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이런 썰을 푼 적이 있었다. ‘대학을 안 나왔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라는. 그렇다면 대학을 나오고 안 나오고의 차이는 무엇일까? ‘망국병’이라는 감당하기조차 버거운 화제를 밑도 끝도 없이 몰고 가는 것 보다는 차라리‘대학을 안 나왔기에 유리한 점'을 역설(逆說)하는 게 낫겠다싶어 오늘은 화제를 바꾸어 볼 참이다.
여성분들은 그런 기분(?)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군대를 다녀온 대개의 남성들은 한두 번 경험했거나 크게 공감을 가지실 것이다. ‘예비군복’, 이젠 나도 노년층이 되어 예비군도 민방위도 제외 된지 하도 오래되어 잘 모르지만, 젊은 시절 예비군훈련에 동원 되면 입는 예비군복 말이다. 그 예비군복만 입으면 상하도, 학식의 많고 적음도, 유무식도 분간이 안 된다. 예비군복만 입으면 대학을 나온 놈이든 아니든, 직장의 상사든 부하든, 대학교수인지 막노동꾼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그리고 그 예비군복만 입으면 아무리 배우고 점잖은 사람도 그 신분(?)을 알 수 없을 만큼 솔직해 진다. 즉 가식 없는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기에다 막걸리 한 잔쯤 걸치면 금상첨화다. 용감해지고 어떤 경우 용감함을 넘어 만용과 객기를 부리기도 한다. 노상방뇨는 기본이고 요즘 같으면 당장 감방에 갈 일이지만, 지나가는 아녀자 희롱은 애교(?)로 봐 주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것이 예비군복의 위력(?)이었다.
대학을 안 나온 나는 그런 기분으로 살아 왔다. 마치 예비군복을 늘 입은 상태로 생활을 해 왔던 것이다. 못 배웠으니 남보다 더 열심히, 더 용감히 삶의 창해에서 부단히 노력을 했던 것이다. 아니 부끄러울 게 없었다. 그것은 못 배워 무지몽매한 것이 아니고 양심에 털 난 놈들처럼 후안무치가 아니었다. 많이 배운 사람들 속에서 버티려면 겸손이 필요했다. 모르는 것은 정말 모른다고 했고 아는 것만큼만 생각하고 움직였던 것이다. 왜? 나는 언제나 마음의 예비군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얘기를 하다가 중단을 했지만, 가수의 꿈을 버리고 직장생활에 매진했지만 역시 대학을 안 나왔기에 불평등한 대우(출퇴근 거리가 멀어 사퇴 했다고는 했지만...)를 받고 직장을 옮기고 그곳에서 아내를 만나고 사내결혼을 하면서 도저히 직장생활(늘 그놈의 학력 때문에...)을 영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래선 안 되겠다며 나름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예상치 않은 계기나 우연한 터닝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 한참 문제가 되는 ‘한수원의 비리’. 내가 직장생활에 만족하고 자재(資財)파트에서 머리가 굵었다면 아마 범법자가 됐을 지도 모른다. 많은 유혹과 향응 그리고 어머니의 ‘돈돈돈 타령’에 납품업자들의 덫에 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삶의 전환점 또는 반환점을 찾는 계기가 있었다.
당시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의‘수출입국(輸出立國)’이라는 국가적 모토가 있었다. 단순한 수출드라이브가 아닌 수출만이 국민과 국가가 살 수 있다는 거대한 목표 였기에, 가발에서부터 봉재완구, 천 조각으로 만든 조화까지 아무튼 돈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수출을 하던 시기였다. 당시 내가 다니던 직장도 수출을 꽤 많이 하던 도자기 공장이었다. 바이어 상담을 위해 공장으로 양코배기들이 수없이 들락거리고 무엇보다 무역부 직원들은 비즈니스 때문에 해외를 자주 나가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당시에 해외를 나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나는 언제나 해외를 한 번 나가보나? 그것은 꿈이고 희망이었다.
그러든 어느 날 무역부장을 찾는다. ‘저 좀 무역부에서 일하게 해 주십시오.’, ‘영어 할 줄 알아?’, ‘아뇨!’, ‘그런데 무슨 수로 무역을 하겠대?’,‘배우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꼭 영어가 아니라도 가방 모찌라도...’ 당돌하고 무식해서 용감했던지 무역부장님은 진짜 나를 나 보다 나이 어린 대졸자를 과장님으로 모시고 가방모찌로 일하게 했다. 나의 보따리장사 인생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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