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오래 전, 그러니까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기 시작하며 친지들에게 좋은 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거의 하나 같이 좋은 땅 소개 보다 먼저 돌아오는 답은“어휴! 요즘 시골인심이 더해~! 시골 사람들이 더 배타적이야~!”그리고 누구누구는 은퇴 후 고향(낙향)으로 가려 했는데 사람도 많이 바뀌었지만 어릴 적 고향의 정서나 인심이 아닌 것을 알고 포기를 했다는 아주 부정적인 얘기만 귀에 들렸던 것이다. 실제 나 자신도 조상님들 선산이 있는 경상도S시의 조그만 산골마을로 돌아가려 분주히 알아보았으나 비슷한 경험을 한 뒤 그만 포기하고 무연고지인 천등산 박달재 기슭에 정착을 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지금 박달재가 있는 천등산 자락의 생활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어쩌다 서울을 들리면 이곳 생각에 좀이 쑤시고 호흡마저 답답해지며 빨리 내려가고 싶기만 하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서울(대처)의 공기가 나빠서만은 아닐 것이다. 시골 살이 그 자체가 즐겁지 않으면 물이 아무리 맑고 공기가 아무리 좋아도 행복하기까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이곳의 내 이웃 중에 개망나니가 있다거나 텃세하는 놈이 있다면 아니면 이웃과 융화하지 못하고 불목을 한다면 공기가, 물이 산천이 아무리 수려해도 살맛이 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얘기를 좀 다른 쪽으로 돌려보자. 나는 가끔“이 놈의 민족은‘배달민족’이 아니라‘배탈민족’”이라는 생각을 한다. 남북이 대치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남쪽이 잘 먹고 잘사는 꼬라지를 못 보겠다는 심사 아닌가? 누가 좀 잘 된다 하면 아니꼽고 배가 아파 오는 게 우리 민족성인 것 같다. 그 뿐 아니다.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닥치면 꼭 비슷한 행태로 앙갚음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심사다. 남자들이 군대를 가면 상급자에게 얼차려나 괴롭힘을 받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고참병이 되면 내가 당했으니 아무 상관도 없는 쫄병을 다그친다. 고부간의 갈등은 또 어떻고. 각각 개인 사정은 다르겠지만 시어미에게 시집살이 당한 며느릴 수록 자신의 시어미 이상으로 며느릴 괴롭힌다.
귀농이나 귀촌을 하려해도 낯설고 물 설은 타관객지의 인심이나 정서를 몰라 막막하고 두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속에서 그 누군가도 처음엔 객지 사람이었을 것이고 처음엔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그 막막하고 두렵고 어려움을 겪었으면 새롭게 이주하려는 후배(?)들에게 어떤 지침이나 조언을 해 주면 좋으련만 마치 군대에서 고참병에게 아니면 시어미한테 당한 며느리처럼 보복(적당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을 해야 되겠느냐 이거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꼭이 우리들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며칠 전 어떤 방송국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귀농에 성공한 양반들이 패널로 나와 그들의 성공담을 곁들여 귀농에 대한 조언과 충고를 전하는 프로를 얼핏 스치며 보았다. 맞는 말인 것 같기도 또 내 경험과는 다른 것 같기도 하여 중간에 채널을 돌리고 말았지만. 귀농과 귀촌은 양상이 조금 다를 수는 있겠다. 귀농은 일정부분 아니면 전부 먹고살기 위한 것이고 귀촌은 귀농과는 달리 유유자적 전원생활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닐까? 따라서 산골(농촌)에서의 생활 모습과 마음가짐이 좀 다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제1조건으로 정착이냐 아니냐가 관건일 것이다. 즉 살고자 하는 마을에 정착을 해야 성공이든 실패든 할 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