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진(晉)나라에 범씨(笵氏)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집에는 가보(家寶)로 내려온 종(鐘)이 있었는데, 어느날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그 종을 훔치려 했으나 너무 커 가져갈 수가 없었다. 도둑은 종을 쪼개 가져가려고 망치로 힘껏 내리쳤다. ‘꽝’ 소리에 깜짝 놀란 도둑은 두 손으로 귀를 꽉 막았다. 혹시 종소리를 듣고 집안 사람들이 나올까봐 자신의 귀를 꽉 막은 것이다. 자신이 종소리를 듣지 않으면 남들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는 귀를 가리고 방울을 훔친다는 말인데, ‘남들이 모두 알고 있는 허물과 잘못을 듣지 않으려고 혼자 자신의 귀를 막는다’는 뜻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온 엄이도령(掩耳盜鈴) 이야기다.
4.3사건에 대한 인식차이도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을지도 모른다. 내 탓 보다는 네 탓 뿐이고, 허물을 듣지 않으려 귀를 꽉 막고 있으니 영락없이 엄이도령 꼴이다. 자료에 의하면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이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하기 위해 일으킨 무장반란이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민의 희생을 불러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진압과정을 문제삼아 본질보다 현상만 부각시켜 실체가 왜곡되고 있다.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반란이 일어날 때 진압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어쨌튼, 진압 과정에서 발생된 희생자들에게 명예회복과 함께 보상을 위해 '반란자와 희생자를 가려내는 옥석(玉石) 구분' '사건의 성격 규명' 등이 정립(正立)의 기본인식이다.
정립의 기본은 진실이다. 기본이 바로서면 본질은 변색되지 않는다. 4.3의 접근법도 본립도생(本立道生)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이 무너지면 흔들리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비정상 상태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사실 4.3사건의 비정상은 노무현 정부의 왜곡된 진상보고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접근법에서 기본이 무너지면서 중구난방식 목소리들만 높은 실정이다. 이는 최근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과거 4.3사건 발언을 둘러싼 반응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 "제주도에서 4·3폭동 사태라는 게 있어서 공산주의자들이 거기서 반란을 일으켰다"고 한 발언을 놓고 4.3관련 일부 단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 그것도 역사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최근 대법원 판결도 시사한 바가 크다. 2008년 1월 국제외교안보포럼 강연회에서 이선교 목사는 '북한 노동당과 현재의 좌파'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노무현 정부보고서 기획단이 만들고 박원순 단장이 확정한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에 대해 "보고서는 가짜이며 제주4.3공원은 평화공원이 아닌 폭도공원"이란 주장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그것이다. 4.3희생자유족회 측은 명예를 훼손했다며 민사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기각했고, 대법원 민사부가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성격상 제주4.3사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사건의 정립 지침으로서 전환점이 될 것이다. 4.3사건의 본질은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이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민들의 희생을 불러왔다. 선량한 도민들은 그들의 선전, 선동과 협박에 따른 희생양이었다. 사건에 대한 화해와 상생 그리고 해원(解寃)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반란자와 희생자 옥석(玉石)을 가려내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적절한 보상이 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말하면 일부 단체는 “무책임하고 천박한 역사의식” 운운하며 적반하장식 날을 세운다. 마치 '해와 달' 동화속의 호랑이가 어머니 행세하는 격이다.
역사는 진실을 은폐하지 않는다. 모든 일들은 하나의 이유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생각도 못한 여러 요소들이 톱니바퀴 처럼 맞물려 일어난다. 4.3사건도 그 연장선에서 고찰해야 한다. 수레가 가지 않을 때 수레를 때려야 옳겠는가? 소를 때려야 옳겠는가? 억울한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정립(正立)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민중항쟁의 도그마에 빠져 그 본질을 희석시킨다면 그야말로 엄이도령(掩耳盜鈴)식 접근법일 뿐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역사에 대한 모독이며 희생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4.3사건이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되고, 입맛대로 재단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제주인의 역사이며, 이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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