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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작성자:

탈존

조회: 3047 등록일: 2017-12-19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인종차별을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미국의 흑인과 황인종들에 대한 차별이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았던 적도 있었고 소위 백호주의라 해서 호주에서도 지독한 인종차별을 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글쎄, 중고교시절부터 함게 자란 친구들 대부분이 과거 미국의 노예제도를 비판했고 호주의 백호주의를 못마땅해 했지만 과연 우리들의 인종차별에 관한 수준은 어느 정도에 서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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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기준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14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내 전체인구의 3%에 해당하는 셈이니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인원은 아닌데, 지난 2005년 조사 때 53만 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에도 이제 글로벌시대가 가까이 왔다고 할 것인가.
하지만 문화적인 축면에서는 여전히 독선적인 국민이 우리나라 사람들인 것 같다. 수천 년간 단일민족의 명맥을 유지해 온 한국인들에게 피부 색깔과 언어가 다른 외국인은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배타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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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의 모임으로 BSSK라는 단체가 있다고 한다.
영어학원 강사, 대학 강사, 유학생 등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주축이 된 온라인상의 커뮤니티 공간인데, 약 2,000명에 가까운 국내 외국인이 회원으로 등록해 있고 회원 대부분이 유색 인종이라는 점이 특징이하고 한다.
이들 BSSK 회원 중 흑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흑인에 대한 한국인 호기심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불편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무릎에 올려놓은 가방을 뒤지지 않겠어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렸어요.”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여성흑인 강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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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세계역사를 가르쳤다는 다른 여성흑인도 역시 지하철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옆자리에 앉은 한국 남성이 느닷없이 저의 허벅지를 꼬집더니 ‘오, 몸집 좋은 미국여자(Big American Woman)’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어이가 없던 나머지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어요.” 
키 190cm가 넘는 아브라함 오예오우(29·남)씨는 마트에서 겪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어느 날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갔는데 자신을 본 어린 남자아이가 막 도망치다가 차에 치이는 사고를 목격했어요.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내가 백인이었다면 그 아이가 도망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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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라타샤 심즈(27·여)씨는 한국인의 공공연한 인종차별이 놀랍다고 밝혔다.
“학업을 하면서 파트타임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에 영어강사 일자리에 이력서를 보냈더니 흑인이라서 고용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어요. 미국에서는 이력서에 사진을 첨부하는 조건은 인권침해에 해당하지요.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고용하지 않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한국인 여자 친구에게 흑인 친구를 소개해 주고 함께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식사가 끝나고 흑인 친구가 돌아가자 한국인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에게 흑인치고는 사람이 착하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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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노예제도와 백인식당이 따로 있을 만큼 지독했던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흑인대통령까지 뽑을 만큼 국민들의 정서가 개선되었다.
호주에서도 최근에는 황인족까지 이민을 받아줄 만큼 달라졌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흑인을 비롯하여 동남아인들을 무시하고 때로는 인간 이하의 대접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말했듯 수천 년 간 단일민족으로 살아와서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신기하기만 해서? 경제력이 다소 약한 것으로 보이는 동남아 사람들이 우리보다 모자라게 보여서?
한국에 주둔한 미군 병사들의 분별없는 행동과 말이 저질스러워서?
하긴, 단일민족으로 살아 왔다지만 수 천 년 역사 중에 외세의 침략을 받고 식민지로 전락하는 등, 좋은 꼴을 보지 못한 민족이니 외국인들에 대한 인상이 좋기만 할 수는 없을 갓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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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에 걸맞은 다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이기적 성향을 보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나도 베트남에서 미해병들과 처음 만났을 때는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는 했었다.
하지만 만남이 거듭되면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우리보다 오히려 더 높은 질서의식을 지닌 것을 느끼기도 했었다. 백인, 흑인병사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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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베트남에서 미군들과의 잦은 접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첫 출장을 나갔을 때에는 우울증에 걸릴 만큼 문화충격을 받기도 했었지만 분명한 건 어느 인종이든 인간임에 틀림없고 우열 따위는 없더라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일본식민지 시절, 인본인은 1등 국민, 조선인은 2등 국민, 만주인은 3등 국민이라 구분했었고 그 구분에 따라 사회적인 대접이 달랐다는데, 이런 치욕적인 경험을 지닌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무례하고 동남아인들을 우습게 본다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뭐, 흑인들을 신기하게 보거나 동남아인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민족주의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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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국경의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는 세상이다.
유럽은 이미 경제적으로 한 나라로 통합되었고 신분증만으로 이웃나라를 드나들 수 있게 된지 오래다.
이등박문이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정책을 추진했었다지만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그런 식민지적 정책이 아닌, 모든 나라가 대등한 입장에서라면 아시아지역도 유럽처럼 통합되는 시대가 오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있겠는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남도 인정해줄 줄 아는 정서가 우리들에게 정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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