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碧眼)이라는 건 글자 그대로 파란 눈을 의미한다. 즉 검은 눈동자를 가진 우리와는 다른 서양인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서양인이라고 하여 눈동자가 모두 파랗지는 않다. 무슨 노래인가‘beautiful brown eyes’라는 대목이 있는 걸 보면 갈색 눈을 가진 서양인도 많은 모양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서양인을 가리킬 때 통칭 벽안(碧眼)이라고 한다.
아무리 연장이라도 남녀가 유별하고 우리 집에 찾아 온 남의 눈을 빤히 들여다 볼 수도 없고,그냥 파란 눈의 아가씨인 줄로만 알았다. 늦은 밤 수인사를 나누고 집안의 집기나 화장실, 현관문 여닫는 것 등등을 알려주고 위층 전체를 쓰도록 하고 천등산 자락으로 내려갔었다. 그랬던 그들이 이번엔 지난 연휴 때 천등산으로 내려와 며칠을 묵은 뒤 전국일주를 떠났다.
얘긴 이랬다. 작은딸아이가 영국에 약3년 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스위스에서 유학온 아이와 룸메이트가 되었었는데, 다행히 죽이 잘 맞은 모양이다. 한가한 틈을 타 그 스위스처녀와 함께 그녀의 집에서 일주일을 묵었던 적이 있었고, 그 후 각자 헤어졌으나 여전히 교류를 가졌는데 그 스위스처녀가 결혼을 하게 되어 신혼여행을 한국으로 오고 싶다는, 그것도 3주일간을….
지난날 신세진 것도 있고, 남의 은혜를 입었으면 꼭 갚아야하는 오가문의DNA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아비와 어미에게 상의를 해 온 것이다. 신세를 졌으면 당연히 갚아야 하는 것은 우리 집안의 전통(?)인지라, 3주일씩이나 호텔 묵을 것 없이 우리부부가 천등산 자락에 있으면 서울 집이 빈 집(위층: 아래층은 딸아이부부)이 될 터이니 그 부부를 집으로 불러라.(세컨 하우스가 있다는 건 이럴 때 좋은 거다)
하여 방 하나를 이것저것 다 들어내고 도배도 새롭게 하고 침대와 시트도 정갈하게 새로이 놔 주고 심지어 컴까지 세팅(노트북은 가져왔음)하며 아예 임시 신방을 꾸며주고 내려왔었는데, 그들은 그곳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일주일간 서울 곳곳 관광을 마친 뒤 천등산박달재로 내려왔던 것이다.(이번 연휴기간동안 온 가족이 이곳 천등산자락에서 제1차 회합을 가졌음)
사흘을 이곳에서 묵었으니 거의 가족처럼 지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무심결에 파란 눈의 이방인 얘기를 하는데 딸아이가‘아빠! 쟤 파란 눈 아냐! 갈색이야!’ 그때서야(마누라와 딸 등 온가족이 있었으니…)그 스위스 신부의 눈을 보니 정말 갈색이다.
그 아이들이 그제 떠났다. 제천-원주-강릉-속초에서 며칠 묵고 다시 경주-통영 등등에서 묵은 뒤 상경하여 떠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대한국민의 좋은 점, 좋은 것들만 기억하고 추억했으면 한다. 이런 것도 민간외교가 아닐까 생각하며….
<사진>
이곳을 떠나며 사진 한 장 찍자고해…쌍둥이 수아와 주아는 아무래도 이상한 모양이다. 계속 두 남녀만 쳐다본다. 스위스처녀는’파비안나’라 했고, 신랑은’보리스’라고 했고’오스트리아’청년이며 한국으로 여행을 오기 위해 얼마간의 한국어를 공부했다며 혀 짧은 말들을 했다. 김치도 좋아하고 매운 음식도 잘 먹고 순대국과 번데기를 정말 맛있다며 호들갑을 떤 순수청년이다. 떠나며 스위스에 꼭 한 번 오라는데…글쎄다. 꼭 초청이 아니더라도 스위스는 아직 미답이다. 꼭 가봐야지...
BY SS8000 ON 5. 30, 2012 씀.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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