는데 폭력클럽이랄 수 있는 이글, 청룡, 협신 등등과, 공부하는 애들의 클럽으로는 청록, 그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에 드는 클럽이 추남클럽이었다.
재미있는 건 추남클럽이 추남들의 모임이라 그랬는지 청록이라는 클럽 멤버들과 대동소이할 만큼 우등생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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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신 있는 추남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는 기꺼이 그 클럽에 가입하려고 3학년 회장 선배를 면담했더니 하는 말씀이 이랬었다.
“네가 결코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워낙 험하게 살아서 그래 보일 뿐, 클럽에서 받아줄 만큼 추남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가입을 거절당한 셈이었다. 
나란 놈은 매사에 이쪽저쪽, 끼어들기 어려운 운명을 타고 난걸까. 생긴 것조차 미남도, 추남도 아니라는 선배의 평가에 어찌나 성질나던지.
하긴, 평생 살아온 내 삶이 도대체 인사이더였는지 아웃사이더였는지조차 쉽게 가릴 수 없으니 생겨먹은 외양外樣조차 이쪽도 저쪽도 아닌 대충 대충 생겨먹었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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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누군가.
“진정한 추남이란 외양만으로 가름할 수 없는 것. 나는 목욕도 세 달에 한 번밖에 하지 않는 사람이고 양말도 툭하면 짝짜기로 신고 나설 만큼 외양에 관심 없으니 나야말로 진정한 추남이다!”
이렇게 주장을 거듭하여 결국 추남클럽에 가입하고야 말았었다.
추남클럽 3년 간, 정말이지 재미있는 얘기가 많은데 따로 시간을 마련해서 떠들기로 하고, 오늘은 왜 추남이라 편한지를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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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부할 수 있는 시간, 책 읽을 수 있는 시간, 영화 볼 수 있는 시간, 뭐, 기타 등등의 시간을 넉넉하게 낼 수 있다.
이 나이되도록 면도하고 스킬로션조차 발라본 적 없는 얼굴에 외출을 하더라도 아무 옷이나 대충 걸치면 그것으로 오케이. 미남 미녀들이 치장하느라 써야 될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쓸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더구나 얼굴에 흠집이 좀 나더라도 어차피 별 볼 일 없는 얼굴, 흉터 좀 생긴다고 속상할 일조차 없으니 마음 편할밖에. 오죽하면 베트남에서 다리 한 족을 잃는 불구의 몸이 되었음에도 의족으로 만족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한평생을 살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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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괜찮은 건 사춘기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한 번쯤은 몸살을 앓기 마련인 여학생과의 관계가 전무全無해서 마음조릴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어차피 여학생의 인기 얻기 틀린 외양을 타고 났으니 아예 포기해 버린 마음이 편하더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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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누군가를 질투할 일 없어서 좋았었다.
잘생긴 사람이야 혹, 자기보다 더 잘 생긴 사람 만나면 질투감정이 올라올지 모르겠지만 못생긴 나야, 나보다 더 못생긴 사람 나타난다한들 차라리 회심會心의 미소를 지을지언정 질투감정 따위가 생길 리 없지 않은가.
이건 굳이 인격수양人格修養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추남으로 태어난 덕분에 저절로 얻어지는 불로소득이나 다름없다.
군에 입대하면서 해병대 위상을 높인다며 워낙 깔끔할 것을 요구하는 선배들 덕에 그나마 추남대열에서 벗어난 듯싶었지만 속내야 어디 가겠는가. 해병대라는 게 강도 높은 훈련 소화 잘 해내고 전투에 임하여 용감하기만 하면 최고로 치는 대신, 미남, 추남 따위 가려가며 대접하는 동네가 아니라서 그다지 기억나는 일화는 없지만 제대하면서부터 다시금 추남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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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못 생겨서 마음 편하기는 마찬가지. 예컨대 나에게는 헤어스타일이라는 게 따로 없다.
교교 때까지는 당시 학생들이 그러했듯 빡빡머리였었고 군대에서는 때가 되면 이발병이 알아서 해병대식 돌격형突擊形으로 밀어줬다.
사회에 나와서는……?
그게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스포츠가리로 왕창 밀었다가 머리감기 귀찮아질 만큼 장발長髮이 되면 다시 왕창 밀어버리고, 그러다 보니 이발소에는 3-4개월에 한 번 정도 들리는 편이니, 나 같은 추남들만 산다면 이발사 아저씨들 전업轉業해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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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자네도 그만하면 잘난 거야.’라고 말해준 선배가 있기는 하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였는데, 군대생활을 하면서 그 지지리도 가난했던 궁상을 어느 정도 벗어던진 대다가 제대 후 뒤늦게 대학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라도 한 덕에 굶주림에서 벗어난 시간이 제법 흘렀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짜리몽땅한 근본이야 어디 갔겠는가. 그 선배의 시력에 문제가 있거나 착각을 잘하는 분이었을 게 분명할 거다.
그러고 보니 그 선배님과 소주를 제법 마셨으니 술 취한 눈에는 추남도 예뻐 보였던 모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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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겨서 마음 편한 건 또 있다.
미남들처럼 여자 잘못 건드려서 패가망신할 염려가 없다는 거다.
우리 마누라가 어쩌자고 나 같은 추남에게 시집와서 평생 고생만 지지리 했는지 모르지만 여하간 평생 이성문제로 속 썩어 본 일 없으니 어찌 마음이 편치 않겠는가.
어쩌다가 추남 예찬론이 되고 말았지만 외모에 신경을 쓰나 마나 해서 종횡무진 멋대로 살아왔으니 그 또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삶이란 이래서 신비한 거라고 생각된다.
선남선녀들은 자신의 미모를 뽐내는 재미에 행복할 테고 추남추녀들은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한 세상 살아서 행복하고, 어떻게 살든 즐겁고 행복하게 살면 그것으로 잘 산 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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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코 추남으로 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
말하자면 종북세력들처럼 혹세무민으로 세력을 잡고자 하지 않으며, 거짓 왜곡선동으로 주위사람들이 잘못 판단할 빌미를 주지 않으며, 정치인들처럼 국물 따라 수시로 신조를 바꾸지 않는, 내 정신만은 그야말로 선남善男으로 살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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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여자가 젖이 크면 드러내고 싶어지는 건지, 미남이면 더욱 멋져 보이고 싶은 건지는 잘 생겨보지 못해서 알 길 없다.
그러나 잘생긴 사람들이라면 주름이 늘까, 피부가 거칠어질까 걱정하며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주름 잡힌 멋진 옷을 차려입느라 신경 쓰는 시간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못생긴 나는 오히려 잘 생긴 사람들의 그런 시간을 책 한 권이라도 더 읽고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하기위해 노력하며 내 마음을 정갈히 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는 거다.
그래서 한 줄 글을 쓰더라도 내 양심을 어기고 인기에 영합해본 적 없다.
비록 추남으로 태어났어도 되지도 않을 미남흉내 내느라 시간낭비, 정력낭비 할 게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 가능한 내 마음을 미남으로 가꾸면 그 또한 멋진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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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꼭 추남이라야만 정신적으로 잘난 건 아닌 모양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곳 논객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모든 분들이 바른 양심들을 지닌 것으로 보여서 흐뭇해지니 만큼 우리 회원들 모두가 정신적으로는 선남선녀들임에 틀림없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논객넷 회원님들을 모두 나처럼 추남인가?
그래서 논객넷 회원 여러분 중 미남회원에게는 이 글이 다소 못마땅하더라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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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 얼굴도 변하게 되어 있는지 이 나이되어서는 추남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지만, 외양이야 어찌 생겼든 내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이래서 하느님은 공평한 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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