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썰을 풀며 어떤 주제를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경우가 그렇다. 솔직히 배우지 못했으니 아는 게 별로 없는 놈이 외람되게도 너무 큰 주제를 건드려 감당하기가 버겁다.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긴 하고 싶은데 썰을 풀어 내려가며 점점 나 자신의 개인적 얘기만 하며 주제와는 동떨어진, 그래서 출구를 찾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용두사미 격으로 마무리할 수도 없고. 처음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겁도 없이 끄집어낸 것은 우리사회가 대학 졸업 않은 사람을 너무 하대하는 모습에 화가 났고, 대학을 나오고 많이 배웠으면 보다 사람다운 행동을 하여 대학 못나온 무지렁이들의 귀감이 되어야함에도 그러하지 못하고 오히려 배운 만큼 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내 얘긴 즉, 못 배운 놈은 큰 도둑질을 절대 못하지만 오히려 많이 배운 놈들이 나라가 기울만큼 경국(傾國)지경의 범죄를 저지르기에, 누가 선출해 준 것은 아니로되 대한민국 못 배운 자들의 대표 격으로 조그만 항의를 하기 위함이다. 그래봤자 이란격석(以卵擊石)이고 허공 속에 메아리치는 헛소리지만.

그제 이곳은 첫눈이 내렸다. 아이는 아프고 병원엔 가야겠고 길은 미끄럽고 차는 후륜구동이고 애를 먹었다.
며칠 전 난 기사 하나를 소개해야겠다. 사실 이런 류의 기사는 재수(?)가 있어 기자들의 손으로 기사화 되지만 세파 속으로 그냥 묻혀버리는 것이 하루에도 수십 건일 것이다. 왜냐? 우리는OECD국가 중 자살률이 1위라는 사실에 근거할 수 있다.

그래도 아래 기사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더구나 내가 아닌 손녀인데... 끝까지 지키기 위해
정말 엉금 엉금 기다시피 병원엘 무사히 다녀 왔고 이제야 그만하다.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명문대 출신 30대가 인사발령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5일 경기 부천소사경찰서와 부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8시 20분쯤 부천시 소사구 범박동 한 아파트 13층에서 A(33)씨가 투신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서울의 한 사립 명문대를 졸업한 A씨는 올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부천 소사본3동으로 인사발령이 예정돼 있었다. A씨는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9급으로 바꾼 뒤 평균 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평소 우울증 증세를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나 더
<<<지난해 출산해 한 살짜리 갓난아기를 둔 네 아이 엄마인 40대 주부가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연합뉴스가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5분쯤 부산의 모 아파트 7층 주차장에서 A(여·41)씨가 숨져 있는 것을 남편(42)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출산 직후 찾아온 우울증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하던 중 이날 오전 주거지 22층 베란다를 통해 투신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에게는 한 살배기 젖먹이와 유치원에 다니는 쌍둥이, 중학생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경찰은 A씨가 산후 우울증이 심해져 실어증까지 앓게 됐고, 이후 주변의 격려 속에 병원 등을 다니며 치료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자 어린 자식들을 남겨두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굳이 좋지도 않은 두 사건의 뉴스를 전제하는 것은, 나는 뉴스를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각자의 할 일과 그에 따른 능력과 책임감이 있는 것이다. 명문대 출신9급 공무원이라니....하긴 가끔 더 놀라운 뉴스도 있다. 거리미화원 모집에 학사는 차치하고라도 석. 박사까지 접수했다는....이게 얼마나 사회적 국가적 낭비인가? 자살한 명문대출신의 가정은 또 어떻겠나? 33세를 먹을 때까지 뒷바라지 하려면 가정적 사회적 경비는 또 얼마인가? 아무리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대학 그것도 명문대출신이, 석사가, 박사가...이게 망국적 병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주일을 넘게.. 고열에 때문인지 온 몸에 열꽃이 피기에 정말 두려 웠다. 그제 그 눈길을 다녀온 정성을 알았는지 정상체온으로 돌아오고 쌍둥이 언니와 잘 뛰어 논다. 문제는 정신을 차렸는지 또 싸운다. 아이고! 참 미치겠다. 그렇다고 더 아프라고 할 수도 없고.....
차라리 중. 고교만 나와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가 되어있었다면 저토록 가정이나 사회적 간접비용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고, 자식을 저토록 뒷바라지 않았다면 그 부모는 충분한 노후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또 망자는 우울증 같은 것을 앓았단다. 내가 망자 입장이라도 우울증 올 것이다. 대학도 명문대학을 나와서 9급 공무원이라니(9급 공무원을 폄하자는 게 아니다.)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할 것이다. 주위의 눈은 의식되지요, 7급은 안되지요, 일단 9급이라도 붙어 막상 등청을 하려니 쪽 팔릴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왠만하면 수아. 주아가 다닐 유아원엘 다시 가 봐야겠다. 벗님들의 충고도 계시고 저렇게 하루 종일 싸우는 걸 지켜 보다간'나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애!'라는 마누라 입장도 생각해야 겠다. 사실은 마누라 보다 내가 더 스트레스 받지만...
두 번째 뉴스를 살펴보자.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면 욕들 하겠지만, 그래도 자식까진 안 데리고 갔다. 아니한 말로 자식들 입장에선 천만다행이다. 언제부터인가 어린 자식을 두고 아니면 어린 자식과 함께 목숨을 끊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무책임의 극치다.

망국병이 있거나 말거나 거실 통창에서 내려다 보는 설경은, 망국병 때문에 시름에 찬 내 심사를 잠시나마 순백의 상태로 위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