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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기억보다 깊은 뿌리

작성자:

최성령

조회: 7370 등록일: 2015-10-20

치매(癡呆)는 記憶이 소멸되어 인지장애(認知障碍)를 겪는 병이다. 그러나 어릴 적의 기억은 또렸히 하는 특징이 있다.그렇다.한참 뇌기능이 활발할 때의 기억은 아주 消滅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化石으로 남는다. 어릴 때 6.25동란으로 함경도에서 南下한 어느 中年男이교통사고로 死境을 헤매면서 헛소리를 하는데그 말씨가 고향 함경도 사투리였다고 한다.그는 평소에 함경도 사투리는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환지통(幻肢痛)이란 장애(障碍)가 있다. 어떤 婦人이 무섭다며 담당의사를 찾아왔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를 절단했는데 남편이 발가락이 가렵다며 부인에게 긁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인은 있는 발가락을 긁어 주었더니 남편은 없어져 버린 발가락을 긁어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예전부터 발가락 무좀으로 시달렸었다. 사람은 안 좋은 기억을 스스로 접으려고 노력한다.그리고 그 기억을 내면에 꽁꽁 숨겨 놓고 스스로 그것이 없어진 것으로 착각(錯覺)한다.이렇게 해서 홧병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소년 시절, 우리집에 尙州의 벽촌에서 온 가정부(당시는 食母) 누이가 있었다.그녀가 우리집에 온 첫날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그가 우리집 안방에 들어오자 아구구! 하면서 주저 앉는다.간신히 일어서더니 이번에는 무섭다며 구석으로 숨는다.마치 대낮에 鬼神이라도 본듯 하였다.그녀는 콩댐으로 길이 들어 윤기가 나는 장판을 본 적이 없다.자신의 시골집에서는 방에 멍석을 깔고서 살았다고 한다.그의 눈에 장판은 한겨울 미끄러운 얼음판으로 보였던 것이다.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둘러보니이번에는 장롱안에서 사람이 움직인다.그것은 장롱의 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란 것이다.그가 아는 거울은 손바닥 거울말고는 없었다.거울은 예전에 ‘색경’이라고 불렀다. 그녀가 나에게 말해준 은밀한 告白이 있다.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아버지는 주정뱅이에다가 노름꾼이었다.돈을 잃고 홧김에 술을 먹으면 餘地 없이 하는 일이 있다.어머니를 두들겨 패고 세간살이를 부수는 것이다.그녀는 이 세상에서 제일 미운 存在가 아버지였다.아버지가 차라리 죽어 없어지기를 바랬다고 한다.그런데 여기서 기 막힌 反轉이 이루어진다.동네 할머니가 위로한다며 아버지의 흉을 보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또래 친구들이 아버지를 욕하면 죽이고 싶었다.그렇게 끔찍히도 싫은 아버지인데도 말이다.아버지가 나는 밉지만 남이 흉을 보면 더 싫은 것이다.그러니까 사람의 기억에는 나는 否定하지만家族愛가 忘却으로 숨어 있다가 危機에 닥치면 튀어 나온다. 그녀는 갓난 아기 때 한국을 떠나 네델란드로 入養을 갔다.그곳에서 좋은 養부모를 만나 학교를 제대로 다녔고훌륭한 남편을 만나서 아이를 낳고 그런대로 행복하게 산다고 했다.그런데도 그녀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항상 허전함을 느낀다고 한다.그것을 아는 계기(契機)가 왔다.한국인 어느 記者가 그곳의 先進화 된 체육관을 取材차 왔다.그 소식을 접한 그녀는 애를 들쳐 업고 그곳으로 뛰었다.코리아에서 온 기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그녀는 韓國語를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한국인 기자를 만나자 그녀는 다그쳐 코리아에 대해서 물었다.코리아가 어떤 나라인가를...그녀는 기자가 움직이는 動線을 종종 따라다니며 울었다.내내 말은 못한채 울기만 했다고 한다.그녀의 망각에는 어쩔 수 없는同族 한국인의 DNA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내가 學窓 시절 下宿집 이야기 한토막이다.初老의 주인집 內外에게는 男高生 아들이 있었다.형과 누이들은 다 결혼하여 出家를 하고 그 녀석만 남았다.그런데 녀석이 어느날부터 부모에게 버럭버럭 대든다.그것을 보다 못한 하숙생들이 녀석을 나무랬다.녀석은 제 부모에게는 한 없이 無禮한데 하숙생 형들에게는 더 없이 良順했다.얼마를 있다가 녀석은 家出을 하여 부모를 버렸다.나중에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들은 하소연은 이랬다.녀석이 아주 어릴 적에 그의 엄마인 切親한 친구가 있었다. 기구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사정이 되지 못하자당분간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後日을 약속하며 떠났다.그것이 그 친구와의 마지막이 되었다.아이가 커서 就學연령이 되자 자식으로 入籍을 하고그때까지 키웠는데 별 탈이 없었다. 그런데 녀석이 누이로부터 事實을 알게 되었다.그러니까 누이가 한 순간 失手를 한 것이다.그 후로부터 녀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퍽 양순했던 아이가 突變하여 폭력성을 띄기 시작한 것이다.그렇게 얼마간 家族의 속을 썩히다가 家出하여 종적을 감춘다.아주머니는 낳아 준 엄마를 찾아 갔을 것이라고 믿는단다. 다만 情을 떼기가 어렵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망각에는 없는 줄로 알지만 뿌리가 살아 있다.植物은 메마르면 물의 냄새를 맡아 뿌리가 그곳으로 뻗는다.아프리카 平原의 짐승들도 乾期가 되면 물을 찾아 이동하는데 그것도 물의 냄새를 맡아서 그렇다고 한다.연어가 자신의 출생지로 와서 알을 낳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한다.珍島에 살던 진돗개가 팔려서 머나 먼 陸地로 왔는데그 놈이 脫出하여 몇 달만에 진도의 옛주인을 찾아와 話題가 되었다. 아마도 진도 바닷물 냄새의 기억으로 찾았으리라. 우리의 記憶은 컴퓨터가 발명되면서그 原理가 그것으로 잘 설명이 된다.어떤 파일을 삭제(削除)하면 영구히 없어진 것으로 안다.그러나 전문가는 그것을 復元한다.삭제된 파일은 存在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門이 닫긴 것이다.그 문만 기술적으로 열면 복구되어 나타난다.컴퓨터의 메모리 容量은 정해져 있으므로 불필요한 파일은 삭제하여 可用量을 유지시킨다. 그것은 저수지의 물을 가뭄에 대비하여 채워 놓는 것과 같다. 우리의 기억도 마찬가지다.온갖 생각을 기계적으로 다 기억을 한다면아마도 살아가기에 무척 불편할 것이다.그래서 잊을 건 잊고 사는 것이 賢明한 태도이다.그러나 그것이 아주 잊는 것은 아니다.催眠으로 기억을 살리는 것은 닫힌 문을 여는 작업이다. 늙으면 아이가 되는 것도 이 원리다.그것은 기억이 세월을 거꾸로 잊는 것이다.그것은 다 잊고 어릴 때만의 기억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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