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우리 집 비닐하우 앞에는 컨테이너가 하나 놓여있다. 이놈 때문에 한쪽 비닐하우스 입구는 드나들기가 좀 그렇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처제의 부탁이고 동서의 부탁이라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두게 했는데 시야가 가려지니 답답한 것은 사실이다.“형부 늦가을이나 내년 봄에 다시 가져갈게요.”,“좋을 대로 해! 나야 뭐...좀 답답하긴 해도 금년 비닐하우스 농사 거의 끝났고...가급적 빨리 치우기나 해!”,“네에~! 알았어요! 형부!”이상은 처제와 나눈 대화다.
내가 천등산 자락에 정착을 한다고 하자 처제도 처형도 함께 따라 내려와서 한 필지의 땅을 사서 정확하게 반반으로 나누었다. 처형은 작년 겨울에 귀촌농가보급을 위한 융자신청을 하고 돈을 보태서 번듯한 30여 평의 집을 짓고 입주를 한 상태이고, 처제는 굳이 빚(융자)을 내어 집을 지을 필요는 없다며 내년 또는 내 후년 자력으로 집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돈에 관한 철저한 생활신조를 가진 처제다운 발상이다. 어떨 땐 얄미울 만큼 야무지다. 특히 가끔씩 치는 고스톱에서 처제(동서)에게 한 번도 돈 을 따 본 적이 없다. 알고 봤더니 남양주(처제는 이곳에서 살고 있다)에서 부부타짜로 소문이 자자하다는 거다. 아무튼 돈 몇 푼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도 승부라고, 말은 안 했지만 칠 때마다 부부합작으로 앞에서 톡톡 잘라 먹을 땐(네 번인가 부부에게 당했다-.-;;;)약이 바짝 올랐던 경험이 있다. 이젠 절대 안 치지만...
내 보기엔 성격은 그만하면 무난한데...금전 문제가 대두 되면 그만 악녀로 변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저 여자가 그런 여자가 아닌데...’하며. 그런데 그 원인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 그 전엔 안 그랬는데 바로 동서 되는 놈을 만나고 부터였던 것 같다.
동서, 참 착실한 놈 같기는 하다. 처제가 처음 이놈을 만나 결혼을 한다며 제 친 오빠(내게는 처남인...)가 둘씩이나 있음에도 나한테 먼저 선을 보였다. 솔직히 보는 순간 맘에 안 들었다. 짙은 호남말씨였기 때문이다. “고향이 전라도 어디 쪽인가 봅니다?”,“아닙니다요! 부엽(충남부여)니다요!”아무리 들어도 전라도하고도 광주나 그쪽 방면인데..끝까지 부여라는 거다. 광주면 어떻고 부여면 어떠하리 처제가 좋아서 결혼을 하겠다는데. 어쨌든 둘은 결혼을 했다.(그 이후 동서는 아버지가 광주 인이고 엄마가 부여 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광주에서 낳고 자라다 사정이 있어 부여외가에서 성장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끔씩 전라도 사람들 욕을 마구한다. 저는 죽어도 전라도 사람이 아니라며...)
이 작자가 술을 한 잔도 못 마신다. 마시는 걸 본적도 없거니와 어느 누가 권해도 술은 절대 안 마신다. 그런 면으론 참 착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술을 안 처먹어 그런지 융통성이 전혀 없다. 1+1은 절대 값 2밖에 모르는 진짜 꽉 막힌 놈이다. 그런데 이 작자에게 이상한 버르장머리가 있다. 인생 선배로 또 처갓집 선배로 무슨 조언이나 충고를 주면, 제 맘에 안 들면 주둥이 댓 발 내밀고 잠수하는 버릇이 있다.(현재도 두 달 넘게 잠수 중이다.) 아무리 달래도 지 기분 풀리기 전까진 몇 달이가도 주둥이를 안 여는 좀 특수한 놈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굳이 동서 되는 놈과 반목할 필요도 없고 어떨 땐 저 만큼에서 끓어오르는 걸 많이 참기도 한다.
지난 늦가을 처제는 정식 집을 짓지는 않았지만 약8-9평의 방갈로 비슷한 오두막(정식 허가를 낸)을 지었고 그 옆에 컨테이너를 붙여서 주말이면 내려와 얼마간의 채소를 가꾸고 있는데 갑자기 동서란 놈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 컨테이너에 잇대어 차고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고급차도 아니고 오래된 고물차 차고를 만든다 할 때부터 개발에 편자 같아 마뜩치 않았는데 제 돈 주고 제가 짓겠다는 대야 무슨 논설을 달겠는가.
얘기를 좀 거슬러 올라가면, 처제의 방갈로는 이곳의 내 집과 처형의 집을 지은‘고 사장’이라는 친구다. 정말 착실하고 착한 친구다. ‘고 사장’의 성실함은 근동에서 알아주기에 이곳 천등산 자락의 10여 채의 새로운 집들은 딱 한 채 빼고 모두 그 친구가 지었다. 그놈의 방갈로 같은 오두막을 지을 때 처제와 동서는 꼴방구리 쥐 드나들듯하며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어떤 것은 요구대로 해 놓았음에도 다시 뜯게 하고...아무튼‘고 사장’이 학질을 때게 할 만큼 요구와 변경이 심했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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