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일어난 아내더러“밤새 공부는 좀했는가?”묻자,“잠이 와서 도저히…”,“ㅎㅎㅎ.. 그러면 그렇지 다 늙어서 활자가 눈에 또 머리에 들어오겠어?”,“그냥 대충 좋은 얘기 같으면 답으로 만들지 뭐!”그런 식의 대화를 나눈 뒤 아내는 역시 병아리 색깔의 운전학원교습차를 타고 학원으로 갔는가? 했는데 점심 때가 좀 지나서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나 오늘 시험 어떻게 됐게?”,이쯤 되면 재차 묻고 말고도 없이“어!? 자기 합격했구나?”,“응!ㅎㅎㅎㅎ….”그리고 또 다음날“나 오늘은 기능시험 합격했어!”라는 아내의 흥분 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기능시험까지 합격한 아내는 서울 집을 일주일 간 다녀오고 지난6월1일 금요일 도로주행시험을 보러간다기에 일사천리로 막힘없이 척척붙는 아내의 실력을 믿었으나 오후 늦은 시간에 풀이 죽어 돌아온 아내의 모습만으로도 미역국을 먹은 것은 불문가지였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재도전에 나선 아내는 자랑스럽게도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귀가를 했던 것이다.
요즘 운전면허가 아무리 쉽다고는 하지만 운전면허 도전 일주일 만에(날수로…)면허를 취득한 다는 것은 아내의 숨겨져 있든(사실 평생을 두고 운전면허는 못 딸 것으로 치부했었다)내면의 그 무엇인가가 정체를 들어 낸 게 아닐까? 결혼생활36년 차에 들어섰지만 아내에겐 가끔 놀랄만한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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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랑스런 운전면허증. 그런데 요즘은 갱신기간을10년씩이나 주는 모양이다. 세월 참 좋다.
막상‘아내의 해방’이라는 소제를 달고 썰을 풀어나가려니 마치 그동안 아내를 어지간히 억압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아 좀은 부담이 간다. 글쎄다. 생각 나름이겠지만, 억압이라면 억압이고 아내를 지극히 사랑했기 때문이라면 또 변명이 될는지 모르겠다.
이 썰을 시작하며‘뉴욕의 주은택 형님’말씀도 계시지만‘마누라 운전 가르치다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라는…..끔찍한(?)경고. 사실이 그랬다. 나라고 왜 아내에게 운전을 직접 가르치려고 시도했던 적이 없었겠는가.
80년대 후반 인천의 상황 특히 구월동과 건너편 관교동 그리고 남동공단일대는 도시계획(주택단지조성)상 잘 정비된 운전교습소 같았다. 주택단지가 조성되었지만 주택은 지어지지 않고 일단 도로 먼저 잘 정비되어 있는 그런 상태였다. 또한 차량도 그리 많지 않던 그런 시절 운전을 배우기로하면 그만한 장소도 없었고 그런 장소가 바로 집 앞에 전개되어있었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아내를 데리고 몇 차례 나갔지만, 그럴 때마다 욕설과 인격무시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감히 상상도 못할 패악(?)이 아내에게 저질러졌던 것이다. 그 결과로 티격태격하다 보면 결국 다른 감정의 찌꺼기까지 동원되어 큰판의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정말 때론 사네 못 사네까지 막말이 오가는 것이었다. 끝내는 나도 아내도 운전교습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에서야 솔직한 표현을 하자면 아내의 운전교습을 그만두자고 제안한 것은 나였고, 그 이후로도 가끔씩은 아내가 운전을 배우고 싶어 했지만“그 까짓 운전은 배워서 무엇하느냐?, 당신은 절대 운전 배울 수 없다.”는 등등으로 아내의 운전면허취득에 대한 열정을 은연중 방해 내지 의욕을 꺾은 것도 나였던 것이다.
80년대 후반들어 국민의 생활이 향상됨과 동시 면허취득자와 자가용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런 고무적인 현상 뒤에는 독버섯 같은 사회악이 만연하는 동기도 함께 늘어났던 것이다. 이른바 돈 많고 할 일 없는 유한마담들의 엽색행각이 그것이었다. 자가용을 몰고 교외로 빠져나가 남편들 몰래 바람을 피우는 사건이 비일비재 했던 것이다.
물론 내 마누라가 돈 많은 유한마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운전을 배우면 자가용이라도 몰고 나가 바람을 피우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라는 옹졸한 강박관념이 젊은 시절의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내의 운전을 배우지 못하게 방해공작을 벌였던 것이다. 그렇게 옹졸하고 치졸한 생각을 바꾸고 거나하게 한 잔 한 뒤 아내가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하는 꿈을 꾼 것은 아마도 아내가50줄이 넘어서 아내가 할머니가 된 뒷날의 얘기였던 것같다.
아니한 말로 이제 다 늙은 여편네를 꿰어 차고 갈 놈도 없겠지만, 설령 그런 일을 시도하는 경우가 혹시 있더라도 아내의 순정, 아내의 나를 향한 일편단심의 부덕(婦德)은 흔들리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아내와36 년 간의 부부생활은 그런 것들을 충분히 알고 남음이 있기에 이참에 운전면허증이라는 이름을 빌려 아내를 해방 시켜주고 싶고, 그래서“아내의 해방”이라고 감히 선언해 보는 것이다.
덧붙임,
여보! 마누라! 이젠 면허가 있으니 갈 수 있는 곳이라면 가보시오. 내가 이렇게 허락을 하지만 당신 나 없인 한 발작도 혼자서는 못가지? 어쨌든 이제 나는 늘그막 소원성취를 했다. 거나하게 취해도 언제고 아내가 모는 애마를 탈 수 있으니….그나저나 아내의 운전면허취득기념으로 무슨 차를 사줘야하나? 고민이 된다. 산골 살이 하려면 화물차가 필요한데1톤짜리 화물차? suv? 세단? 아무래도 화물차를 사서 빡세게 돌리면 시간이 없어서 바람 못 피겠지??ㅋㅋㅋ크~ㄱ
BY SS8000 ON 6. 7, 2012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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