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불량위패 문제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1. 생존자가 찾아낸 자기의 사망을 알리는 위패
2008년 4월 3일,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매우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공원을 구경하던 사람이 자기가 죽었다고 새겨진 위패를 발견한 것이다.
이날 4.3평화공원에서는 제주4.3 60주년 위령제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제주출신 동포들도 다수 참석했다. 일행 가운데는 4.3 당시 조천중학원생으로 빨치산 활동을 했던 김태봉도 있었다.
김태봉은 4.3 때 조천중학원 스승이던 이덕구(빨치산 제2대 사령관)를 따라 한라산으로 들어가 빨치산 활동하다가 체포되었다. 18세의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인천소년교도소로 보내졌다. 6.25전쟁 때 인천을 점령한 북한군이 소년교도소 수감자들을 석방하자 김태봉은 북한군에 입대하여 국군을 공격하는 전투에 참가했다.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후 북으로 갈 수 없게 된 김태봉은 북한군과 더불어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으로 활동 하다가 체포되었다. 포로수용소에서 반공포로로 위장 전향했으며, 반공포로 석방 때 함께 석방되었다.
석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본으로 밀항, 일본에서 반대한민국 활동을 전개했다. 김태봉은 일본에서 김민주라는 필명으로 김봉현과 함께 ‘제주도인민들의 4.3무장투쟁사’를 저술했다. 이 책은 반대한민국-반미적 시각에서 4.3사태를 서술한 것으로서 우리나라 운동권에서는 제주4.3에 관한 최고 권위 도서로 애독되었고, 그 여파로 김민주는 90년대에 제주도에서 수여하는 제주문화상을 수상했다.
위령제의 공식행사가 끝난 후 4.3평화공원 위패봉안소를 둘러보던 김태봉은 희생자 위패 중에서 자기의 이름을 발견하고 쓴 웃음을 웃었다. 생존자가 자기의 묘지를 본 것과 같은 꼴이었다. 김태봉의 철거 요청에 따라 그의 위패는 4.3공원 희생자 위패 봉안소에서 철거되었다.
현재 제주시에 거주하는 애월면 금덕리 출신의 이종신씨는 2013년 가을 당국으로부터 북한에 거주하는 형님 이종성으로부터 남북이산가족 상봉 요청이 왔다는 통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죽은 형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요청이 왔기 때문이었다. 이종성은 그 가족에 의해 4.3희생자로 신청되어 4.3평화공원의 희생자 위패 봉안소에 위패가 진설된 인물이다. 이 공원에서 말하는 희생자란 사망자를 뜻한다. 이종신씨는 2014년 2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한에 살고 있는 형님 이종성을 만났다. 형제 상봉 후 이종성 가족은 희생자 위패 봉안소에서 이종성의 위패 철거를 요청했다.
제주도 현지에서 제주4.3사태의 올바른 처리를 위해서 노력해온 애국 동지들의 판단에 따르면, 제주 4.3평화공원 희생자 위패 봉안소에는 김태봉이나 이종성의 경우처럼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은 사람’으로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민국에 반대하고 북한을 지지하며 총을 들었던 그들 ‘생존-사망자’들의 거의 전부는 일본이나 북한에서 멀쩡히 살고 있으면서 제주도의 4.3평화공원에서 사망자로 위패가 진설된 기묘한 존재들이다.
위의 두 케이스는 4.3평화공원에 위패가 진설된 희생자들의 명단이 엉터리로 로 작성되었음을 알려주는 2개의 표본에 불과하다. 4.3평화공원의 가짜 희생자 위패를 추적해온 4.3정립유족회는 2014년 가을 현재 진설된 14,091명의 희생자 위패 중에는 명백한 불량위패(가짜 희생자 위패)가 104개나 된다고 발표했다.
104명의 명단 가운데는 빨치산으로 활동했고 북한에 가서 사단장을 역임한 자(이원옥), 북한에서 경찰서장을 한 자(현만호), 남로당 제주도당 핵심간부로 4.3폭동을 주도했던 자들(현복유, 현호경, 이신호), 빨치산의 수괴급 지휘관(빨치산 3대 사령관 김의봉, 빨치산 참모장 김완식, 4.3폭동과 무장반란의 최고지도자 김달삼의 비서실장 박태전, 제주도 서남부지역 빨치산 총책 고두옥) 등 부적격 사유가 현저한 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4.3공원에 진설된 희생자 위패 중 철거되어야 할 부적합 위패의 수는 모두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제주4.3바로잡기대책회의’ 상임대표 이선교 목사는 2014년 3월 현재 당장 철거시켜야 할 가짜 희생자 위패가 1,540 개라고 발표했다. 이 목사는 그 구체적 명단도 공개했다. 이 목사는 4.3평화공원에서 제외시켜야 할 불량위패 숫자를 최대 3천여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목사의 추산에 따르면, 4.3공원에 진설된 위패 14,091개(2014년 9월 현재 숫자)의 20% 언저리가 부적합 위패인 것이다. 대체로 5개 중에 1개 꼴로 대한민국 국민이 추념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될 사람들의 위패가 4.3평화공원에 봉안되어 있는 것이다.
2. 부적합 위패 봉안의 문제점
이처럼 많은 수의 부적합 위패가 4.3평화공원에 봉안되어 있다는 사실은 4.3평화공원에 희생자 위패를 봉안한 목적에 반대되는 사태이다. 희생자들의 위패를 4.3평화공원에 봉안한 목적은 그 희생자들을 올바로 추념하는 것이다.
국가가 전쟁, 민중봉기, 폭동, 반란 등에서 희생된 국민들의 위패를 일정한 장소에 봉안하는 것은 그들을 집단적으로 추념·위령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러한 추념·위령을 하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제일의 목적은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국가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거나 민주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다가 희생된 분들을 추념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나라와 체제를 위해서 일하다가 희생당한 사람들은 국가와 국민에 의해 반드시 찬양되고 보상 받는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어,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또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애국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제이의 목적은 전쟁, 민중봉기, 폭동, 반란 등의 여파로 인해 형성된 ‘억울한 희생자들’의 유족 및 동료들과 국가 및 주류국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전쟁, 민중봉기, 폭동, 반란 등이 종료되고 나면, 반드시 ‘억울한 희생자’들이 나타나게 된다. 전쟁, 민중봉기, 폭동, 반란이 진행되는 시기에는 각 행위자들이 흥분·증오·조급성으로 인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기 쉽고, 그러한 비이성적 행위는 피아간에 다 같이 잔혹행위와 과잉살상을 초래하게 된다.
잔혹행위와 과잉살상은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게 되고, ‘억울한 희생자’들의 유족 및 동료들은 국가 및 주류국민에 대해 원한을 품게 된다. 이러한 원한을 풀어줌으로써 ‘억울한 희생자’의 유족 및 동료들과 국가 및 주류국민 간의 화해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가 ‘억울한 희생자’들을 위령 내지 추념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가진 ‘억울한 희생자’들에 대한 추념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추념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선정해야 한다. 추념 대상이 될 만한 후보자들을 엄밀히 심사하여, 추념해야 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누락되지 않게 하고, 추념해서는 안 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도 추념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땅히 추념해야 할 대상이 누락된 채 추념이 이루어지면 그 추념이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민화해를 유도하는 효과가 손상될 것이다.
반면에 추념해서는 안 될 사람이 추념 대상에 포함된 상태로 추념이 이루어지면 그 추념은 국가와 체제에 대한 반역을 고무하고 국민 간의 갈등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추념해서는 안 될 사람을 추념대상에 포함시켜 추념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독극물이 섞여진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제주4.3과 관련하여 반드시 추념해야 할 대상은 △4.3폭동의 초기 과정에서 폭도의 공격으로 희생된 경찰관과 우익인사들 및 그들의 가족, △폭도들이 빨치산으로 전환하여 군·경토벌대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빨치산의 공격으로 희생된 군·경토벌대원과 민간인, △빨치산 대원이나 그 협조자가 아닌데도 억지로 빨치산 대원이나 협조자로 몰려 토별대원들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 등이다. 이들 3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단 한 명이라도 4.3관련 추념 대상에서 누락되어서는 안 된다.
반면에 제주4.3과 관련하여 추념 대상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할 사람들은 △폭동 및 빨치산 활동에 간부나 대원으로 참여한 사람들, △남로당 제주도당의 간부나 당원이었던 사람들, △폭도·빨치산대원·남로당 당원 등이 아닌 순수 민간인이면서도 폭동과 빨치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4.3관련 기간에 희생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희생은 결코 억울한 희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희생은 대한민국 건국 방해, 건국된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 등을 자행했거나 그런 행위를 지원한 데 대한 처벌이다. 그 경우 처벌이 과도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억울한 희생으로 볼 수 없다. 이들 3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단 한 명이라도 4.3추념 대상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사리가 이러하기 때문에, 지금 제주4.3평화공원에 국민의 추념·위령의 대상으로 위패가 봉안된 희생자 가운데 5분의 1일이 부적합 인사들이라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부적합 인사의 위패가 전체의 5분의 1정도에 이른다면 4.3평화공원의 희생자 봉안소를 유지할 것인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봉안된 부적합 위패, 즉 불량 위패들을 즉시 철거하거나 아니면 희생자 봉안소 자체를 폐지할 것을 고려해야 할 때이다.
3. 불량위패 양산의 원인
이 지점에서 짚어봐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바로 4.3평화공원의 희생자 위패 문제가 이런 꼴로 심해진 원인을 따져보는 것이다.
4.3평화공원의 희생자 위패 진설에 부적합 인사들의 위패가 대거 포함되게 된 제일의 원인은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의 결함에 있다. 4.3특별법은 제주4.3사건의 성격 규정이나 역사적 평가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4.3희생자의 결정을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국무총리가 위원장인 4.3특위가)가 행하도록 한 것이다. 4.3특별법이 이 모양이므로 4.3특위는 4.3희생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아무런 준거 기준도 없이 위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만일 4.3위원회의 구성이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균형 있는 가치관을 가진 인사들로 이루어졌다면 4.3특별법의 결함도 어느 정도 보완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4.3특위의 인적 구성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구성된 4.3특위의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민간인 위원들의 경우 좌측 인사와 우측 인사 간의 불균형이 극심하다. 중도로 분류되어 참여한 학자들이 실은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 대해 강한 반대감정을 가진 인사들이어서 좌측 대 우측의 비율이 2:1에 가깝다. 불균형은 좌측 인사와 우측 인사들 간의 현대사에 대한 지식 정도에서도 매우 심각하다. 좌측 인사들은 현대사를 장기간 연구해온 전문가들인데 우측 인사들은 현대사에 대한 연구가 아마츄어 수준에 그친 사람들이다. 게다가 좌측의 인사들은 사상적 입장이 매우 공고한 데 반해 우측의 인사들은 사상적 입장이 동요하는 인사들이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 와서도 이러한 4.3특위 구성은 질적인 변화가 없다. 따라서 제주4.3 희생자들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 없으며, 4.3공원에 봉안된 희생자 위패에 불량위패들이 철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불량위패 문제가 악화된 제2의 원인은 4.3희생자의 기준이 너무 느슨하게 설정되고, 희생자들의 숫자를 늘리려는 어떤 세력의 움직임이다. 4.3특위의 결정 및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4.3희생자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4.3폭동 관련자로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했던 자들인 수형인(受刑人)들, 심지어는 사형 당한 사람들까지 희생자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4.3관련자로 유죄판결을 받은 후 형무소에 복역 중이다가 탈옥한 자들, 행방불명자들도 희생자로 인정되었다. 4.3특위와 정치권이 4.3희생자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4.3사건 희생자 신고를 무려 14년 동안이나 접수하도록 했다.
4.3특위와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호응하여 제주도에서는 4.3폭동이나 그 후의 빨치산 투쟁에 참가했던 좌익분자들의 유족들을 중심으로 희생자 숫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었다. 4.3희생자의 규모가 커질수록 대한민국에 대한 희생자 유족의 증오심이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극적 유족들의 움직임에 자극 받아 초기에 희생자 신고에 소극적이었던 부적합 희생자 유족들도 희생자 신고에 나서게 되었다.
일부 유족들은 폭동이나 빨치산 투쟁에서 자기 가족이 자행한 범죄행위가 너무 뚜렷하여 희생자신고를 꺼려하다가, 제주도의 분위기가 좌익분자 유족들에게 호의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또 일단 신고만 하면 우호적으로 접수해주는 분위기를 감지하게 되자 사망했거나 행방불명인 자기 부형들을 희생자로 신고하게 되었다. 그 결과 희생자로 4.3평화공원에 진설된 위패 숫자가 크게 늘어났고, 그에 따라 부적합 위패가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이다.
4. 결어
4.3평화공원의 불량위패 철거문제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해결될 수 있다. 정부가 4.3특별위원회를 질적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개편하고, 개편된 4.3특위가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 것이다.
첫째, 개편된 4.3특별위원회가 4.3정립유족회 측이 자세한 부적합 사유와 함께 불량위패로 제시한 위패들을 공정하게 부적합 사유가 타당한 위패들을 철거한다. 단, 4.3정립유족회가 제시한 부적합 사유들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위패에 대한 비난을 더 이상 하지 말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헌법재판소가 2001년에 4.3희생자 범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한 대상자들의 위패가 4.3공원 위패 봉안소에 진설되었는지 여부를 4.3위원회가 검사하여 그런 인사들의 위패가 진설되어 있으면 바로 철거한다. 헌재는 당시 △수괴급 공산무장병력 지휘관 또는 중간간부, △4.3사건 발발의 책임이 있는 남로당제주도당의 핵심간부, △무장유격대와 협력하여 진압 군경 및 그들의 가족, 제헌선거 관영자 등을 살해한 자, △경찰 등 가옥과 경찰관서 등 공공시설에 대한 방화 행위에 적극 가담한 자 등이다. 4.3희생자의 범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헌재가 판시한 사람들의 위패가 봉안되었다면 그러한 행위는 반헌법적인 범죄이다.
셋째, 4.3정립유족회나 이선교 목사가 제시한 3천개 정도의 부적합 혐의 위패 들에 대해서, 4.3특별위원회가 4.3정립유족회나 이선교 목사로부터 구체적인 부적합 사유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고, 그 사유가 제출되면 4.3위원회가 사유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여 타당성이 확인된 위패들을 철거한다. 그리고 예산이 확보되면 4.3특별위원회가 전문 연구인력을 고용하여 4.3정립유족회나 이선교 목사가 문제를 제기한 위패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점검해보면 될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 그러면서도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중요한 이 일을 해결하려고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새누리당 정권은 선거 때 표만 생각하고, 국가정체성의 문제나 역사적 정의의 실현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정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