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인간형성의 과정이다. 민주주의 사회가 가치 체계의 다양성을 허용하지만 교육은 어떤 형식으로든지 선택된 가치 혹은 가치 체계와 더불어 이루워질 수밖에 없다. 그 가치 선택의 행위는 교육의 개념, 목적, 내용, 방법, 제도 등의 설정 혹은 계획의 전반 과정에서 어느 측면이든 자리 잡게 된다. 이 가치의 선택의 행위는 그것이 공교육 제도의 윤리과정에서 있는 것이라면 더욱 도덕적 긴장을 요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떤 가치 혹은 가치 체계의 선택은 바로 다른 가치나 가치 체계를 배척하는 것이 되므로 선택과 배척은 도덕적 책임을 수반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바꿔말하면 교육자가 가지고 있는 교육력, 즉 학생의 신념과 능력과 행동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는 그만큼 도덕적 문제를 가진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교육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여기에는 뒷받침 하는 증거가 확실해야 한다. 교육에서 더 중요시하는 것이 있고, 덜 중요시하는 것도 있다. 또한 교육에서 허용되는 것이 있고, 거부하는 것이 있으며, 기르려고 하는 것이 있고, 없애려고 하는 것이 있다. 이 과정에서 언제나 이러한 교육적 가치의 선택에 관련된 도덕적인 문제가 따른다. 즉 교육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비록 세계관이나 이데올로기에 독립된 경우에도 도덕적인 문제는 나타난다. 그래서 현장에서 증거 없는 것을 증거가 있는 양 가르친다든가, 증거의 정도가 보잘 것 없는 것인데도 대단한 증거가 있는 양 가르친다면 이는 도덕적 문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학자들이 “의도적 교육은 결코 도덕적으로 중립적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제주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이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하기 위해 일으킨 무장폭동에서 반란으로 전환된 사건이며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쌍방에 의해 많은 양민들이 피해를 당했다. 그런데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제주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줌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한 다음, 이와 관련해 발생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인권신장, 민주발전, 국민화합을 기하는 순서로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당연히 성격 규정으로 옥석(玉石)구분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4.3특별법에는 4.3자료를 공개하면 엄벌하도록 규정하여 비밀주의를 택하고 있다. 4.3사건진상보고서(정부보고서)에 나타난 것처럼 4.3이 무장봉기라면 그 주동자나 적극 가담자를 찾아내서 그 공적을 공개 현창(顯彰)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작금의 4.3사건 접근법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지나치게 왜곡되고 좌편향된 교육 내용과 관련이 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자료를 발굴하여 후손들에게 널리 알려 현창해야 하는 것처럼, 4.3이 민중항쟁이나 민중봉기라면 비밀규정을 취소하라고 주장해야 맞는데 항쟁론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이는 4.3주동자가 자행한 행위는 무장봉기가 아니고 감추고 싶은 사실이며 대한민국에 대해 정정당당하진 못함을 반증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여기에 대해 누군가는 답변하고 설명해야 한다.
누군가는 바로 교육의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몫일 수도 있고, 그 교사의 교육방향을 기획하고 이끌 교육정책자의 몫일 수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보자. 현재 제주도 교육정책과 방향을 이끌고 있는 이석문 교육감은 교육의원 시절 “교육감은 4.3평화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하고, 학교장도 학교의 교육여건에 적합한 범위에서 4.3평화교육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적극 협조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 이른바 ‘4.3평화교육 활성화 조례안'을 발의한 바 있다. 실제로 교육감에 당선된 후 교사들에게 '제주4.3은 통일조국건설운동'이라고 교육지침서를 하달하는 등 ‘제주특별자치도 각급 학교의 4․3평화교육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발빠르게 교직원 대상으로 연수 프로그램 계획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접근 방향이다. 누가 전교조 출신이 아니라 할까 봐 이 교육감은 4.3사건과 관련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개인이나 단체를 향해 “분열만 일으키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내 생각만 옳다”라는 위험천만한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H.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교육감 선거 당선 직후 “오직 아이들을 위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든든한 교육감이 되겠다”라고 당선 소감에서 밝혔듯이 평소 참교육의 본질에 고민했던 교사 출신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4.3사건 접근성에는 유달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서 안타깝다.
결국, 의도된 교육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듯이 4.3사건의 경우도 지금처럼 정치적인 접근법은 결코 해원(解寃)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최근 전교조가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교실의 문제를 정치 쟁점화시키는 과정에서 합리적 판단과 균형감각을 상실해 도덕성을 비판받고 있기 때문이다. 4.3평화교육 정책도 성격 규명과 옥석 구분의 절차와 과정을 생략, 무시하고 입맛대로 민중항쟁론으로 왜곡시킨다면 교사를 통해 왜곡된 4.3역사틀짓기를 가속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에 있어서 어떤 개혁도 그 개혁의 방향감을 만족시키는 자질을 가진 교육자를 확보하지 않는 한 미완성일 뿐이다. 제주4.3사건 발발 70년, 교육자 스스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