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여행기라고 썰 제목을 붙여놓고 보니 많은 부담이 간다. 여행기라 하면 그래도 장시간 현지에 머물며 요목조목 살펴보아야 할 텐데, 짧게는4-5일 길어야 일주일여를 주마간산 식으로 대충 훑어 본 것을 가지고 마치 여행지의 풍물을 다 보고 아는 것처럼 표현 한다는 게 당키나 한 것인가?
여행기하면 그래도 갈리버 여행기나 마로코폴로의 동방견문록 또는 연암 선생의 열하일기 정도는 되어야 세상에 내 놓을 수 있겠는데, 더욱이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곳에도 호주에 직접 살고 계시는 교민도 계실 것이고, 특히 조닷의 유명 인사이신 호주교포’은하수님’께서 사실과 판이한 나의 썰을 보시고 손으로 입을 가리시고 웃으실까 더욱 두려운 것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남대문현판이 남대문이냐 숭례문이냐 또는 그 현판이 가로로 걸렸느냐 세로로 걸렸느냐의 입씨름은 촌놈이 난생 처음 서울구경 갔다가 귀향한 후에 발생한 문제들 아니던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은 카메라라는 것이 있어서 주마간산(走馬看山)하는 마당에도 얼마간의 풍물을 찍을 수 있으니 어떤 것은 좀 우겨도 될 성 싶다.^^*
사실 멜번 공항에는 아들놈이 마중을 나온다고 했으니 크게 염려는 하지 않았다. 김치 때문에 이런저런 쪽을 팔고 난 뒤 이미그레이션의 절차를 밟은 다음 입국장을 빠져나오니 잘생긴(어제 사진이 좀 그래서 그렇지 아들 녀석 정말 웬만한 탈렌트 뺨친다.^^*머리에 든 게 없어서 그렇지, 중국어 잘 하지요,,,영어도 이젠 좀 되고 좀 더 있으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이 아비의 보따리장사 가업을 이어 받을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다. 며느리 될 사람 없나?^^*한 가지 단점은 너무 내핍생활을 하려고 하는 점이다. 그렇다고 자린고비는 아니니 안심하기 바라고…) 내 아들이 저 보다는 좀 덜 잘 생긴 청년을 소개시킨다. 비슷하게 생겼으니 원산지(origin)가 메이드인 코리안 줄 알았다.’너는 호주에 온지 몇 년째냐?’라는 나의 질문에”아버지 얘 한국애 아녜요’,’그래!? 그럼 일본 애냐?’,’얘 중국 애 예요.’,’으응~그래!? 그럼 대화가 좀 통하겠다.’
이름은’지미’란다. 나이는 아들놈 보다 두 살 아래 이고, 고향은 복건성 푸조우시(福州市)이며 호주에 온 것은5년 전이며 올해가 졸업반 이란다. 아무튼’헤이~!지미! 니들 대화 나눌 때 영어로 하냐? 중국어로 하냐?’라고 묻자 지미는 한참을 머뭇거리기에, 내친 김에’지미 부탁한다. 헨리(아들 녀석은 학교에 가자마자 영어식 이름을 지었단다. 헨리라고…아~! 그 거 말 되네^^* 마지막 잎새의’오헨리’도 있지 않은가^^*)와 대화는 가급적 영어로 해 주렴, 저 아이는 거금을 들여 영어를 배우러왔지 중국어를 배우러 이곳까지 오지 않았음을 너는 알 것이다.’잘못하는 콩글리쉬로 떠듬거리자 지미의 호쾌한 한마디의 대답은’오우케이~돈워리’란다.(아~! 이쯤에서 혹시 인주형이 썰을 보고 계시면’Marty Robbins의 Don’t worry about me!’라는 노래 한 곡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못 보셨다면 모드리게님이나 그 외의 다른 분께서라도….^.^;;)
지미는 학생신분으로 알바를 열심히 하여 일제 렉서스 신형차를 몰고 있었다. 기특하게도 지미는 친구의 아버지가 온다고 제 차를 몰고 공항까지 영접을 나온 것이다. 문제는 공항에 나올 때는 쉽게 나왔는데 공항에서 예약한 호텔이 있는 시티(다운타운)까지 가는 데 무려2시간 반 이상을 헤맸다는 사실이다. 가까스로 호텔을 찾아 문 앞에 내려주는 지미에게 호주 달라$200을 쥐어주니 한사코 받지 않겠다고 하기에 떠나는 차의 앞문을 열고 던져 넣었다.(뒷날 얘기지만 아들 녀석의 친구(남녀포함)들을 저녁초대를 하루 했었다. 지미는 그때도 그 돈을 꺼내서 내게 주려고 애를 썼다.)
드디어 호주에 묵을 호텔에 도착했다. 글쎄다. 각국 호텔의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이 다르겠지만(대개는 오전 11시 기준), 호주는 체크 인 시간이 오후 두 시로 되어있다. 수속을 밟고도 두 시간여의 시간이 남아돈다. 어차피 갈 곳도 없고 여장(旅裝)을 호텔에 맡기고 거리로 나섰다. 아들 녀석의 안내로 멜번 시내 중심을 흐르는 얄라(Yarra)강가로 나갔다. 순전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사진>
멜번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신록은 아니지만 겨울임에도 지상의 칼라가 녹색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 걸 한겨울이니 옷을 단단히 준비하라는 여러 곳의 주문을 받았다. 호주의 겨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우리네 초봄 정도의 계절로 보면 될 것이다. 거리엔 실제 두터운 오버코트도 있지만 반바지 차림도 눈에 뜨인다. 이른 아침(섭씨5-6도)만 지나면 낮기온은 봄날씨로 보면 될 것이다. 약간 연무가 끼어서 그렇지 육안으론 완전한 녹색이다.
얄라 강의 모습. 폭(약6-70m)은 그리 넓지 않지만 너무도 잘 정비가 되어있고, 유람선 겸 수상택시가 손님을 기다리며 떠있다. 한강도 곧 저렇게 된다고 하니 기대해 볼까나? 삶이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들이 무척 부럽다.
BY SS8000 ON 9. 30, 2006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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