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편향된 정보에 세뇌당하는 경우가 많다. 거짓임이 명백한 글이나 말들이 정보의 홍수속에서 알게 모르게 활개치고 있는 까닭이다. 뉴스는 끊임없이 사회 현상을 정의하고, 재정의하고, 대체하고, 또다시 대체하는 속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슈에 접할 때 본질보다는 갈등에만 포커스를 맞추어 현상만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허구도 상황에 따라 마치 진실인 것처럼 알게 모르게 우리는 세뇌 당하고 만다. 문제는 역사물일 경우다. 역사물은 왜곡된 사실도 역사로 보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장르이다. 작가는 역사학이 손 댈 수 없는 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구사할 수 있어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다. 사실이 아니거나 입맛대로 축소 또는 과장된 것을 사실인 것처럼 묘사시킬 수 있는 특권이다.
작가에게는 창작이라는 특성상 허구의 세계를 묘사할 특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허위의 세계를 그려도 좋다는 특권까지 주어진 것은 아니다. 흔히 작가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거나 또는 다르다고 지적을 받으면 대개 픽션를 내세우고 둘러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사실과 허구, 허구와 허위는 구별되어야 한다. 역사물을 다루는 작가의 작품에는 사상과 주의가 나타나고, 알게 모르게 인물과 사회와의 관계를 건드리며 전개시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기록들이 모두 과거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실들과 반드시 부합된다고 믿기는 어렵다. 아무리 객관적 사실의 강조를 주문해도 시대적 관점과 사회 변화에 따라 달리 쓰일 수 있고, 역사가(史家)들의 붓 끝에 의에 가감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좌편향 교과서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제주4.3사건도 남로당 주도의 사건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역사적 진실을 축소, 은폐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는 좌익에 불리한 사실들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이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하기 위해 일으킨 무장반란이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많은 양민의 희생을 불러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사건의 중심에 남로당 제주도당의 총책 겸 인민유격대 총사령관이었던 김달삼과 2대 총사령관이었던 이덕구라는 핵심 인물이 있다. 그들이 김일성 노선에 따른 공산통일을 추구하고, 공산전제정치의 실상을 전혀 모르는 순박한 도민들을 선동으로 기만하고, 남한 공산화를 위해 4.3폭동을 주동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주4.3의 역사가 편견과 왜곡없이 기록되어야 할 당위성이다. 역사는 존재의 기록이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역사가의 제1계명은 결코 거짓을 적어서도, 편견과 아집이 가미되어서도 안된다”라고 지적한 키케로의 지적은 시사한 바가 크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반(反)대한민국적 계급투쟁사관에 의해 써진 좌편향적인 교과서 파동을 반면교사해야 한다. 북한 정권과 공산주의에 불리한 사건은 은폐, 축소하고 유리한 사건은 침소봉대하는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제주4.3사건도 민중사관론자에 의해 지나치게 좌편향적인 입장에서 재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군경)는 학살자로, 주동자를 희생자로 묘사시키고 있다. 이런 왜곡된 사관 때문에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회복도 발목 잡혀 있는 실정이다.
결국, 4.3사건에 대한 정부의 접근자세는 당당해야 한다.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반란이 일어날 때 진압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반드시 이 사건에 대한 성격을 규명하고, 반란자와 희생자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 불량위패 제거는 그 첫 단추다.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억울한 희생자들에게도 명예회복과 함께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국가추념일 지정 문제도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두루뭉수리 넘어간다면 그것은 역사에 대한 모독이며 희생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제주4.3평화재단도 변해야 한다.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해원(解寃)을 바란다면 좌편향적인 일방통행식 접근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4.3사건이 입맛대로 재단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제주의 역사이며, 정치이고, 이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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