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서울 집을 거의 두 달 만에 갔다. 서울 집 드나드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기간도 널어난다. 어떨 땐 하루저녁 자는 것도 싫어진다. 왜 일까? 생각해 보니 이곳 산골생활이 정말 재미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산골 살이가 힘이 들었을 아내에게 포상(?)조로‘자기는 며칠 쉬었다오지…?’했더니‘그래볼까?’망설이다 결국 아내는‘나도 이젠 서울이 답답해!’라며 그예 따라 내려온다. 아내마저도 이곳 생활이 행복한 모양이다. 이런 것들이 나를 또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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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엔 원목을 사지 않고 이렇게 재단한 화목을15t샀다. 원목은t/100,000원이지만, 재단한 화목은t/160,000원이다. 기름3드럼. 올겨울 어떤 동장군이 쳐들어와도 충분히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고물거리던 큰 손녀 은비가 벌써 초등학교4학년. 2년의 계획으로 다음 달 초 뉴질랜드로 조기유학(어학연수)을 간단다. 물론 제 어미가 동행을 하지만 홀로 남아있는 사위는 천생 기러기아빠다. 원래 은비 애비는 시도 때도 없이 골프를 즐기던 골프광이었다. 노는 꼴이 하도 눈에 거슬려 언젠가 불러서 이혼시키는 것도 불사하겠다며 D지게 혼을 냈더니 지금은 꼭 칠 때만 친단다. 아무튼 그때 은비까지 아동용 골프세트를 구입해 주었는데 이번 길에 그 골프채를 가져간다기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은비야! 그곳에서 적응이 잘되면 그 길로나서라.”,“할아버지 무슨 말이야!?”라는 은비에게 아직은 이해가 덜 가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공부만 잘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그에 따른 이런저런 인생 상담을 해주며“그 기에 가면‘리디아 고’라는 유명한 골프선수가 있으니 한 번 찾아가라며 농담을 해 주었다. 말인즉 골프선수도 괜찮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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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장담했건만…이달 중순에 몽땅 화목이 떨어졌다. 산골은 5월 말까지도 난방을 해야 하는데…
골프는 못(안)치지만 가끔은LPGA경기중계를 본다. 특히 우리선수들이 우승에 근접했다는 뉴스를 접하면TV를 켜고 중계를 본다. 사실LPGA는 우리선수들이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고 해도 조금도 지나침이 없다. 우승을 하고 인터뷰 할 때 보면 거짓말 않고 하나같이 영어가 완벽한 본토 발음이다. 그게 신기하고 그 저 놀랍기만 하다. 그 어려운 운동을 하며 영어는 언제 또 배웠을까? 정말 대단한 우먼파워다. 그런 그녀들이 명문대학교를 나왔다는 소문은 못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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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10톤 원목을 주문했다.
이 며칠 자르고 패고 했더니 온몸에 근육통이 몰려온다. 아이고! 아이고!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인간이 원래 그런 건가? 많이 배울수록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만 야기 시키는가 이거다. 머리가 좋아 명문대학교 들어가고 많이 배우면 그 배움을 폭넓게 활용해야 하는데 배운 거밖에, 배운 만큼만 이용하나 보다. 좋은 아파트에 아리따운 마누라와 자식 그리고 통장에 수억 잔고로 남아있음에도 직장을 떨려났다고, 고급(?)스러운 일을 할 수 없다고 제 손으로 가족 모두 살해하고 자살까지 시도했다는 끔찍한 뉴스. 배움이 너무 크고 많아서 그만큼 생각이 많은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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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앞에서 이렇게 재단한 나무를 다시 화물차에 싣고 보일러실 근처까지 옮겨야 한다. 내가 만약 뜻한바가 있다며 앞문으로 들어갔다가 군대를 핑계로 뒷문으로 나온 학업을 계속하고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다면 지금 어떨까? 왠지 생각만 해도 닭살이 돋는다. 대학도 안 나온 실력으로 직장생활을 해보니 천덕꾸러기다. 승급도 승진도….내 더러워서…두세 군데 전전하다가 직장생활 포기했다. 그리고 아무거나 했다. 공부를 많이 못했으니 머리가 모자라 깊은 고민과 사색을 오래 할 수 없었다. 오로지 할 수 있는 생각은 가족을 먹여 살려야한다는 일념 뿐 이었다. 도둑질, 강도, 살인, 마약 빼고 다 할 수 있었다. 배운 게 없으니 쪽 팔릴 거도 없잖아? 많이 배운 분 좋은 학교 나온 사람은 나처럼 못 산다. 그 꼴난 체면과 존씸 때문에….그래서 지금은 차라리 덜 배우고 안 배운 게 행복의 원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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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굵은 놈은 도끼로 패서 보일러에 집어넣는다.
산골에는 항상 이런 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중노동(?)을 누가 좋아할까? 그러나 이런 일들을 즐길 줄 알아야한다. 힘은 들지만 잘려서 차곡차곡 쌓이는 화목에도 어떤 성취감을 느끼고 그 성취감마저도 재밌어하면 산골 살이가 행복한 것이다. 이거 유식하고 많이 배운 양반들은 이런 행복 모른다. 아무리 설명해도….그래서 그들은 불행한 것이다.
BY SS8000 ON 3. 25, 2015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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