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支援)’이라 쓰고 ‘조공(朝貢)’이라 읽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 30일 중국 우한 폐렴(코로나 19)과 관련 500만 달러(우리 돈 약 60억)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미 안면 보호구 약 5,000개, 라텍스 장갑 14만 켤레, 분무형 소독기 1,470대, 마스크·방호복·보호경 각 3만 개의 물품을 중국에 전달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와중에도 아직 전달하지 못한 지원금 250만 달러를 외교부 당국자가 지난달 28일 “중국에 (지원을) 약속한 금액 중 (미지급한) 절반(250만 달러)은 국제기구를 통해 조달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을 보면 사실인 모양이다.
잠시 화제를 바꿔보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이야기다. 영화 속 광해군이 편전(便殿)에서 주재하는 조회(朝會)에서 각 조 판서들이 명(明)나라에 보낼 조공(朝貢)을 진언하는 장면이다.
호조판서는 황실에 은자 4만5000냥, 놋그릇 70사, 공녀(貢女) 40명을 보내자고 하고, 예조판서는 사신에게 황금 한 관을 선물하고 문필가의 시를 표구하고 금장을 입혀 예를 표하자고 한다.
병조판서는 후금과 전쟁을 치르는 명나라에 기마 500두, 궁수 3,000명, 기병 1,000명을 포함해 2만 명 파병을 제안한다. 한 정승이 “2만 명이나 보내면 북방 경비가 소홀해질 수 있다”라고 걱정한다. 그러자 다른 정승은 “이 나라가 있는 것이 누구 덕이냐. 오랑캐와 싸우다 짓밟히는 한이 있더라도 사대(事大)의 예를 다해야 한다”라고 반박한다.
듣고 있던 광해군은 백성 2만 명이 오랑캐에게 짓밟혀도 좋다는 말에 발끈한다.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禮)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곱절 백 곱절은 더 소중하오.”
대한민국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뭇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통화하면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다. 코로나 대응에서 중국 측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500만 달러를 보내겠다고 약속하고 사대의 예(禮)를 다하겠다는 것인가?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언필칭 폭군으로 알려진 광해군도 국가관과 주체성을 엿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는 최근 비굴할 정도로 엎드리고 있는 문재인의 대중국 처신과 확연히 비교된다.
문재인 정권의 본질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왜 우한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라는 취지의 한 야당 의원 질문에 “(우한 코로나를 국내에 확산시킨 사람은)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답변했다. 한마디로 중국인 아닌 우리 국민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영화 속 광해군은 정승, 판서들의 사대 굴종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고함친다. “적당히 하시오, 적당히. 도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요. 명(明)이 그리도 좋으시면 나라를 통째 갖다 바치시든지. 부끄러운 줄 아시오.”
다시 현실이다. 지금 업적을 노려 야망 찬 계획을 세우기에는 여러 갈래에서 썩었다는 아우성, 귀에 젖은 난장(亂場)들이 너무나 어지럽다. 돌이켜보건대, 꼴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원인은 대체로 안에 있었던 것 같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진화(進化)하는 위정자들의 위선(僞善)이 그 중심에 서 있다. 묻는다, 시대정신을 외치며 시대를 한탄하고 조국을 저주하는 자들아, 시대와 조국을 위하여 너희들이 한 일은 무엇이냐?
특히 이번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드러난 것은 국정운영의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주고 있는 문재인의 민낯이다.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1차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정말이지 이게 나라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오만하고 독선적인 문재인 정권 출현은 대한민국과 국민의 불행이다. 그 연장선에서 프로파간다에 흔들리고 있는 이 땅은 아직도 많은 숙제를 안고 ‘되어가고 있는’ 나라이지, ‘된’ 나라가 아님을 인식하고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은 마스크 한 장을 구하려고 줄을 서며 아우성치는데, 이번 사태의 진원지임에도 은근히 대한민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중국에 5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지원? 웃기지 말라. ‘지원’이라 쓰고 ‘조공’이라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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