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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가 없는 것이 세상의 섭리 아닌가?

작성자:

탈존

조회: 2598 등록일: 2018-01-01

나는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공기나 자연이 공짜라고 생각하기도 하는가보다.
나는 이 세상은 나타남의 세상이라고 생각해왔다.
무(無), 혹은 혼돈(混沌)으로부터 분기점이 갈리면서 상대성에 의해 나타난 것이 이 세상이라는 것이다. 상대성으로 나타났으니 그 상대성이 해소되면 사라질 세상이기는 하지만. 지금 말하는 상대성이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와는 전혀 다른 애기다.
뭐, 그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런 내 생각이 옳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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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조금 설명한다면, 무엇이든 나타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한데, 음양으로 나뉘든, 길고 짧은 것으로 구분되든, 멀고 가까운 것으로 분리하든, 깊고 얕은 것으로 나누든, 어떻든 조건이 부합되어야 나타나진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왜 공짜가 아니냐?
우리가 공기를 흡입할 때에도 조건은 있다. 살아있어야 하고 공기를 흡입할 수 있을 만큼 폐기능이 정상이어야 한다는 거다. 나의 폐기능이 정상이어야 숨을 쉴 수 있음도 일종의 조건이요, 대가를 치루는 것에 다름 아니다.
  <o:p></o:p>
물론 하느님은 그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러나 결코 공짜로 주신 것은 아니다.
굳이 짐승을 예로 들더라도 초식동물의 경우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결코 풀이 입에 들어오지 않는다. 육식동물 역시 스스로 사냥을 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공짜인가? 아니다. 이것 역시 삶의 조건이며 대가를 지불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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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역시 마찬가지다.
비가 지나치게 와서 장마가 지든, 태풍이 몰아치든 그저 비가오고 태풍이 올 뿐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거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들은 그 와중에 살아남기 위해 치산치수도 해야 하고 불가피할 때에는 피하기도 해야 한다. 대가를 지불하는 거다. 공짜가 아니라는 거다.
  <o:p></o:p>
우리는 보통 자신이 독립된 존재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공기며 산이며 들이 공짜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과연 그런가?
나는 베트남 전쟁에서 내가, 내가 아님을 실감했던 적이 있었다. 생사의 관념에서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치열한 전투 중에 불가피하게 와 닿았던 개념이다.
말하자면 자연과 나, 적과 나, 전우와 나, 그 모든 것들이 곧 나이며 내가 아니기도 했었다. 글쎄,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끈끈한 그 무엇인가로 연결되어 있는, 쉽게 말하면 그저 하나더라는 거다.
그 전투가 끝나고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느낌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내가 숨 쉬고 있음을 인식하기 힘겨웠으니까.
  <o:p></o:p>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세상은 원래 이것과 저것, 너와 나 등등으로 구분된 것이 아니라고. 하나였던 그 무엇이 나타나기 위해 기준점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 상대적인 음양이 생겼듯 이것과 저것, 너와 내가 인식된 것이라고.
그래서 근원으로는 옳고 그름이나 크고 작음이 없으되 나타나기 위해 음양이 생겼고 살기 위해 옳고 그름을 인식해야 한다고.
무엇을 하든, 무엇을 원하든 그에 따른 대가가 필요한 것은 이 세상이 나타남의 세상이기에, 나타남의 세상에서 경험하고 살아가는 존재들 역시 나타남의 기준점에 순응하지 않고는 육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그렇게 느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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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죽어 다시 그 무엇인가로 변화하기 전에는 옳고 그름이 없는 그 세상에 편입될 터인데, 나타남의 세상에서 육신을 지니고 사는 사람이 어찌하여 삶의 가장 근간이 되는 옳고 그름을 부정하겠는가.
아울러 나는 음양이 있어야 나타나지듯 옳고 그름이 있어야 현실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처도 현실을 부정하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다만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친 건 아닌지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 어느 성현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쳤을 뿐, 죽어서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았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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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이런 나의 느낌도 나만의 느낌일 뿐, 그다지 논리적으로 내세울 건 못된다. 다만 조건에 의해 나타난 세상이요, 어떤 인연에 의해 나라고 생각하는 오늘을 살고 있음에 최소한 이 세상에서만큼은 공짜라는 개념이 없으리라고 판단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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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가 뭔데?
나는 나라고 생각하는 기억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금생에 나라고 믿는 존재로 살고 있으니 이 순간의 옳고 그름이라는 개념에 충실 하는 것이 바른 삶이 아닐까 싶다는 거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장들을 이해하면서도 종북빨갱이들 만큼은 용납 못한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하긴 공짜가 있으면 뭐하고 없으면 어떻겠는가. 이처럼 떠드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인데. 요즘처럼 혼탁한 세상에서는 개새끼가 되는 게 현명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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