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병시절 좀은 성질 더러운 선임이 있었다. 구타를 하거나 얼차려는 시키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괴롭혔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지적해 주지도 않으며 윽박지르고 잔소리를 하며 괴롭혔다. 어느 날인가는 모멸감에 분노를 일으킬 정도의 지시를 하는 것이었다. 그가 돌아서자 무심결에‘이런! C8!’이라는 육두가 제절로 튀어 나왔다. 나름 내 혼자만의 불만을 표출한 것을 그가 들었다. ‘뭐? C8? 이 새끼가..?’ 그리고 주먹이고 워커 구둣발이고 사정없이 날아오며 거의 곤죽이 될 만큼 팬다. 양쪽 정강이는 말할 것도 없고 입안이 다 터지고 눈 탱이는 밤 탱이....완치까지 두어 주 걸렸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속이 시원한 거다. 그동안 그에게 가졌던 불만이나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와는 그 일이 있은 후 살갑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잔소리도 덜 하고 나 역시 그에 대한 불만도 가지지 않고 군대생활을 했다. 5-6년 후 어느 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직장동료들과 북창동 골목을 배회 하다가 그를 조우했는데 세상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고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와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워낙 꽃을 좋아한다고 소문이 나서 조블의 벗님이신'운정'님께서 몇 뿌리 보내주신, 무슨? 달맞이 꽃이 이렇게 많이 뿌리를 내렸다.

역시'운정'님께서 보내주신 들꽃 종류(이름 따윈 몰라도 된다)


네델란드산 나리꽃 종류 뿌리당 3000원 씩 스무뿌리를 사서 키우고 있다. 네 종류인데 우선 두 종류만 피었다.
산골일기를 쓰며 가끔‘이젠 농사도 과학이다’라는 표현을 하지만, 워낙 배운 거 없고 특히 인문학적 소양은 조금 있지만 수학과 과학은 생각만 해도 골 때리던 나였으니 과학적인 농사는 첨부터 포기를 했다. 말인 즉 머리를 써야하는 과학은 포기하고 대신 몸으로 때우는 농법을 택한 것이다. 솔직히 육체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머리~ 어깨~ 무릎~ 팔~ 다리~’뭐 어쩌고 하는 동요가 있지만, 진즉 밝혔지만 사용 않은 머리를 제외한 신체부위가 쑤시고 결리고 더하여 허리까지‘에구구!’신음이 절로 난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온몸으로 그렇게 통증이 와도 샤워 하고 맥주 한 캔 마시고 나면 금방 모든 통증이 사라지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것이다.




이것 모두'운정'님께서 보내주신 야생화들이다. 언제고 운정님께 감사함을 전해야 겠다.
전쟁 포로들이 고문을 어떻게 받을까? 영화에서 보면 육체가 잘리고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견디는 모습에‘아무리 영화지만 저건 거짓말이다’라고 단언을 내리곤 했는데 근간에 이르러 영화만큼의 육체의 고통은 아니겠지만, 참으로 시건방진 얘기지만‘악독한 고문도 견딜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지독한 마조히스트?



씨앗을 받아 뿌린 금계관도 수십 만 원을 들여 심은 넝쿨장미도 한창이다.


꽃 뿐만이 아니다. 자두도 실하게 익어가고 보리수 열매도 익어가고 있다.
농번기가 시작되고 머리 없는 육체로 농사를 시작한 초보 농사꾼의 하루는 고통으로 시작해서 고통으로 끝나지만, 그래도 부지깽이나 고양이 손을 빌릴 만큼 매일이 바빴다. 내가 뿌린 씨앗이, 모종이 고물고물 옅은 연두색의 고개를 내밀고 드디어 짙은 심록(深綠)으로 변할 때의 쾌감은, 아직 당해 보지 않았지만 피가학적 변태라고 하는 마조히스트의 쾌감은 조족지혈일 것이다. 그런 쾌감 속에 세월을 잊다가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듯 6월도 하순이다.

비가 워낙 오지 않아 스프링쿨러를 설치 했다.






문전옥답엔 약 20종의 야채와 작물이 자란다. 비록 머리(두뇌) 없는 농사꾼의 작물이지만 제법 짙은 녹색을 자랑하며 자라고 있다. 이 재미에 농사를 짓는다.
우락부락 메주 모과 반반 섞은 형태의 나지만 꽃을 정말 좋아한다. 정신(머리)없이 농사일에 빠져 몰랐는데 주위를 살피니 6월에도 화사한 꽃들이 주위 흐드러지고 만개를 했다. 먹고사는 농사도 중요하지만, 뭣인가 모르는 불평불만 그리고 분노를 삭이는...정서함양에 보탬이 되는 꽃을 가꾸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 6월의 화신(花信)을 보낸다.


초순에 심은(파종) 참깨는 싹이 터지 않아 거의 망쳤다. 하여 들깨를 포트에 파종하여 모종을 만드는 중이다. 들깨 농사는 제대로 지어야 겠다.

재미 나는 것은, 국화를 꺽꽂이 해서 포트에 심으면 뿌리를 내리는 것을 알았다. 원래 집안에 가을이면 국화가 만발 했는데 2년 정도 가꾸지 않아 거의 전멸이다시피 했다. 새로운 방법을 알았으니 올 가을엔 국화천지로 만들어 볼 계획이다. 농삿 일에 꽃도 가꿔야 하고 정말 바쁘다 바빠! 그래도 신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