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무너졌다
교육감 직선제를 시행하고자 할 때,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전교조의 교육권력 장악에 대한 문제였다. 그들은 정치권력과 노조권력을 배경으로 성장한 집단이었다. 따라서 좌파 단일화만 이룬다면 사분오열로 찢어질 우파를 이기지 못할 까닭이 없었다.
교육감 선거에 정치권력이 작용할 거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선거의 주체적인 인물로 등장할 사람들이 바로 전교조라는 사실을 보수정치권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잦은 시국선언으로 이미 정치에 발을 디딘 무리들이었다.
공무원은 일반 국민들과는 다른 신분과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일반 국민이 갖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 일반화된 상식이었다. 공무원은 표현의 자유보다는 먼저 국가와 정부의 지시에 복종해야 할 복종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여년 전 전교조 시국선언이 문제가 되었을 때, 전주지법 김모 판사는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이들의 행위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고 이는 헌법이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시국선언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것임을 인정할 수 없어 시국선언 참여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건 재판의 쟁점은 전교조 시국선언이 정치활동금지(교원노조법 3조)와 복종의 의무(국가공무원법 57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교육기본법 6조1항)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이렇듯 사안이 명백함에도 김모판사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일반국민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버린 것이다. 대표적인 기교 사법(결론을 미리 내리고 거기에 논거를 짜 맞추는) 이었다.
그 김모 판사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한 병역거부자에게 형벌을 내리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는 등 전향적인 판단을 내놓았던 경력이 있는 자였다.
전교조가 처음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은 미디어법과 대운하 문제로 여야가 격돌하는 등 정국이 시끄러웠던 2009년 6월 18일이었다. 전교조는 미디어법 등의 추진 중단, 한반도 대운하와 자율형 사립고 설립 반대 등 정부의 국정 전반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소속 교사 1만7189명의 서명을 받아 발표했다.
이는 국민의 자격으로서가 아니라 전교조라는 특수신분을 지닌 단체의 행동이었다. 그러므로 분명한 정치적인 행동이었다.
이에 교과부는 즉각 "주도자·적극참여자는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공무원인 전교조 교사들에게 복종의 의무를 지시한 것이었다. 이렇게 교과부 징계방침이 내려졌어도, 전교조는 오히려 2차 시국선언(7월 19일)으로 대항해왔다.
2차 시국선언에는
▲1차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고발·징계 철회
▲특권층 위주 교육정책 중단
▲자율형 사립고 등 경쟁 만능 학교정책 중단
등의 요구가 들어 있었고, 1차 선언 때보다 1만 명 이상 늘어난 2만8635명의 교사가 서명했다. 전교조는 2차 시국선언 명단을 동영상 파일로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렸을 정도로 상급기관인 교과부에 정면으로 대항해왔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좌파성향의 판사들로 인해 이들은 면죄부를 받았고, 이제부터 교단은 순수 교육의 열정이 타오르는 곳이 아니라, 좌파 이념의 정치화가 가속될 것이 분명했다.
이에 당시 교과부 학교자율화추진관은 "이 집단서명을 기획하고 실행함으로써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려 한 사람들인데 무죄 판결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교사들의 '정치행위'가 금지되지 않으면 학교 현장의 교육은 무너질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도 "교육 현장이 황폐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은 분명한 위법행위이다. 더구나 실정법을 뒤집는 판결은 더욱 문제가 있다.
그들이 무죄라면 앞으로 정치적인 사안이 있을 때마다 교사들이 단체로 의사를 표현하는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말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좌파 성향의 판사들로 인해 이미 무너졌다.
그리고 그들은 선거판에 뛰어들어 교육권력을 장악했다. 그리하여 교육정책은 국가적 차원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지방 교육권력에 의해 독립 분산되었다. 그리고 인권만을 강조하는 좌파 이념적인 문제에만 관심을 두는 교육이 되고 말았다.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개입을 막아야 한다. 더구나 지금 고교3년까지 투표권이 주어진 상태다. 전교조가 이 좋은 기회를 가만 놔두겠는가.
막아야 한다. 좌든 우든 싸우는 것은 어른들의 문제로 끝나야 한다. 미래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을 이기고 산업독립을 위해서는 이념보다는 과학기술교육에 전념해야 할 때가 아닌가.
2020.1. 27일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