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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아닌 인생은 없다.

작성자:

탈존

조회: 3088 등록일: 2017-11-15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나 아주머니들께서 가끔 인생상담(?)을 하러 오신다. 내가 보기에는 그 분들 모두가 훌륭한 분들임에도 왜 낙향한 보잘 것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오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하시는 말씀들 모두를 평가 없이 들어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이야기를 들어드릴 수록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사고하게 되어 있는 존재가 인간이기에 그 누가됐든 자기 생각이 모두 옳을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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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소설로 엮으면 어마어마하게 히트 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한다.
그 또한 자신의 인생이 장구할 수밖에 없고 그럴듯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신의 경험 이상을 알지 못하기에 그렇다. 말하자면 자신의 삶은 언제나 장구한 역사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들어주는 내 입장에서는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사람 누구나 경험하고 있고, 또는 겪어야할 우여곡절에 불과할 뿐이다.
  <o:p></o:p>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이나 주장이 각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나는 의족義足을 끼면 외양으로는 불구 티가 별로 나지 않는 편이다. 의족을 착용하면서 불구자로서는 어렵다는 등산으로 걷기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내 불구를 눈치 채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손가락 하나, 혹은 엄지발가락을 잃은 사람들이 내게 육신의 일부를 잃은 고통을 하소연하기도 한다. 옆에서 듣다 못 한 사람은 하소연하는 사람에게 다리를 잃은 내 처지를 설명하며 엄살떨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충고에 승복하지만 정작 나는 그 충고에 손뼉을 쳐줄 수 없는 기분이다.
  <o:p></o:p>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잃은 아픔이 다리 잃은 아픔보다 덜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니라고 본다.
상실의 아픔은 같은 것. 어느 차원이든 상실됐다는 점에서는 더하고 들하고가 없으리라는 것이 나의 확실한 생각이다.
손가락이 잘린 사람은 그 이상의 상실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자신의 경험범위 안에서 가장 아플 것이고, 다리를 잘린 사람은 그 역시 경험범위 안에서 아플 뿐이다.
  <o:p></o:p>
우리네 인생사도 그렇다.
내가 전쟁을 경험하고 생과 사를 오가는 전투를 겪었고 제법 그럴 듯한 직위에 있었다고 해서 남들보다 대단한 인생을 살았다?
그건 아니다.
나는 전쟁터보다 직장생활 할 때 더 힘겹고 어려웠었다.
승진시즌마다 라이벌동료들의 무기명투서로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기를 다반사. 너무나 지긋지긋해서 상사에게 청원까지 했었다.
‘진급을 포기할 터이니 인사고과 좀 나쁘게 평가해 달라.’
  <o:p></o:p>
글쎄, 나는 높아진다는 걸 그다지 선호했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높아질수록 그만큼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당연한 원리를 일찌감치 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누군가의 눈치를 더 크게 볼 수밖에 없는 높은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낮은 자리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고 할까.
대통령이라고 국민눈치 안 보는가. 전 세계 강대국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자리인 다음에야 고작 주위사람 눈치나 보면 되는 내가 훨씬 편한 삶을 살고 있지 않겠는가.
  <o:p></o:p>
비록 시골늙은이지만 그래도 내 인생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도 최고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터이고 그런 생각도 틀리지 않으니까.
나는 그저, 이웃과 다정하게 지내고 그 누군가가 나를 보고 싶어 해주기를 바랄뿐이다. 그에 더하여 소주 한 잔 함께 나눌 친구로 생각해주면 더 바랄나위 없을 것 같다.
그저 그 정도의 삶으로도 나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사람들의 삶은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단, 수많은 사람들을 김정은의 노예로 끌어들이는 빨갱이들의 삶은 빼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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