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그러한즉 이PD네도 어쩔 수 없다며‘조심해서 빨리 다녀오시라’며 격려까지 해 준다. 폭설은 내려 정강이까지 빠지고 사위는 어둠에 쌓여 무섭기 조차한데 그나마 라도 내가 그 눈길을 뚫고 처형을 구조하러 간다고 했던 것은,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지만 믿는 데가 있었다. 이미 일반차량은 다니지를 않고 아니 다닐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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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가 이곳에 내려온 게 벌써 열흘이 넘었다. 쌍둥이 동생’주아’의 장염이 언니’수아’에게 옮겨 아직도 병원을 드나든다. 다행히 이제 그만하여 내일 쯤 서울 저희 집으로 데려다 줄 생각이다.
지난 달 아내를 위해 새 차를 한 대 뽑았던 것이다. 기왕 뽑는 거 시골생활에 걸 맞는 튼튼한4륜 구동차량을 마련한 것이다. 사실4륜구동의 위력이 어떤 것인지 몰랐고 또 한 번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던 터다. 이토록 폭설이 내린 가운데 4륜구동이라는 게 제대로 실력(?기능)을 발휘할까? 하는 두려움. 4륜구동은 웬만한 험로도 무사히 간다는데…하는 기대감. 그런 두려움과 기대감을 안고 차에 시동을 걸자 이 정도의 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폭설로 덥힌 전인미답의 산골길을 무사히 달려 처형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한 것이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목적지까지 1k밖에 안 남았다니 어쩌면 나 보다 먼저 도착했을 것이라는 참으로 착한 생각을 가졌다. 내가 도착한 후10분 2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약속장소를 서로 잘못 이해를 했나? 아니면 이 여편네가 사고가 났나? 별의 별 방정맞은 생각이 고개를 든다. 전화를 걸자니 이 눈길에 운전 중 전화를 받다가 사고라도 나면…그 사이 얼마간 취한 이PD는‘왜 빨리 오시지 않느냐?’며 두 차례나 전화가 온다. 어쩔 수 없이 처형에게 전화를 건다.“아니!?1k오는데 몇 시간 걸립니까? 도대체 지금 어딥니까?”,“아유~! 죄송해요 제부! 차가 영 나가질 않아요! 빤히 주유소가 보이는 데도 갈 수가 없으니…죄송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아아~이~!c發정말 미치겠네! 망할X같으니…(요건 처형과 전화를 끊고 난 뒤의 표현이다. 내가 아무리 불학무식해도 이 정도는 아니다 뭐.... )”
사정이 또 이랬다. 처형이1k밖에 안 남았다고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폭설로 주유소 위쪽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그런 관계로 차가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물론 이런 불상사(?)는 처형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1k밖에 안 남았다고 할 때 그런 정황을 설명 했어야 하는데 그냥1k남았다고 했으니 무조건 구조를(?)나왔던 것이다.
아무튼 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처형을 구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 반을 기다리는 동안 술이 취한 이PD는 10여 차례도 더 전화를 한 것 같다. 빨리 오시라며…그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나의 머리, 나의 입에서 어떤 반응이 나왔을 것이라는 건 이 썰을 읽는 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솔직히 차에 오르면 처형이고 뭐고 간에 발길로 걷어차고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렇지만 처형이 저만큼 보이자 그래도 안도의 한숨이 조용히 나오고…차에 오르는 처형에게“무슨 놈의 여자가 그렇게 똥고집입니까? 눈 올 것이니 가지 말라고 했을 때 안 갔으면 됐잖아요?”,“죄송해요~!죄송해요~!”거듭 죄송하다는 여편네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성능 뛰어난 4륜구동의 경쾌한 굉음을 뒤로하고, 차 안은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집으로 돌아온즉 이PD는 이미 돌아가고 없다. 죄스런 마음에 전화를 걸자‘산까치’가 받는다.“아유! 죄송합니다. 막 도착했는데 왜? 가셨어요?”,“아우~!아녜요! 이 사람 지금 취해서 잠들었어요.”,“아무튼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질 좋은 중국 꼬량주 마오타이의 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주선(酒仙)급에 속하는 이PD가 대취를 했다니...)
쌍둥이들의 재롱이 산골의 여유를 더 한다. 세상 이래서 살만 한 거 아닐까?
다음날 아침. 세상은 눈부신 은빛이다. 앞집 장씨네, 언덕 위의 김씨네, 천등산 주봉 바로 아래 된장공장 이곳저곳에서 군불 때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야말로 쾌청하고 상쾌한 아침이다.‘오늘 오후부터 또 눈이 온다지…?’아래 채 쪽을 바라보니 엊저녁 그토록 속을 썩이든 처형이 왔다갔다 한다.“쌀 있어요!?”,“아~!예! 며칠 전1포대 샀어요! 근데 쌀은왜요!?”,“됐어요! 쌀 한 포대면 두세 달은 버티겠네요! 눈이 아무리 와도…”,“호호~하하~~”같은 말을 아내에게도 했다.“우리 쌀 넉넉하지? 석 달 열흘 정도는 버틸 수 있지?,김장도 잔뜩 했고, 장작도10톤이나 준비했고,…”그러고 보니 그제 눈이 잠깐 쉬던 날 예비용 난방기름 세 드럼도 보충하여 만탱크를 준비했다. 눈 아니라 세상이 꽁꽁 얼어도 석 달 열흘 버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누군가 또 다른 속만 썩이지 않는다면 나와 아내는 이 깊은 산골의 여유를 만끽하며 기~인 겨울을 보낼 것이다.
BY SS8000 ON 12. 8, 2012 씀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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