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제목을‘귀농’이라고 할까하다가 급히 고쳤다. 농사를 제대로 짓는 것도 아니고 또 지을 줄도 모르면서‘귀농’이라는 붙인다는 게 얼마나 시건방진 짓인지..그런데다 조언씩이나?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 귀농이든 귀촌(전원생활)이든 시골이나 산골로 들어가야 하는 과정은 같을 것이고 또 그곳에서 정착하기 위한 노력이나 몸부림(?)은 비슷할 것 같아서 귀촌 3년 차에 느낀 바를 술회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나니까 그랬을 거다. 이런 걸 오지랖 넓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날은 많이 한가했다. 점심때 즈음이었다. 농번기의 번잡함을 피하고 그야말로 잠시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려 이장, 이 반장, 대기업 다니다 은퇴한 후 최근에 새롭게 집을 지어서 이사 온 최형, 집주인 이 PD, 그리고 나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이 PD네 거목상수리나무 그늘로 모여들어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한가로움을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 이 PD 와이프는 모두를 위해, 현역 미군인 딸내미가 보내왔다는 향 좋은 커피를 끓여 내고.
짙은 향의 커피를 음미하며 개울건너(우리 집 방향)를 바라보니 우리 집 뒤쪽(더 정확하게는 현역 고교교사인 문 선생 네 뒤쪽)으로 측량기사 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이로 내 또래 또는 그 아래쯤의 부부(먼발치로도 당연히 부부로 보이는...)가 함께 열심히 움직인다. “저 양반들 누구지?”내 의문이 떨어짐과 동시“이~이! 저 사람들 저 땅 샀데. 올해 집을 짓는다고 경계측량 하는 모양이여!”라며‘이 반장’은 묻지도 않은 부분까지 자세히 알려 준다.
“그래요!? 형님! 아이고! 그러면 안 되지...”, ‘이 반장’의 말을 받자마자 나는 큰 소리로 그쪽을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여기 좀 보세요! 두 분 바쁘지 않으시면 잠깐 이 쪽으로 건너 오시지요!? 오셔서 커피 한 잔 하십시오!”내 목소리가 워낙 커서인지 알아듣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네~에!”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그리고 차안에서 뭔가를 찾아내고 이쪽으로 온다. 물론 그 사이 나는‘이 PD’와이프에게“아주머니! 커피 두 잔만 더 서비스 부탁드립니다.”
건너온 부부와 수인사를 나누며 일일이 소개를 해 주었다. “이 분은 우리 마을 ‘이장님’, 이 분은 터줏대감‘이 반장님’....저는 저기 보이는 저 집 주인...”, 그는 금년 말 퇴직을 앞둔 某공기업의 간부였다. 퇴직 후 전원생활을 하려고 전국을 섭렵하다시피 했지만 찾지 못하고 우연히 천등산 박달재를 넘다가 측량을 하고 있는 그 땅을 발견했다는, 그러니까 이곳과는 전혀 연고가 없는 부부였다.
“잘 오셨습니다. 우리 이 마을에서 싸우지 말고 오순도순 좋은 이웃으로 함께 살아보십시다.”, ‘이장’이나‘이 반장’이 할 얘기를 오지랖 넓게 내가 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 나는 속으로 그 말을 하려고 작심하고 부부를 불렀던 것이니 스스로 시건방지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얘기하면 나니까 그랬지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소 닭 보듯 아니면 닭 소 보듯 하며 데면데면 했을 것이다. 부부의 반색 그리고 고마움이 역력했고 덤으로 좀 전 차에서 가져온‘朴카스’한 병씩이 주위 사람들에게 나뉘어 졌다.
내가 처음 이곳에 자리 잡을 때의 아쉬움이라면 바로 이런 점이었다. 누군가가(하긴 내게 땅을 판 전 주인‘김씨’마저도 잔금을 받은 후 소 닭 보듯 했으니까)동네의 인심이나 또는 정황(상세한 것은 아니더라도...)을 얘기해 주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바람이고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