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민중항쟁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은 해묵은 이념 논쟁을 그만두라거나 새삼스레 색깔논쟁을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1989년 4월 미국 뉴욕 타임스가 냉전의 종언(終焉)을 고한 것을 시작으로 동서냉전이 종식된 지금, 평양에도 가고, 쿠바, 중국, 러시아도 다니는 판국인데 케케묵은 이념 논쟁을 재현하거나 새로운 색깔 논쟁을 한다고 타박한다.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4ㆍ3을 거론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웃음짓는 가면 속의 성난 얼굴이거나, 논리적 불리함를 면피하려는 계산된 잔재주에 불과하다. 인권침해나 인명피해에 대한 진상만이 진상이 아니다.(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하는 원인과 '동기는 도대체 무엇인가?', '어는 것이 옳았는가?'에 대한 진상도 매우 중요하다.
일을 처리하는 순서도 원인을 먼저 찾아내고, 결과를 확인하며, 최종적으로 누가 옳고 틀렸음을 평가해야 원칙이다. 4ㆍ3특별법 입법취지도 이와 같다. 가시적인 인명피해 사실을 물 위의 빙산이라고 본다면, 물 밑에 있는 얼음은 원인이다. 빙산의 진상을 밝히려면 물 위와 아래를 전부 파악해야 옳은 것이다.
이념대립으로 일어난 사건을 규명하면서 이념을 제외시키라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다. 공산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남로당이 북한노선에 동조하여 일으킨 폭동이 4ㆍ3인데 4ㆍ3(원인)을 규명하자고 주장하면서 이념을 빼라는 것은 억지다. 보리로 만든 빵은 보리빵이지,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찹쌀떡이 될 수 없다. 끝으로 이념논쟁이 지속되는 것은 정부보고서에 정확한 성격규명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것이므로, 집필진이나 4ㆍ3특위위원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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