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를 준비하면서
김동일 제주4.3사건진상규명국민모임 사무총장
서울프레스센타에서 '제주4.3사건진상규명국민모임(4.3국민모임)' 이름으로 4.3 세미나를 열게 된 것은 이번이 세 번 째입니다. 2013년 9월과 2014년 2월에 4.3추념일 관계로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2014년 4월에는 추념일이 지정되면서 부대조건으로 4.3정부보고서 수정, 불량위패 정리, 4.3전시물 교체 등이 같이 통과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습니다. 우리가 바라던 바들이,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들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었기에 국가의 시스템이 가동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었습니다. 공무원들은 바짝 엎드려 눈알만 굴리고, 4.3정상화 진도는 앞으로 나아갈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세 번 째 세미나는 급박하게 준비되었습니다.
주제 발표자들께서 원고를 작성할 시간도 별로 없을 정도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그렇게 준비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촉박한 스케줄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것은, 4.3소위원회가 불량위패 정리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등, 그만큼 제주4.3의 돌아가는 형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에 행자부 장관과 차관이 연달아서 4.3희생자 재심사를 거론하였습니다. 예상대로 좌파의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와중에 재미있고 황당한 것은, 4.3희생자유족회, 새누리당 제주도당, 4.3중앙위원회 세 단체에서 반대를 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이 세 단체는 불량위패 정리를 반대하고 나서서는 안 될 단체들이기 때문입니다.
4.3평화공원에 불량위패들이 존재함으로서 피해를 보는 것은 무고한 희생자들과 4.3유족들입니다. 불량위패의 존재는 추념식에 대통령을 불참하게 만들고, 4.3평화공원이 폭도공원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족회 단체에서 불량위패 정리를 반대를 하고 나서다니, 4.3희생자유족회는 유족회 단체입니까, 좌익이념 단체입니까? 위패 철거는 못하면서 추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라고 요구하는 것 또한 모순된 요구입니다.
불량위패 척결을 반대하고 나서는 집단은 안 봐도 훤합니다. 대부분이 좌익이념에 물든 단체들이거나 야당 관련 단체들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새누리당 제주도당도 좌익단체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아마도 반대쪽에 표가 많다고 생각한 모양이지요. 그러나 바닥표는 철거 찬성이 많습니다. 정치꾼들이 표에 미치면 에미애비도 몰라본다던데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4.3소위원회에서 불량위패 척결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은 비겁한 행동입니다. 불량위패 정리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4.3소위원회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새로운 입증자료가 나타났을 경우 재심의 할 수 있다'는 것은 4.3위원회의 기본방침이기도 하지만 세상만사에 적용되는 불변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기본방침도 지키지 못하는 4.3소위원회는 자격미달에, 종북 성향에, 불량위패 척결 의지도 없다는 뜻입니다. 폭도사령관이 희생자로 둔갑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저들의 의지였다는 강력한 의심이 듭니다.
안행부 공무원들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안행부 공무원이 저를 면담하러 제주에 왔었습니다. 불량위패 정리에 착수하겠으니 협조를 해달라는 일종의 협조 요청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4.3중앙위원회를 그냥 놔두고는 불량위패 정리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그 공무원은 4.3중앙위원들도 ‘문제가 있는 위패는 내린다는 원칙’을 확실하게 갖고 있기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역설했었습니다. 그런데 김 과장님, 이게 아무 문제가 없는 겁니까? 이래 놓고 좋은 데로 영전하셨다면서요.
2013년 1차 세미나 때 저는 인사말을 통하여 4.3희생자유족회에 이런 제안을 했었습니다. '역사와 추모위원회를 만들어 유족들에게는 정당한 추모가, 국가에게는 정당한 역사가 돌아갈 수 있게 서로 합심하고 단결하여 두 마리의 토끼를 잡자‘는 제안이었습니다. 2015년에도 그 당시 상황과 달라진 것은 없고, 다시 그때와 비슷한 단상이 떠오릅니다.
4.3희생자유족회는 불량위패에 집착하고 4.3정립·연구유족회는 역사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유족회가 상부상조하여 윈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불량위패 문제에서 4.3정립·연구유족회가 양보하고, 역사 문제에서 4.3희생자유족회가 양보하여, 서로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1천에서 3천여 기까지 거론되는 불량위패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사들의 위패만 정리하는 선에서 숫자를 최소화하고, 4.3정부보고서에서 미제로 남긴 제주4.3에 대한 성격 규명에 대해서는 4.3추가정부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입니다.
갑을 쥐면 을은 양보하는 것이 화해와 상생입니다. 갑과 을을 모두 취하겠다는 것이 제주4.3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오만과 독선이었습니다. 4.3정립·연구유족회와 4.3희생자유족회는 대화의 장으로 나서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대화와 타협이 곧 화해와 상생인 것입니다.
지금 4.3국민모임의 화두는 불량위패 무력 철거입니다. 공무원은 거짓말에 사기꾼 같아 뵈고, 위원회는 위패철거 반대에 빨갱이스러워 보이고, 믿을 것이 아무도 없어 보인답니다. 그래서 차라리 4.3국민모임에서 4.3평화공원으로 쳐들어가 불량위패를 강제로 철거하자는 것입니다. 그럴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국가와 공무원 대신에 무명의 일반시민들이 나서서 이런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사태가 유감일 뿐입니다.
2015.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