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이미지를 접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이미지가 모든 것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어떤 몰입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여나가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다. 그들은 자신을 열광하게 만드는 대상을 숭배한다. 그리고 자신과 소통할 줄 아는 상대나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대에게 열광한다. 이런 열광의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아는 세대이기에 상품이건 연예인이건 스포츠인이건 정치인이건 감성적으로 열광할 수 있는 대상을 좋아 한다.
이미지의 귀재 리히텐슈타인은 앤디 워홀, 올덴버그와 함께 1960년대 미국 팝아트의 대표적 작가다. 앤디 워홀이 마릴린 먼로 같은 대중문화 이미지를 변형해서 썼 듯 리히텐슈타인은 광고, 만화, 신문, 잡지에서 빼낸 이미지를 변형해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었다. 인쇄할 때 생긴 망점(網點)이 흉할 정도로 드러나도록 확대한 뒤에 캔버스 위에 유화 재료로 다시 그리는 화법(畵法)이다. 한때 우리사회 스캔들의 중심에 섰던 ‘행복한 눈물’은 리히텐슈타인의 절정기인 60년대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조국의 자부심에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는 정대세 때문에 대한민국 언론과 포털 그리고 누리꾼들이 며칠 동안 야단법석이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북한의 국가가 울려 퍼지자 월드컵 무대에 섯다는 자부심에 정대세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이 모습은 방송중계 카메라에 잡혀 전역으로 타전되었다. ‘눈물 흘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당시 누리꾼들은 입을 모아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져 관련 동영상을 되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민루니 정대세, 일본 TV아사히가 정대세에게 물었다. “일본에 살면서 국적은 한국인데 왜 북한 축구팀을 택했느냐”고.. 정대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조국이니까” 그의 어머니도 브라질전이 끝난 뒤 “오늘의 건투로 북조선에 대한 세계의 이미지도 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 6·25남침전쟁 이후 김일성과 김정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인민들을 이념과 우상화의 동량지재로 키어왔다. 따라서 정대세 신드롬에 대해 어떤 트랜드로 넘어가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괴리가 많아 보인다.
정대세의 성장과정을 보면 정대세의 의식구조가 보인다. 정대세는 조총련계 아이찌 조선학교 출신이다. 정대세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김일성 학교에 다닌 것을 두고 “조선학교에 다니면서 내 나라가 어디인지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배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념 세뇌교육의 아바타인 셈이다. 세뇌란 어떤 여건들을 통제해 지배자에 대한 무조건 적인 복종과 충성심을 키워,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특정한 사상을 주입하여 그에 대한 사상을 따르도록 뇌리에 주입 하는 일을 말한다.
요즘 정대세가 또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정대세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일을 존경한다”고 일본어로 말하는 동영상 때문이다. “김정일이 무슨 행동을 하든 모두 따를 것”이라고도 말하는 최근 동영상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정대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는 당연하게 되었다. 뒤에선 김정일을 찬양하고 한국 언론에선 ‘같은 조선민족’ 운운하며 여론공작으로 본질의 호도는 변명의 여지도 없다. 안보의식과 국가관을 허물 ‘우리민족끼리’ 무기로서 활용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대세는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가라. 당시 사회자가 “북한 주민의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서로 대화를 하고 이해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나는 관심이 없다.. 나는 북한 주민의 이야기를 억지로 들을 생각이 없다.. 나는 북한 주민의 문제에 개입할 어떤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라고 소 닭 보듯 언급한 대목에 이르면 기가막힐 뿐이다. 북한 대표팀으로 북한 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던 정대세가 정작 "북한 주민의 고통에 대해선 관심없다"고 말했다는 것은 김정일 찬양보다 더 큰 비난을 받을 만한 사안이다.
대한민국은 공산주의를 거부하고 건국된 나라다. 김일성은 공산주의 이념의 주체이며 대한민국 공공의 적 1호다. 정대세가 '세 개의 조국을 가졌다‘라는 이유만으로 김정일을 찬양하며 흘리는 눈물이 동정을 받을 수는 없는 이유다. 이념은 감수성으로 덮어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정대세는 김정일을 찬양한 사실이 공개된 이상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 커밍아웃이 전제되지 않은 한 그가 '행복한 눈물'을 흘릴 때 마다 대한민국은 불행해 질 수밖에 없다. 그 전제 없이는 정대세의 눈물 이미지는 위선이며 이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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