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원주민 양반들의 생활상이 이제 어느 정도 파악이 되간다. 노인회 회장님을 비롯한 이 반장 그리고 몇몇 원주민과 수인사를 나누고 지나다니며 목례라도 주고받으니 이곳 생활에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정이 붙어 간다. 그런데 이 작은 산골에도 뭐랄까? 패거리라고 표현하기엔 외람되고....서로 소통하는 사람끼리만 모이는 게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뭐 하기는 이런 게 인지상정이고 사람 사는 모습일 것이다.
이곳에서 나와 가장 먼저 부딪히며 기 싸움을 벌인 이 반장은 내가 형님이라는 호칭을 씀으로 요즘은 너무 자주 찾아오고 지나치게 친절을 베푸는 통에 어떨 땐 부담이가고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심지어 지나가는 말로 울안의 텃밭을 갈았으면 좋겠다는 내 말을 듣고, 서울 집에 볼 일이 있어 다녀왔더니 나 없는 사이에 정말 깨끗하게 갈아 놓기까지 했다. 어쩌겠는가. 오는 정이 있는데 가는 정이 없으면 세상 삭막할 것이다. 하여 이 반장님 댁을 찾아가 그냥해 주는 것(밭을 그냥 갈아 주겠다는 뜻)이라고 막무가내로 안 받으려는 것을 일당을 쳐 한 잔 하시라며 억지로 호주머니에 넣고 도망치듯 나왔다.

이 반장 형님이 공짜로 갈아 준 현장(밭)이다. 원래 이곳이 인삼 밭이었으나 4년생 인삼이라는 게 하도 꼬라지가 한심해 과감히 갈아 엎어 버렸다. 이 반장은 그냥 밭만 갈아 주셨기에 내가 풀 뽑기 힘들다며 비닐도 좀 쳐 달라고 부탁한 뒤 비닐 값 명목으로 안 받으려는 수고비를 반 강제로 주고 나왔다.
그랬던 이 반장 형님이 엊그제 집으로 찾아왔다. 말씀인 즉, 아랫마을 노인부부가 사시는데 점심으로 만둣국을 해 먹자며 초청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부부(그날 마누라가 내려와 있었음)뿐만이 아니고 개울건넛집 부부(某방속국 PD라는 설도 있고...무슨 본부장이라는 설도 있고, 정년이 2년 정도 남았다는...아무튼 이 부부도 주말이면 이곳으로 내려온다)도 초청을 받았다면 가자는 것이다. 아직 그 시각까지 세수도 않은 상태고 별로 가고 싶지 않았으나 개울건넛집PD부부와도(향후 이양반이 또 등장할지 모르지만 편한대로 PD로 하자)통성명을 하고 싶고 또 우리를 초청하셨다는 노인부부와도 소통을 하고 싶어 모자를 하나 걸치고 그 댁을 갔다. 물론 그곳에서 주인어르신 내외분과 PD부부와도 수인사를 닦은 것은 불문가지다.

표시 된 장방형이 새 집을 지을 터이고 하단 원내가 지하 벙커 겸 차고지다. 그 앞 쪽으로 새 길을 내야 하는데 토목 및 건축허가 신청을 어제 마쳤다.
그렇게 점심을 맛있게 먹고 헤어질 즈음 PD부부가 저녁은 자신들의 집에서 우거지 뼈다귀 탕을 준비 할 것인 즉 6시까지 모이라고 통보하는 것이다. 물론 그날 저녁6시에 세 가정의 부부와 이 반장 형님(재작년에 상처를 하여서 홀아비임)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부부가 지참한 아끼던 양주와 포도주로 서로 간의 소통을 하고 향후 친하게 지낼 것을 다짐 했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PD부부도 귀경하고 마누라도 서울로 가고 나니 이곳은 또 적막강산이다.

현재 이곳에는 자두, 복숭아, 매실, 사과, 배, 앵두, 포도, 복분자 등등 그외 몇 가지가 더 있는데 그룻 수로는 100여 그루가 넘는 유실수가 있지만, 전 주인 양반이 바쁘다는 핑계로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기에 오늘부터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전지작업 및 거름과 비료를 주기로 했다. 전문가 말씀이 아직 늦지 않았다고 손 좀 보면 가을엔 먹을 만치의 소득은 충분할 것이란다. 이런 게 시골 사는 맛 아닐까? 농사 잘 되면 회원 분들 초청해서 잡수실 만큼 따 가시라고 해야 겠다.^^*
사실 농촌은 지금부터가 농번기에 접어든다. 그런데 이곳은 어쩐 일인지 위도 상 서울보다 훨씬 남쪽임에도 아직 봄이 멀었다. 사돈어른 블로그엔 댁내의 봄꽃이 화사한데 이곳은 산수유가 이제야 조금씩 망울져 움튼다. 이 반장 형님이 밭은 갈아 주었지만 한낮은 그런대로 봄을 만끽할 수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한 관계로 아무것도 파종을 할 수 없다. 주위의 참 농사꾼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곳은 4월말 경이나 되어야 파종을 한단다. 그러하니 아직은 적막강산인 것이다.

이 곳으로 새 길을 내고 드나들 참이다. 옆 집과 문제가 되는 구 길은 타협이 잘되면 울타리나 펜스를 치고 넝쿨장미 또는 화사한 꽃나무로 꾸며 볼 계획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원내가 차고 겸 벙커)
이곳 면소재지에도 크진 않지만 5일장이 선다. 그날은 장날이었다. 향후 텃밭에 뿌리거나 이식할 어떤 모종이 나오는지 또 어떤 화초가 있을지 무료함을 달랠 겸 장 구경을 가려고 차를 몰고 마을회관 앞을 막 지나는 찰나 전화(핸폰)가 온다. 일단 핸즈프리로 전화를 받으며 앞을 바라보니 온 동네 분들이 모여서 무슨 일인가 하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