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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떠나고 싶다

작성자:

비바람

조회: 3663 등록일: 2017-04-02

떠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떠나고 싶을 때 아무런 미련 없이 훌훌 털고훌쩍 떠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나도 그냥 훌쩍 떠나고 싶었다. 십수년 전부터, 해마다 봄이 오고 꽃이 피면사정없이 돌아가고 싶었다.그러나 1년만 더, 박근혜가 대통령만 되면,빨갱이를 때려잡고서, 4.3만 바로잡고 나서는,이런 저런 핑계로 떠나지 못한 게벌써 십 사년이 흘렀다.그 때, 떠나야지 하던 그 때에 유치원 다니던 아들 놈은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고교를 마치고 이제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러고보니 참으로 많은 세월을 컴퓨터 모니터에 코를 박고 살았구나.차라리 그 세월에 벽돌을 쌓았다면만리장성을 쌓았을 것이고,법전을 공부했더라면 판검사라도 하고도 남았을 것을. 아들아, 그 세월이 부질없구나.가족과의 단란한 저녁, 아니면 주말의 영화 구경,이런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컴퓨터에 코를 박고 십 사년을 살았는데이뤄놓은 것이 없구나, 남은 것이 없구나.별딱지 전과만 수두룩, 벌금만 수두룩.차리리 그 벌금으로 아내와 짜장면이라도 먹을걸.이 진흙탕에서 언제 쯤에 떠날 수 있을까.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떠나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이왕 칼을 뽑은거 무우라도 썰어야 된다는 생각,이왕 내친 걸음 굽을 봐야 집으로 가겠다는 생각이내 전신을 고무시키고 있다.그렇다, 논객의 피는 궁지에 몰릴수록 뜨거워 지는 법,그래 한번 해보겠다 이거지, 이런 판국에 집에 갈 수는 없는 법, 떠날 수는 없는 법,그래, 내 아랫배를 까 줄테니 한번 쑤셔 보그라.이왕지사 벌인 싸움판, 이왕이면 근사하게,이왕이면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싸워보자. 나라가 이모양 이꼴인데 떠난다는 것은비겁이지, 항복이지, 도망이지.논객은 경로당 취미생활이 아니지.왔다리 갔다리 하룻밤 주막이 아니지.뼈를 깍아 붓을 만들고 피를 짜내 먹을 만들고가죽을 벗겨 연판장을 써야 하는논객이란 개나 소나 하는 싸구려 글쟁이가 아니지. 그동안 인터넷에는 얼마나 많은 논객들이 명멸했던가.저 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논객들이 반짝거리다가더러는 떠나고, 더러는 죽고, 더러는 잊혀지고,이왕이면 잊혀지지 않고 영원히 반짝이는 논객이라면더욱 좋은 거 아닌가. 전쟁터에서 떠나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더군다나 전우들이 결사항전의 칼을 갈고 있을 때에떠난다고 자랑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나라의 운명이 걸린 싸움에 백의를 입고 동참할 때에는쇠스랑 높이 들고 태산이 무너지게 고함칠만 하지만싸움판에서 빠져 나갈 때는 쥐새끼처럼 은근슬쩍 빠져야지.그걸 자랑해서는 안된다. 논객은 보복당할 수 있다. 패가망신 할 수도 있다.논객은 사업이 망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논객은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용기에다가 학식까지 겸비해야 한다. 용기에 학식에, 시대를 읽는 혜안까지 있어야 한다.거기에다가 애국심까지 있어야 하고,또 거기에다가 배짱도 있어야 한다.논객은 이렇게 해서 탄생한다.그래서 논객은 존경받아야 한다.논객에게 없는 것이 있으니 후퇴요, 비겁이다.논객은 정정당해야 하고 오로지 전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애국논객들이여.그대들의 앞길에 광명 있으라. 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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