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네가 약1년 산 것 외에 아래채가 비어 있은 지는 5년 정도 되었다. 전세를 놔라, 사글세를 달라…마을양반들이 알음알음 청해 왔지만 따로 생각이 있었다. 서울 방화동의 작은아들 집 근처에서 홀로 사시는 장모님(87세)을 모시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아직은 육신 멀쩡하고 정신도 맑으니 혼자 끓여 잡수시겠다며 극구 사양해 오신 터다.
然이면, 비어있는 집이 너무 아까워 살붙이 중에 누구라도 내려와 함께 여생을 보냈으면 하고, 역시 서울 한 모퉁이에서 홀로 사시는 형님 더러 독거노인 생활 그만하고 함께 살자며 거의 애걸 하다시피 했지만 본인의 고사로 무산 된 가운데, 위암 초기에 대장암 초기진단을 받았다는 큰누나 내외가 내려 온 것은 지난5월 하순이었다.
누나 내외가4-5개 월 함께 했던가 싶은 어느 날 갑자기 누나는 서울을 가야된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서울 간다’는 진의가 확실치 않아 잠시 이곳을 떠나는지 아니면 가끔씩이라도 다녀갈 줄 알고 그러려니 했었는데 얼마 뒤 알고 보니, 이곳에 내려오기 전 다녔던 빌딩 청소 일을 다시 하게 됐고, 사글세방까지 얻었으니 이곳 생활을 아주 접겠다며 마지막 통보를 해 온 것이다.
새마을운동 해가며 잘 살아보세~!하자는 건 아니지만 피차 늘그막에 아래 위채 의지해 가며 살자고 뭉쳤을 때는 언제고, 졸지에 이곳 생활이 싫다며7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얼마나 더 잘 살겠다고 청소자리를 얻어 떠날까를 생각하니 못 먹고 못 살아서가 아니라 사람의 욕심이 저 정도인가 싶은 게 서글픔마저 들었던 것이다.
머…평양감사도…그러할 진데, 도저히 이곳 생활을 할 수 없어 떠나는 누나를 무슨 수로 잡을까. 문제는 매형은 남겠다는 것이다. 매형은 이곳이 정말 너무 좋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곳 생활 몇 개월 만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던 게 말짱해 졌다는 것이다(믿거나 말거나...). 좋은 게 좋은 법. 매형인데….비록 누나는 떠났어도 휴일엔 내려와 매형의 뒷바라지를 해 줄줄 알았다.
매형은 젊은 시절부터 허리가 좋지 않아 늘 구부정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내일모레면80이 되는 양반이다. 그런 양반이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주방에서 왔다 갔다 하는 그림자가 비칠 땐 뒤 꼭지로 김이 모락모락 오르며 부아까지 치밀어 오른다. 저 양반 저러다가…?
솔직히, 얼굴을 대면하면‘식사는 하셨어요?’하는 정도이지 웃어른 모시듯 옷깃을 여미고 무릎으로 기어가‘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며 문안드릴 수는 없다. 그런데 혼자 살림을 하니 문을 닫아 놓으면 사람이 안에 있는지 없는지, 자는지 깨어 있는지 심지어 밤새 무슨 일은 없는지? 한마디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고 어떨 때 캄캄한 방안을 훔쳐보듯 들여다 보면 짜증까지 동반하는 것이다. 비록 아무것도 해 주는 것 없지만 온전히 상전 아니면 어른 한 분 모시는 것과 진배없다. 심사가 그렇다는 것이다.
언젠가 솔직한 그런 심사를 표현했더니 극렬하게 손사레를 치며“내 걱정은 조금도 말라!”며 별 걸 다 걱정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니 그 또한 더 이상 말을 못하겠다. 또 그럴 것이 사실 매형이 젊은 시절부터 그렇게 생활해 오며 두 아들을 키웠던 전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누나 내외의 소생은 아들 둘 이었다. 그중 작은놈은 소위 명문대를 나와 모 재벌기업에 취업하여 제법 아들노릇 좀 하나 했는데, 그렇게 건강하던 녀석이 백혈병으로 그만....그 아이가 세상을 등지자 그 충격이 오죽했을까마는….어쨌든 그 아이들을 매형이 직접 끓여 먹인 전력(?)이 있기에 그 점은 안심을 하지만, 그것은 젊었을 때의 얘기고….
그 전에…매형의 이력은 소위KS마크 출신이다. 본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든지 기억력도 그러하고 박학다식하여 세상에 모른 게 없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다. 우리 속언에‘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저녁거리가 간 데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
BY SS8000 ON 12. 12, 2015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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