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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자만의 리더십 그리고 참혹.

작성자:

산동거사

조회: 8584 등록일: 2014-08-06

옛날 옛적에:

고대팔척진두로(高臺八尺盡頭顱):팔 척의 백기대가 모두가 두골이니 
하지구구만골고(何止區區萬骨枯):장수가 공을 이루려면 일만 명의 뼈가 뒹굴고 
시석무정연투승(矢石無情緣鬪勝);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 화살과 돌에는 사정이 없다지만 
가련항졸유하고(可憐降卒有何辜):항복한 군사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전국시대의 조(趙)나라는 7웅으로 불리었지만 그다지 센 나라는 아니었다. 다만 저 유명한 인상여라는 재상과 염파라는 장수가 있어 겨우 나라를 지탱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인상여는 병이 들어 오늘 내일 하는 형편이었고 염파는 진(秦)나라와의 전쟁으로 전장에 나가 있었다. 강군의 진나라였지만 명장 염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염파는 불리한 전장 속에서도 굳게 방어만 할 뿐 나가지를 않았다. 전장이 답보상태에 머물 때 진군(秦軍)에서는 한 가지 꾀를 낸다. “진나라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조괄(趙括)이 대장군이 되는 일뿐이다.”라는 마타도어를 펼친 것이다.
 

이름을 조괄(趙括)이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명장 염파와 쌍벽을 이루는 조사(趙奢)라는 장수였다. 그는 군문에 있을 때 많은 공을 세워 나라에서 상을 주면 군사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집에 가져가는 일이 없었다. 또 일단 왕명을 받은 이후론 군중에서 숙식을 하면서 한 번도 집안일에 대해 물어 본 적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군사들과 기쁨과 괴로움을 함께 했으며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아랫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뒤 결정을 내려 전장에 나아가면 반드시 이기고 돌아왔다.
 

조괄 역시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병서나 육도삼략 따위의 책자를 보며 군사(軍事)에 관한 것들을 열심히 익혔으나, 아비만한 장재(將材)는 아니었다. 병법을 수박겉핥기식으로 익혔음에도 아비의 후광을 입어 허명(虛名)이 컷 던지라 제법 출세를 하여 군고위층으로 행세하며 거들먹거리며'병법에 관한한 우리나라에서 나만한 사람이 없다'라며 자만하게 되었다. 사실 아버지 되는 조사는, 자식 조괄의 그릇 됨됨이를 이미 알고 죽기 전 아내와 조괄 본인에게 유언하기를'너는 결단코 조나라의 장수가 될 인물이 아니니 장수가 되지 말라'라며 숨을 거두었지만, 결국 조나라 왕(孝成王)은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인상여와 여러 중신 그리고 조괄 어미까지 반대하는 것을 뿌리치고 진나라의 마타도어에 넘어가 염파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대신 그를 대장군에 봉하며 출전을 시킨다.
 

조괄이 전장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군령을 모두 바꾸고 장수를 모조리 교체했다. 이때 조괄과 맞선 진나라의 장수가 바로 백기(白起)였다. 거짓으로 달아나는 척하면서 조나라 군대의 식량 운송로를 끊고 조나라 군대를 둘로 나뉘게 했다. 병졸들의 마음은 조괄에게서 떠나갔다. 40여 일이 지나자 조나라 군사들은 굶어 죽어갔다. 조괄이 정예부대를 앞세우고 직접 싸우러 나갔지만 진나라 군사가 쏜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다. 조나라 군대는 싸움에서 지고 40만 명이 진나라에 항복했다. 진나라는 이들을 모두 하루 밤새 죽였다.(동서고금을 통하여 하루 저녁에 40만의 군사가 죽은 것은 그 때가 유일무이하다)
 

조나라가 이 싸움을 전후로 잃은 군사는 45만 명이나 됐고 결국 조나라는 망하고 만다. 그 하루 만에 죽인 조나라 병사들의 유골을 쌓은 것이 곧 진나라 장수 백기의 이름을 따서 백기대(白起臺)라고 하는 것이다. 위의 시는 훗날의 한 시인이 백기대의 슬픔과 잔혹함을 노래한 것이다. 중국 산서성 고평시 서남쪽 5k 쯤에 양곡현(楊谷縣)이라는 곳이 있고 그곳에는 백기대라는 유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참, 슬프고 기막힌 이야기:

이들이 투숙했던 펜션의 주인은 "한씨 일행이 떠나려 하길래 '위험하다'고 말렸으나 한씨가 시험 삼아 혼자 차를 타고 건너갔다가 돌아와서는 '괜찮다'며 일행을 태우고 갔다"고 진술 했다는 것이다.

 
나라가 발칵 뒤집힌 세월호 참사는 불과 몇 달 전의 얘기다.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유병언도 구원파도 아닌 우리 국민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안전 불감증’이다. 옛 선인들 말씀에‘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라’는 말씀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는 말씀일 게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지 오만과 자만이 가득한 사회가 되 버렸다. 아마도 철다리 시멘트다리로 변해서 두드릴 돌다리가 없어져 그런가 보다.
 

태풍 '나크리'로 물이 불어난 계곡의 보(洑) 위를 건너가던 승용차가 급류에 휩쓸리면서 탑승자 7명이 모두 숨졌다. 주인이 그렇게 말렸음에도 만용을 부리다가 차라리 저 혼자 죽었으면 그나마 애통이나 덜 할 텐데 마누라와 자식 그리고 누이와 조카, 조카의 친구까지 멸문지화를 입은 것이다. 
 

세상을 너무 돈 짝 만하게 보는 인간들이 많다. 하늘은 이런 인간들 절대 용납을 않는다. 그 옛날 조괄이 그렇고“참, 슬프고 기막힌 이야기의 주인공‘한씨’가 그렇다.” 오만과 자만이 어떤 참사를 초래하는지 위의 얘기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위의 두 얘기를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전 불감증이나 오만과 자만에 그치는 게 아니고 리더십의 부재로 연결 되는 것이다.
 
오만과 자만으로 뭉친 리더십의 결과: 

조괄은 부임을 하자마자 군령을 모두 바꾸고 장수를 모조리 교체하는 무리수를 둔다. 죽느냐 사느냐 치열한 전장에서 내용이나 상황도 제대로 모르거나 파악도 안된 장수를 교체한다는 것은 스스로 파멸을 자초한 것이다. 더구나 실력도 없이 오만과 자만으로 뭉친 놈인 경우에야 무슨 말을 더 할까.
 

7명의 가족이 몰살한 경우고 그렇다. 어떤 위기가 봉착하거나 다 달았을 때 누군가는 만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날 가족 중에 누구라도 한 사람 주인과 함께 말렸으면 어땠을까? 특히 민주국가는 다중(多衆)이 말리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펜션 주인은 위험하니 말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만이 가득한 그는 만류를 뿌리치고 강행을 한 것이다. 리더가 사려가 조금만 깊었더라면 그가 시험 삼아 한 번 다녀오는 사이에도 물길이 불어난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하는 것이다.
 

리더의 잘못된 판단이 크게는 나라를 망치기도 작게는 일가족의 몰살로 몰아가는 것이다. 7.30재. 보선에서 참패를 한 야당이 새로운 리더를 뽑았다. 새로운 리더의 행보를 지켜봐야 겠지만, 솔직히 어디 국회복사위원장만 들어야 할 얘기는 아니다.

댓글 : 2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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