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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의미를 일깨우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탈존 영화

작성자:

탈존

조회: 5856 등록일: 2017-11-12

나는 S·F영화를 좋아한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S·F영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감독의 'E·T'가 외계인을 선량한 종족으로 설정한 대표적인 영화라면 리들리 스콧ridley scott감독의 ‘에이리언Alien’은 포악한 외계 생물체를 다룬 영화다.
앞의 두 영화가 외계인들을 소재로 만든 S·F영화의 걸작傑作이라면 이번에 소개하는 ‘블레이드러너’는 복제인간複製人間을 소재로 생명이라는 주제를 다룬 보기 드문 걸작이다.
이 영화 역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고 보면 그는 S·F와 사극, 현대극을 망라하여 탁월한 연출력을 과시하는 영화작가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휴머니즘을 강조한다. 이 영화의 주제를 단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생명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인조인간들의 치열한 생의 욕구를 리얼리티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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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19년의 로스앤젤레스가 무대다.
핵전쟁으로 불모지가 되어버린 지구는 태양을 거의 볼 수 없는 어두운 세계로 변한다. 끊임없이 내리는 산성비 속에서 대기오염과 인구과밀로 거리마다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라는 광고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3-400층 빌딩 사이로 경찰순찰차가 날아다니는 지구에는 거대 자본가들과 가난한 소외계층만 남아있는 폐허에 다름 아니다.
경찰에서는 외계임무를 맡았던 복제인간複製人間 4명이 우주선을 탈취하여 지구로 잠입해 들어왔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이들은 4년으로 설계된 수명이 얼마 남지 않게 되자 자신들을 설계한 타이렐사의 회장을 만나 수명연장을 꾀하기 위해 지구로 잠입한 것이다.
그들을 수사하던 형사가 오히려 그들에게 피살되자 형사반장은 이미 은퇴한 블레이드러너로 불리는 ‘데커드Harrison Ford 扮’에게 강제로 사건을 떠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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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바벨탑Babel塔의 유혹을 버릴 수 없는가. 
21세기 초에 ‘타이렐사’에서 생산한 진보된 복제인간 ‘넥서스6’은 우수한 체력과 민첩성에 지능을 갖추도록 유전공학자들이 만든 제품이다. 이들은 우주개척지의 노동, 위험이 따르는 탐사, 행성의 식민지 개척에 쓰였다. 이들이 개척지에서 무서운 반란을 일으킨 이후로 지구출입이 금지되었고 발견되는 즉시 사살되었다.
넥서스6 제품 중 전투용 ‘레티’와 암살용 ‘조라’, 위안용 ‘프리스’, 개척용‘네온’ 등 4명이 우주선을 탈취하여 지구의 타이렐사로 잠입한다.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수사하던 형사가 피살되자 형사반장은 이미 은퇴隱退한 데커드에게 억지로 이들을 찾아 사살하라고 명령한다.
복제인간 신제품을 개발하자 그를 가려낼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타이렐사를 방문한 데커드에게 타이렐 회장은 자신의 여비서 ‘레이첼’을 시험하라고 권한다.
“복제인간이로군요. 본인도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모릅니까?”
“오늘 검사를 받았으니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했겠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죠?”
“인간보다 인간답게, 우리의 목표지. 복제품의 문제점은 감정의 경력이 없다는 거지. 그들을 잘 다루려면 기억을 만들어 줘야 하거든.”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은 신의 영역까지 침범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복제인간을 생산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것보다 더욱 우수한 복제품을 만드는데 관심 있는 시대다. 사람은 물론 동물에 이르기까지 유전자조작으로 만들어진 복제품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다. 더구나 우수한 제품일수록 자신이 복제품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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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억記憶을 나라고 생각한다.
복제인간들은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주입된 기억이 스스로 그렇게 인식하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이건 복제인간들의 비극이다.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를 확인하려고 데커드의 아파트로 찾아온 레이첼이 이를 대변한다.
“나는 어머니도 있어요. 이 사진을 보세요.”
“입력된 거야. 어렸을 때 의사놀이 하던 것 기억나지? 창밖의 거미가 알을 까던 기억은? 모두가 타이렐 회장 조카의 기억일 뿐이야.”
자신이 복제인간이란 사실을 확인하게 된 레이첼은 절망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입력된 기억은 그녀의 성품을 인간답게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테커드의 목을 조르는 레온을 총을 쏘아 죽임으로써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밝힌 자를 구해준 것이다.
목숨을 건진 데커드는 레이첼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지칠 데로 지쳐 잠든 데커드의 귀에 감미로운 음악이 들려온다. 레이첼이 피아노를 연주했던 것이다. 잠에서 깬 데커드는 레이첼에게 사랑을 느끼며 새로운 기억을 주입한다.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 제가 도망가면 추격해서 죽일 건가요?”
“아니. 생명의 은인을 죽이진 않아. 그러나 누군가는 당신을 추적하겠지.”
“내 기록 봤겠죠? 제 수명은 얼마나 되요?”
“몰라. 키스해 줘.”
“안돼요.”
“나를 원한다고 말해.”
“당신을 원해요.”
결국 데커드는 레이첼에게 사랑의 감정과 느낌의 기억을 입력시킴으로써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
전투용 복제인간 레티와 위안용 프리스 역시 사랑하는 사이다. 과연 사랑 역시 기억이라는 것일까. 레이첼에게 자신을 사랑하도록 기억을 입력하는 장면은 참으로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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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까지도 지니게 되는 복제인간의 고뇌와 갈등에서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애정, 증오, 질투까지 느끼는 복제 인간들에게도 삶에 대한 집념은 있다.
4년으로 제한된 생명을 연장하려고 타이렐 회장을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금지지역 지구로 잠입한 레티 일행 중 두 명은 집요하게 뒤쫓는 데커드에게 제거 당한다.
레티와 그의 애인 프리스는 타이렐 회장과 절친한 세바스찬을 유혹한다. 마침내 세바스찬을 협박하여 타이렐 회장과 대면하게 된 레티는 자신들의 생명연장을 간청한다.
“창조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군요. 당신이 만든 물건을 고쳐주시오.”
“수리가 필요 해?”
“죽음! 더 살게 해줘요. 아버지!”
더 살게 해달라는 레티의 표정이 너무나 절실하다.
이 장면에서 아연해지고 만다.
인간이 만든 복제인간에게도 영혼이 있을까? 과연 삶의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기억이 욕구를 만드는가. 아니면 영혼이 삶의 욕구를 만드는가.
레티가 세바스찬의 집에 프리스를 놔두고 타이렐 회장에게 간 사이 데커드에게 제거된다.
때맞춰 세바스찬의 집으로 돌아온 레티는 데커드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결국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궁지로 몰아넣는다. 삼백 층 옥상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데커드에게 하는 말이다.
“긁지 못하는 가려움보다 더러운 건 없지. 공포 속에 사는 기분이 어때?”
결국 힘이 다하여 추락하는 데커드를 구하는 레티의 심리적 변화가 놀랍게 다가온다.
“난 네가 상상도 못할 것들을 봐왔어. 오리온 전쟁에 참가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그 기억이 모두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숨을 거둔 레티를 바라보는 데커드에게 깨달음이 인다.
복제인간 역시 생명을 지닌 생명체였던 것이다. 그래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았기에 자신을 제거하려던 데커드를 구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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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요에 따라 신을 죽이기도 하는 것일까.
레티가 더 살게 해달라고 간청했을 때 타이렐 회장이 했던 말이 이렇다.
“네 생명은 설계할 때 정해졌어. 이제 와서 유전자를 바꾸는 건 불가능해.”
“왜 안 되죠?”
“수명壽命과 관련된 모든 신체기능이 4년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지. 24시간 후부터는 모든 세포가 노화하기 시작하여 그 기능이 약화되고 일전시간이 지나면 죽게 되는 거지.”
“살고 싶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해.”
생명연장을 위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레티의 처절한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타이렐 회장의 답변은 지독하게 냉정하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레티는 자신을 창조한 타이렐 회장의 목을 졸라 죽인다.
인조 뱀으로 공연하며 타이렐 회장과 만날 날을 기다리는 암살용 복제인간 ‘조라’는 자신을 추적해온 데커드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도리어 그에게 제거 당한다.
조라가 제거 당하는 장면을 본 조라의 동료 네온이 압도적인 체력으로 데커드를 죽음직전으로 몰다가 때마침 나타난 레이첼의 총에 맞아 죽는다. 
레티가 타이렐 회장을 죽이는 장면과 조라와 네온이 데커드를 죽이려는 장면들에서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다.
레티와 타이렐 회장과 우리와 신과의 관계가 혹, 이와 흡사한 것은 아닐까. 인간이 진화한다는 개념은 갈수록 질 좋은 복제인간을 생산한다는 것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틀릴까. 인간 역시 레티처럼 수없이 많은 신을 살해해 왔던 것은 아닐까.
인간은 복제인간들에게는 창조주의 영역에 있는 존재들이다. 비록 자신들을 죽이려는 데커드라 할지라도 신의 영역에 속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살의를 품었던 조라와 네온처럼 우리 인간들도 신을 물리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살의를 품을 수 있을까. 리들리 스콧 감독은 관객들이 이런 장면들에서 어떤 상상을 해주길 바란 것일까.
데커드를 감시하던 형사가 레이첼을 죽이려고 데커드의 아파트로 침투했으나 죽이지 않고 돌아가면서 자신이 다녀갔음을 종이학으로 암시해 주었다. 레이첼과 함께 도주하는 데커드와 그녀를 살려준 형사의 마음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참모습을 알아 차리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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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적으로도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타워즈’와 더불어 3대 S·F영화로 인정받는 ‘블레이드러너’도 처음 상영되었던 1982년 당시 영화 ‘ET’에 가려져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던 비운의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도 흥행 실패를 우려해서 상영을 포기했었으니 80년대 관객들에게는 재미없게 느껴지는 영화였던 가 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될 만큼 무겁고 설득력 있는 주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많은 마니아가 만들어졌다.
특히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 미래의 사회상이 이채롭다.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라는 광고가 주류를 이루는 지구에 소외계층이거나 거부들만 남아있는 상황과, 주로 일본여인이 등장하는 광고와 사건이 전개되는 지역이 LA 차이나타운이라는 점을 간과看過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 나타나는 미래의 건축양식과 실내디자인이 건축마니아들에게 주목받고 있는가 하면 등장인물들의 의상에서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발견하게 되는,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앙상블을 이루는 영상을 창조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무거운 주제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도대체 우리가 진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존재는 무엇일가? 복제인간이란 무엇인가? 아니, 무엇이 인간성을 만드는 것일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속성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인간의 체험, 기억이라는 것일까.
블레이드러너는 하느님이 창조했다는 우주와 지구, 그리고 모든 생물체들에 대한 섭리와 본질을 심도深度있게 성찰하게 해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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