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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와 배신

작성자:

탈존

조회: 3359 등록일: 2017-01-18

나는 삶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관계라고 대답한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관계를 빼면 아무 것도 없다. 가족 간의 관계, 이웃 간의 관계, 학우들 간의 관계, 직장동료들 간의 관계, 전우들 간의 관계 등을 비롯하여 정적들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관계를 빼면 삶을 논할 수 없다.
  심지어 산 속에서 도를 닦는 도사들마저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처럼 그 무엇인가와의 관계로 이루어진 인간 세상에는 당연하게도 의리와 배신이라는 단어가 비중 있게 다뤄지게 마련이다.
 
  의리라고 말하면 나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장세동 씨를 떠올린다.
  그런 걸 의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장세동 씨는 군대에서부터 땔 수 없는 인연이 된 것으로 모든 문제를 장세동 자신이 끌어안고 갈 만큼 배신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사람 간에 지키는 의리라는 건 일방적인 것이 아닌 것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주위 지인들로부터 의리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 고교 동창이 전두환 장군 집무실에서 타자병으로 군대생활을 했는데, 생일날이면 하다못해 카스테라에라도 초를 꼽아 직접 축하를 해줄 만큼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일개 일등병 졸병에 불과했음에도 그만큼 인간적으로 대해주어서인지 사람들이 모두 전두환을 욕해도 그 친구는 단 한 번도 동조하는 걸 본적이 없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 배신하는 자들이 너무나 많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검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김종 전 차관 덕분에 박 대통령 뇌물 수사의 주요 단서가 잡히는가 하면, 박 대통령이 정유라 같은 승마 선수를 키워줘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등,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진술했다니 이걸 배신이라 해야 할지 정의감이라 해야 할지 얼떨떨하다.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나 대통령탄핵에 참가하고 분당을 해 나간 자들 등등, 최소한의 정치도의마저 저버린 자들이 넘쳐나는지라 요즘은 배신이 정의라는 단어로 의미가 바뀐 건 아닌지 국어사전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동안 이 땅에 수많은 대통령이 나왔다.
  이승만으로 부터 시작하여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는 있었어도 인간적으로 인정할만한 대통령은 없었던 것 같은데, 개중에는 빨갱이들도 있었고 참모의 농간에 하야한 분도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독 배신자가 많아 보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만큼 세월이 변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의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걸까.
  그래도 아부하며 밑에서 영화를 누리던 자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모시던 사람을 배신하는 꼴들이 좋게 보일 리 없어서인지 장세동 같은 심복을 가질 수 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대인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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