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누나 이거는 인사가 아니잖아?(끝)
금년은 엘리뇨 때문에 지구촌의 이상기온 현상으로 겨울비가 잦으며 포근한 날씨가 계속된다.
그러나 겨울날씨는 노처녀 히스테리 같이 언제 변 할지 모른다. 작년 이곳의 가장 추웠던 날씨가 영하29도까지 내려가 전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 됐었다. 이것도 제천 시내 기준일 것이니 이곳 천등산 골짜기는 아마 그 보다 더 추웠을 것이다.
날씨가 겨울로 접어들며 아래채의 매형이 더 걱정스럽다. 더구나 본인 입으로 겨울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침실과 화장실만 보일러를 가동시키고 전열기를 이용하여 난방을 하겠다니, 요즘 같은 날씨라면 그리 걱정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다면? 전열기 과열에 의한 화재가 자꾸 머릿속에 그려지며 괜한 노파심이겠지만, 이런 점이 나는 은근히 부아가 치솟으며 이 겨울이 무사히 지나가기만 마음으로 빌고 있을 뿐이다.
며칠 전 우연히 거실 창밖을 내다보니 택배차량이 마당으로 들어선다. 택배상품은100% 나의 주문이지만 가끔 서울의 아이들이 잡다한 것을 보내 올 때가 있다. 비록 주문한 상품은 없지만 혹시나 하고 나가 본즉 기사가 아래 채 마루에 거대한 두루마리 형태의 물건을 가볍게 내려놓는다. 나나 아내가 주문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돌아서며 무슨 물건이 저리도 거창할까? 생각해보니…아~! 집히는 데가 있다.
겨울이 초입에 들어설 때 매형은 난방비를 아끼는 대신 아래채 거실문과 창문에 방풍용 에어캡(뽁뽁이)을 설치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바로 그 방풍용 에어캡이 배달된 것이리라. 그 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나는 분통이 또 터지고 말았다.
그 명석한 두뇌로 젊어서 무엇을 했기에 난방비를 아낀다고 보일러 온수파이프를 폐쇄하고 지내야 한단 말인가? 요즘 원유가 하락으로 난방용 기름 값이1드럼에15-16만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2드럼 정도면 내년 봄까지 런닝 바람으로 지내도 될 따뜻한 아래채인데 그 정도의 기름도 못 살만큼 구차하단 말인가? 매형의 위치나 입장이…어떻게 저런 식으로 살아왔고 또 저 정도밖에 안 되나 싶은 게 부아가 났던 것이다.
중국의 칭따오를 동양의 나폴리라고 한다. 그만큼 해변이 아름답다는 의미 일 것이다. 그곳에15년 가까이 상주하며 딱 한 번 가봤다. 그것도 거래처 바이어가 원하기에 동반한 것이다. 태산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아직도 못 가봤다. 중국 도처가 관광단지 이지만 관광이라고 가 본 것은 지금까지 사돈내외분과 오왕 부차의 내연녀 서시(西施)의 고향이라는데 가 본 게 전부다. 보따리장사를 한답시고30여 개 국을 다녔지만 관광을 다녀 본 곳은 없다. 북미든 남미든 은퇴 후에 좀 다녔지만 먹고 살기 바빠 일부러 관광을 다녀 본 적은 없다. 싸스가 창궐하자 투자업체들은 중국을 빠져 나왔지만 나는 주재하며 오히려 더 돌아다녔다. 그렇게 앞만 보고 뛰었다.(사실 따져 묻지는 않았지만 매형의 수입이 혼자 먹고 살기엔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독거노인에게 나오는 수당, 지방(면)에서 지급하는 수당 특히 둘째 놈이 죽기 전 직장에서 가입한 종합보험에서 매월 기십만 원 등 100여만 원에 면에서 매월 20kg 쌀...독거노인 혼자 생활하기에 충분할 것 같은데...고기나 생선 없인 밥을 못 먹으니...)
그런데 매형은 술을 마시면 가끔 지구촌20여 국을 여행 다녀왔다는 걸 자랑한다. 난 이것도 마음에 안 든다. 그 돈이면 그 시절 웬만한 집 한 채 사지 않았을까? 그 돈이면 이 추운 겨울 난방비 아낀다며 보일러를 잠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가족을 위해 그토록 짠돌이가 되어 뛴 놈이 어째서 매형 눈에 인간으로 보이지 않고, 나머지6남매의 형제자매로부터 잡놈으로 되어야하는가? 매형이고 매제고 여동생 둘이며 거금을 빌려가서 한 푼 돌려주지도 받을 생각도 않은 내가..우리 부부가 왜 그런 비난 아닌 비판을 받아야 하나? 장가 한 번 못가 독거노인으로 살아가는 형님께 매월 일정금을 송금까지 하며 살아가는 내가..
좀 먹고 살만하니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꿔 달래서 주었더니 갚기를 하나 달래기를 했나? 많은 금액이 아니더라도 용채로 쓰라며 매월 꼬박꼬박 이채를 시켜 주었더니 한 푼도 받은 적 없다며 소리 지르는 형님 때문에 그동안의 통장까지 보여 주었는데….내가 왜? 잡놈 취급을 받아야하는지…많지 않은 부모님유산은 내겐 땡 전 한 닢 안 주고 저희들이 찢어 발겨놓고..이런저런 사연을 생각하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형제자매들이지만 그래도 늙어 함께 살자고 했던 내가 왜? 인간취급을 못 받고 잡놈이 되어야 하는가? 왜? 왜? 왜?
담배 값이 올랐단다. 안 피우면 얼마가 세이브 될까? 소주를 하루에2-3병 마셔야 한다. 깡 소주 가 아니다. 매형은 식도락가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그런 것들을 절약하면 난방비는 나오지 않을까? 먹을 거 마실 거 다 하고 오들오들 떠는 모습을 상상하면 혹시라도 전열기가 과열이라도 된다면???매형으로부터 인간취급을 못 받아도 좋고 형제자매로부터 잡놈 취급을 받아도 좋으니 이 겨울 매형께서 무사하시기만 빈다.(전기료를 비롯해 공과잡비도 마찬가지다. 전열기는 어디 공짠가? 아니 요금이 문제가 아니라 과열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이런 썰을 풀게 된 동기는, 첫 회에 언급했지만 주은택형님의 애틋한 누님에 대한 사자곡(思姉曲)을 보고 문득 부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내 누님과 비교를 해 본 것이다. 그래서 지난 번 누나가 매형 김장을 한다며 내려 왔을 때“누나 이 거는 인사가 아니잖아?”누나가 함께 한다면 천년만년 함께 할 수 있지만,,,,,진짜로“누나 이 거 인사가 아니다”그 다음 날 누나는 서울로 올라가며“매형은 올 겨울만 나고 올라갈 게….”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씨팔~! 이게 뭐야!? 괜히 쫓아내는 것 같이 마음 아프고 콧등이 시큰하게 만들며….씨팔~! 자꾸 입속으로 욕이 구르며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씨팔~!
BY SS8000 ON 12. 14, 2015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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