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죄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지난 2022년 대선 때 일이다. 록밴드 시나위 리더 신대철 씨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그 언론 기사에 제주에 사는 김모(51) 씨가 이런 댓글을 달았다. "양아치가 양아치 지지하는 게 기삿거리가 된다고?" 그러자 신대철은 경찰에 고솟장을 제출했고, 김모 씨는 1심과 2심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갔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진 것은 지난 28일이었다. 김모 씨가 받았던 모욕죄는 명예훼손죄가 안 되는 경미한 사안에 어쨌든 엮어보려고 들이대는 죄목이다. 김모 씨는 근 4년 6개월 동안 피고소인으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모 씨가 그 피해를 보상받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고소장 제출은 쉽고 무죄 판명은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법률 제도이다.
대한민국에는 명예훼손죄라는 것이 있다. 개인의 ‘명예’라는 것이 추상적인 것인 만큼 그 법률 적용도 애매하다.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거리다. 그러다 보니 좋은 변호사를 댈 수 있거나, 벌금을 가볍게 낼 수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체감적 처벌도 가볍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표적인 법률이 명예훼손죄이다.
대한민국의 명예훼손죄가 지랄맞은 것은 있는 사실을 적시해도 죄가 된다는 사실이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개 없다. 그래서 유엔에서도 우리나라에 수시로 폐지를 권고하는 것이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에 헌법소원 청구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고소가 쉽고, 고소해서 무죄가 된다 해도 무고죄에 걸리지 않다 보니, 걸핏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명예훼손 고소장을 남발하는 대표적 그룹이 정치인이다. 그것도 어떨 때는 한 번에 수백 장씩 무더기로 고소장을 보낸다. 자세히 보면 명예랄 것도 가진 것 없는 양아치 정치인들이 개인적 안위를 위해 명예훼손죄를 오남용하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명예훼손죄 고소장을 남발하는 정치인일수록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입에 달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에 입성하는 순간부터는 기득권이 되고 수구적 퇴물이 되어 자기를 비판하는 국민에게는 여지없이 고소장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명예훼손죄는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 경호법이 되고 말았다.
국민의 혈세를 받아 가는 공인(公人)에게 국민이 비판을 가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국민이 정치인에 대한 비판권을 사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민을 고소하는 정치인에게는 절대 표를 주지 않는 것이다. 명예훼손이 두려운 사람은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머슴이라더니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주인을 무는 견공들은 정치판에서 퇴출해야 한다. 개 짖는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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