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택배 기사가 망가트린 cctv.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이실직고 하고 현장을 떠났다.(이 글을 쓰기 위해 좀 전 일부러 며느리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어제는 아내와 근 한 달 만에 서울 집을 갔다. 손녀들도 보고 싶고...또 가끔은 달갑지 않은 공기지만 도시의 공기도 아주 가끔은 호흡해야 촌 놈 소리 안 듣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앞산이 북한산이다. 가끔씩 서울 집을 갈 때마다 거실 창을 통해 올려다보는 보현봉, 사모바위, 비봉 등등.... 아! 답답하기는 해도... 그래도 서울은 서울이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들과 며느리는 꼭 참석해야할 지인의 결혼식에 가야한다며 죄스러워 한다. 그럴 거 없다며 호탕하게 그리고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뒤풀이까지 하고 오라며 응원(?)까지 해 주었다.
해 질녘 쯤 이었을 것이다. 요비링이 울린다. 화면을 켜고 바깥을 보며“누구십니까?”,“택배여라~!”지지잉~ 대문을 열어주고 현관문을 나서니 뭔가를 한 짐 내려놓고 뚱한 얼굴로 뒤도 안돌아 보고 나간다.(난 글마의 얼굴을 잘 안다. XX택배기사로 7-8년 또는 10년 가까이 우리 서울 집 동네를 담당하는 친구다. 내가 이곳으로 내려오기 전부터 그 자의 얼굴을 기억하지만,, 참, 불친절한 놈으로 기억 된다. 짙은 억양의 아랫녘 사투리로 언제나 퉁명스런 그런 친구.)“수고 하셨습니다.(난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꼭 이 정도의 공대는 해 준다.)”라는 인사를 했음에도 들은 척도 않고 대문을 나선다. 그것도 우리 대문과 무슨 원수가 졌는지 부셔져라..하고.)
내려놓은 짐을 집안으로 들이고 얼마 후, 또 요비링이 울린다. 역시 화면을 쳐다보며“누구십니까?”,“아! 사장님! 문 좀 열어 주씨요이~!”,“왜요? 뭣 때문에요?”,“택배 기삽니다요이~”,“왜 뭐가 잘못 됐어요?”,“아! 그렁게 아니라요이...지가요이~실수를 혀꾸마니라요이~”그러면서 화면을 자세히 보니 기사의 손에 뭔가 쥐어져 있다. 그래서 대문을 열고 나가보니 무슨 부속 비슷한 것을 들고 서 있다. “그게 뭡니까?”,“아따! 지가요이~ 차를 빠꾸하다가 요거슬 망가트려씁니다요이~”,“그게 뭔데요?”그러면서 그의 손가락을 쳐다보니 방범CCTV카메라를 망가트린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나로선 할 말이 없었다. 그걸 어떡하다가 망쳤냐고 혼을 낼 수도, 당장 물어 내라고 소리 칠 수도. 평소에 삐딱하게 본 친구이지만 그런 실수를 이실직고한 친구에게 그 어떤 반응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 예~에~에~! 뭐 어쩌겠어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알았습니다.”더 이상 어쩌겠는가? 그리고 그 친구는 휑하니 차를 몰고 갔다.
서울 집을 가긴 하지만, 하루 밤 보내는 게 고역이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울 집에서 잠을 잔다는 게 너무 싫다. 천등산 박달재의 맑은 공기가 정말 그리워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갑시다. 갑시다. 나 너무 답답해!”,하루 밤 묵고 가자는 아내에게“그럼 자기는 자고 와! 내일 고속버스 타고 내려와! 내가 터미널로 데리러 갈게!”그 말에“참~ 성질머리 하고는...”이라며 어쩔 수 없이 아내는 따라 내려오곤 한다.
어쨌든 아내와 가자 커니 하루 밤 유숙하자 커니 하는데 아들과 며느리가 돌아왔고, 주무시고 가라는 며느리의 간청을 뿌리치고(아! 떠나기 전 택배기사가 cctv망가트린 부속을 전 해줌)나의 홈 스윗 홈 천등산 자락으로 돌아왔고, 막 옷을 갈아입는데 전화가 울린다. “잘 도착하셨어요?”,“오냐! 지금 막...”,그런데 며느리는 잠깐만요~라며 아들놈을 바꿔준다. 그런데 아들놈이 전화를 바꾸자말자“cctv이가 완전히 망가졌는데요?”라며 말꼬리를 높인다.“그래서!? 어쩌라고?”,“전화번호라도 알아 놓으셨어요?”,“임마! 지가 잘못 했다고 이실직고 하는데 어떻게 박절하게 그러냐?”,“그래도 이거 많이 비싼 건데...”,“비싸도 할 수 없지...그걸 어떻게 변상하라고 그러냐? 그냥 방범회사랑 잘 타협 해 봐!”찝찝해 하는 아들과 통화를 끝내고, 아내에게“근데 말이야! 그 친구 왜? 이실직고 했지?”그러자 우리 마누라“cctv이니까 했겠지... 다 촬영 됐을 거 아냐?” 하긴...아내의 얘기가 맞는 얘기 일 것이다.
쩌~거 아랫녘. 내게 미운 털이 박힌 택배기사 고가(?)의 방범 카메라를 망가트렸다고 이실직고 했을 때, 그 모든 것이 용서가 됐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어떤 장소나 어떤...그 무엇이든 첨부터 이실직고하며 털고 가는 것은 어떨까? 그리하면 용서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나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열 개 스무 개의 거짓말이 파생 되는 걸 왜 인간들은 모를까?
비록 어쩔 수 없고 웃기는 이실직고 이지만 그게 오히려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착한 이실직고 인 것이다.
2014-11-30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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