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추념해야 할 대상과 추념해서는 안 될 대상
필자: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1. 희생된 국민들을 추념하는 목적
국가가 전쟁, 민중봉기, 폭동, 반란 등에서 희생된 국민들을 추념·위령하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제일의 목적은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국가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거나 민주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다가 희생된 분들을 추념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나라와 체제를 위해서 일하다가 희생당한 사람들은 국가와 국민에 의해 반드시 찬양되고 보상 받는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어,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또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애국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제이의 목적은 전쟁, 민중봉기, 폭동, 반란 등의 여파로 인해 형성된 ‘억울한 희생자들’의 유족 및 동료들과 국가 및 주류국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전쟁, 민중봉기, 폭동, 반란 등이 종료되고 나면, 반드시 ‘억울한 희생자’들이 나타나게 된다. 전쟁, 민중봉기, 폭동, 반란이 진행되는 시기에는 각 행위자들이 흥분·증오·조급성으로 인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기 쉽고, 그러한 비이성적 행위는 피아간에 공히 잔혹행위와 과잉살상을 초래하게 된다. 잔혹행위와 과잉살상은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게 되고, ‘억울한 희생자’들의 유족 및 동료들은 국가 및 주류국민에 대해 원한을 품게 된다. 이러한 원한을 풀어줌으로써 ‘억울한 희생자’의 유족 및 동료들과 국가 및 주류국민 간의 화해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가 ‘억울한 희생자’들을 위령 내지 추념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가진 국가의 추념행사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추념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선정해야 한다. 추념 대상이 될 만한 후보자들을 엄밀히 심사하여, 추념해야 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누락되지 않게 하고, 추념해서는 안 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도 추념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땅히 추념해야 할 대상이 누락된 채 추념행사가 진행된다면 그 추념행사는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민화해를 유도하는 효과가 손상될 것이다. 반면에 추념해서는 안 될 사람이 추념 대상에 포함된 상태로 추념행사가 진행된다면 그 추념행사는 국가와 체제에 대한 반역을 고무하고 국민 간의 갈등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추념해서는 안 될 사람을 추념대상에 포함시켜 추념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독극물이 섞여진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제주4.3추념식과 관련하여 반드시 추념해야 할 대상은 △4.3폭동의 초기 과정에서 폭도의 공격으로 희생된 경찰관과 우익인사들 및 그들의 가족, △폭도들이 빨치산으로 전환하여 군·경토벌대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빨치산의 공격으로 희생된 군·경토벌대원과 민간인, △빨치산 대원이나 그 협조자가 아닌데도 억지로 빨치산 대원이나 협조자로 몰려 토별대원들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 등이다. 이들 3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 은 단 한 명이라도 4.3추념 대상에서 누락되어서는 안 된다.
반면에 제주4.3추념식과 관련하여 추념 대상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할 사람들, 다시 말해서 추념식에서 추념해서는 안 될 사람들은 △폭동 및 빨치산 활동에 간부나 대원으로 참여한 사람들, △남로당 제주도당의 간부나 당원이었던 사람들, △폭도·빨치산대원·남로당 당원 등이 아닌 순수 민간인이면서도 폭동과 빨치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4.3관련 기간에 희생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희생은 결코 억울한 희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희생은 대한민국 건국 방해, 건국된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 등을 자행했거나 그런 행위를 지원한 데 대한 처벌이다. 그 경우 처벌이 과도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억울한 희생으로 볼 수 없다. 이들 3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단 한 명이라도 4.3추념 대상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2. 4.3평화공원의 불량위패들
국가 주관 제주4.3추념식이 추념하는 대상은 제주4.3평화공원에 봉안된 위패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지금 제주4.3평화공원에 봉안된 억울한 희생자의 위패들 가운데는 추념해서는 절대 안 될 사람들의 위패(즉, 불량위패)가 매우 많이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4.3평화공원에 봉안된 위패들 가운데는 제주인민해방군(빨치산) 사령관이나 참모장으로 활동한 자, 최후까지 군경에 저항했던 빨치산 대원, 남로당 제주도당 부장급 간부로 활동한 자, 대한민국 법정에서 사형언도를 받아 사형에 처해진 자, 북한에 가서 인민군 사단장이나 장교로 활동한 자, 4.3폭동의 최고 지도자 김달삼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자, 제주 주둔 국방경비대 연대장을 암살한 자, 국방경비대에서 탈영하여 빨치산 대원이 된 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생존하여 장수하다가 병사한 사람이나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4.3의 억울한 희생자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반역한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 반역한 행위를 한 사람들은 4.3의 희생자로 인정될 수 없다. 이러한 점은 이 문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9월 “수괴급 공산무장병력 지휘관 또는 중간간부로서 군경의 진압에 주도적·적극적으로 대항한 자, 제주4·3사건 발발의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 기타 무장유격대와 협력하여 진압 군경 및 동인들의 가족, 제헌선거관여자 등을 살해한 자, 경찰 등의 가옥과 경찰관서 등 공공시설에 대한 방화를 적극적으로 가담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본질을 훼손한 자들을 4.3희생자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들은 4.3추념식에서 추념의 대상에서 반드시 배제되어야 할 사람들이다. 이처럼 추념 대상에서 반드시 배제되어야 할 사람들이 4.3평화공원에 추념 대상자 위패에 포함되어 있으며, 그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4.3정립유족회의 추산에 의하면 약 1천 명의 위패가 가짜 희생자의 위패, 즉 불량위패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 중 2백 명은 가짜 희생자임이 확실하다고 한다. 제주4.3폭동을 깊이 연구해온 이선교 목사에 따르면, 4.3평화공원에 봉안된 위패 중 약 3천 명의 위패 불량위패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 중 1,540명은 가짜 희생자임이 분명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4.3위원회가 발표한 4.3 희생 사망자는 10,344명이다. 희생 사망자의 약 10~30%가 가짜 희생자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토록 많은 가짜 희생자들, 즉 국가 주관 추념식에서 추념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추념해야 할 대상으로 4.3평화공원에 봉안되는 일이 일어났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4.3위원회가 4.3희생자 심사·선정을 엉터리로 실시했기 때문에 그런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4.3위원회는 4.3희생자의 숫자를 부풀리려고만 노력했고 진정한 희생자를 선정하기 위한 심사는 건성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4.3위원회는 자기들의 4.3희생자 선정 심사과정과 근거자료를 비공개자료로 분류하여 자기들의 결정이 타당했는지 여부를 제3자가 판단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일처리를 이 모양으로 해놓았으니 제주4.3 희생자들에 대한 올바른 위령과 추념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매우 많은 추념해서는 안 될 사람들의 위패를 포함하고 있는 4.3평화공원의 희생자 위패는 조속히 정비되지 않으면 제주4.3추념행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상태로는 추념행사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제주4.3의 성격 인식과 올바른 희생자 추념을 놓고 제주도민 간의 갈등 및 전체 국민 사이의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4.3평화공원에 봉안된 위패들 가운데 불량위패를 조속히 퇴출시켜야 한다.
불량위패의 조속한 퇴출은 제주도민의 희망이기도 하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2014년 12월 15일 발표한 『제주4.3 관련 여론조사』(2014년 12월 11일 제주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수의 제주도민들은 불량위패의 정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내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주4.3희생자 재심사에 관해, 42.9%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 자들은 심사하여 희생자 명단에서 제외하자’고 응답했고, 33.6%는 ‘희생자 재심사는 갈등을 불러오기에 화해와 상생을 위해서 재심사하지 말자’고 응답했고, 23.5%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제주4.3평화공원의 부적격 위패 정리에 관해, 47.0%는 ‘부적격 위패라고 생각하므로 정리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36.5%는 ‘화해와 상생을 생각해서 정리하지 말자’고 응답했고, 16.5%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위패 정리의 규모에 관해, 61.1%는 ‘문제가 있는 위패는 전면 정리하자’고 응답했고, 35.0%는 ‘책임이 중한 일부만 선별 정리하자’고 응답했고, 3.9%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제주도민들의 다수는 제주4.3사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위에서 언급한 모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주4.3사건의 본질에 대해 조사대상 제주도민의 25.3%는 ‘남한 단독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남로당의 폭동’이라고 응답했고, 54.2%는 ‘군경의 탄압에 저항하기 위한 제주도민의 항쟁’이라고 응답했으며, 20.5%는 ‘모르겠다’라고 응답했다. 제주4.3의 본질은 남한 단독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남로당의 폭동이 분명한데도, 그렇게 생각하는 제주도민은 제주4.3의 본질을 군경의 탄압에 저항하기 위한 제주도민의 항쟁이라고 생각하는 제주도민보다 크게 적은 사실만을 보아도 제주도민이 4.3사건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4.3위원회의 생각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제주도민임에도 불구하고 불량위패의 정리문제만은 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불량위패는 심각히 잘못된 것이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불량위패 문제를 해결하려면 4.3평화공원에 위패가 봉안된 전원을 상대로 부적격 여부를 재심사해야 한다. 재심사 결과 부적격자임이 분명하면 위패에서 그의 명단을 삭제해야 한다. 전원을 대상으로 재심사를 하려면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령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재심사를 4.3정립유족회가 부적격자로 지목한 사람들부터 실시하는 것이다. 재심사의 목적은 불량위패를 가려내어 퇴출하는 데 있음으로, 4.3정립유족회가 부적격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2백 명부터 재심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들을 대상으로 한 재심사는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4.3정립유족회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고, 그 자료들의 신빙성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이선교 목사가 제시한 1,540 명의 가짜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재심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아마도 1,540 명 중에는 4.3정립유족회가 제시한 2백 명이 포함되어 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1,340 명만 재심사하면 된다. 이들에 대한 재심사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선교 목사로부터 그들의 부적격성을 입증할 정보를 많이 입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이선교 목사가 주장한 가짜 희생자의 최대 가능 수치 3천 명을 대상으로 재심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3천 명 중에는 이미 재심사한 1,540명이 포함되었으므로, 이 단계에서 재심사할 실질 인원은 1천5백 명 정도이다. 이들에 대한 재심사도 이선교 목사나 4.3정립유족회의 주장 근거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체크하면 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위패에 대해서는 비공개처리된 4.3위원회의 희생자 선정 심사 자료를 열람하여 그 자료에 오류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오류가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재심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각 단계에서 부적격성이 입증된 대상자는 즉시 퇴출시키면 된다. 그런 퇴출이 행해지면 4.3평화공원의 불량위패 문제는 다 해결될 것이다.
이러한 재심사와 퇴출을 행하려면 4.3위원회의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4.3위원회로서는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그러한 재심사를 하지 않으려 하거나 하더라도 극히 느리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