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정의하라면 여야정치라고 풀이하고 싶다. 상대방의 얘기에 조금만 귀 기우리고 경청을 하면 될 것을 부리지 말아야할 쓰 잘데 없는 자존심과 오기를 앞세우는 것이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시작해서 갈등하고 큰 싸움으로 번지고 그러다 심하면 갈라서기까지 하는 것이다.

작년에 크루즈 여행을 갈 거라고 콩 농사를 지었다가 망했고, 금년엔 고추 농사(1800포기)를 짓고 있다.
잘 되야 할 텐데...그래야 마누라 호강 좀 시켜주지?^^*

처음 심은 불루베리도 제법 열렸다. 첫 해 것은 몽땅 따 없애라지만....마음 약해서 못 하겠다.
일이 벌어지려고 그랬는지, 그날 아침이었다. 일터로 가기 전, 무슨 프로인지는 모르나 아내와 함께TV를 보는데, 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로 살아가던 노인이 뭔가를 장복하고 거뜬히 암을 이겨낸 사연을 방영하는 프로다. 그 아내 되는 분이 암담했던 당시를 상기하며, 남편을 살리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괜히 심약한 나까지 눈물을 보였던 것이다.


뒤곁의 작약과 이름 모를 야생화가 한창이다.
아무튼 아무리 못난 남편이라도 뙤약볕에서 일을 하다가 들어왔으면 수고 했다며 격려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자 힘자랑(?)해 놓고 마치‘당신 아니라도 내 혼자 얼마든지 할 수 있어...’하는 표정으로 덤비면(?) 존심 상한다. 또 그러다보니 자연 점심이 늦어진다. 배고파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저놈의 힘자랑 좀 그만하고 밥이나 주었으면...하는 심정으로 바뀐다. 아직도 이리저리 돌려보고 쓸고 닦는 것을 좀 도와주었으면 좋았을 걸, 뙤약볕 아래 힘이 들었는지 꼼짝하기도 싫은데 시간은 흘러10여분 쯤 지나 짜증이 되고 다시 화가 치밀어 그예 폭발하고 만다.“아! 밥 안 줘!?”라고 짜증을 냈고, 돌아오는 대답이 고분고분했으면 좋으련만“일 하는 거 눈에 안 보여요!”라고 받아 친다. “이런! 염병할...그걸 뭣 하러 옮기고 야단이야!?”순간 나의 실수를 직감했다. 금쪽같으신 사모님께‘염병할...’이란 시정잡배도 잘 써먹지 않는 저질 단어를 내 뱉었으니...오! 마이 갓!


??? 그리고 불두화도 한창이다.
내가 가끔 하느님과 부처님 그리고 황천후토의 모든 잡신들에게 한 번도 통한 적이 없지만 그래도 기도드릴 때가 가끔 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마누라 귀 좀 어둡게 해 주소서!’라고 했지만, 기도의 힘이 부족했던지 염력이 닿지 않았는지“뭐야! 염병~?”이라며 되 내는 그 기세가 당장 요절이라도 낼 듯한 기세다. 옴마~! 기죽어!


우리 집 자랑거리는 다른 것 보다 꽃이 많다는 거다. 장미가 막 피기 시작한다. 울타리를 넝쿨장미로 장식했는데 조만간 그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아무소리 못하고 발딱 일어나 서재로 와 컴을 켜고 새로 올라온 뉴스나 아침에 올린 정치 썰에 대한 조회와 추천을 살피며 혹시라도 요절을 내겠다고 달려올까 노심초사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럴 때 배고픔도 그 무엇도 생각이 안 나고 불안하지만 한 편으론 어쩌다 내가 이런 신세(?)로 전락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내가 마누라에게 무슨 큰 죄를 졌기에... 내가 저한테 무슨 약점 잡힌 게 있다고...’막 억울한 생각과 함께 ‘내 이 여편네를 그냥~...’하다가도 사내대장부가 그래도 참아야지.....하는 심정으로 꾹꾹 눌러 담는다.


사방이 장미 넝쿨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 개화가 덜 됐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과 정적이 흘렀는지“식사해요~!”라는 아내의 부름이 있다. 조금 전의 상황은 마무리 지은 듯 아무소리 않고 식탁에 앉아 직접 기른 남새들로 차려진 식탁의 반찬을 하나둘 집어 먹는데 입맛이 아니다.


이 놈은 패랭인지 꽃잔디인지 잘 모르겠다. 이 놈들이 피고지고 이렇게 5월이 또 간다.
하늘을 두고 맹세컨대 아내의 솜씨에 대한 컴플레인이나 투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그것도 정말 차분한 어조로“요즘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자기 솜씨가 변 한 건지...”라고....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얘기하지만 좀 전의 사태로 뒤끝 남은 게 아니라 아무생각 없이 부드럽게 표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