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맨 꼭대기 하늘 아래 첫 집이었던‘기도원’이 팔렸다는 소문은 지난겨울 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젊은 부부가 샀다느니 기도원을 새롭게 하겠다는 某교회의 목사가 샀다느니 확실치 않은 소문이 잠시 분분하다가 마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 졌었는데 지난 달 중순에 그 쪽 방향에서 알 수 없는 차량들이 한동안 빈번히 오가기에 알아보았더니 50대의 남자가 이사를 왔다는 것이다.

드디어 산골 마을에 봄이 화사하다.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 보아도 흐드러진 봄이 왔다.
조만간 막걸리라도 두어 통 사가지고 올라가 통성명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시절이 농번기고, 참 아닌 게 아니라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고, 더 바쁜 이들은 오줌 누고 거시기 볼 시간도 없는 계절이 아니던가. 하여 우선 급한 일만 끝내고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우연한 일로 그 집안의 일이 입에 오르내리다 이사 온 지 한 달 좌우 되는 사이 그 집을 팔려고 부동산에 내 놓았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변고고 허무맹랑한 시츄에이션?



우리 집 뜨락에도 당연히....
내가 이곳으로 이주한 다음 해 이든가? 원래 전전 주인이 밭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심근경색인지 뇌출혈인지로 불귀의 객이 되었었다. 청상은 아니지만 과부가 된 그 집부인 집을 팔려고 애를 썼으나 워낙 땅덩이가 커 매매가 잘 되지 않는 관계로 집과 기백평의 땅만 일단 팔았던 게 기도원이 되었던 것이고 그 기도원이 별로 부흥을 하지 못하고 지금의 50대 주인에게 다시 팔렸던 것이다.



각 종의 영산홍이 최 절정이다.
원래 그 집터가 기운이 세서 사람이 여럿 죽어 나갔다고 마을 사람들이 입방아를 찟고 있었다. 전전전 주인도 전전 주인도 기도원을 하는 과정에도 하난가 둘인가가 죽어났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이주를 한 50대 주인이 나중에 그런 소문을 듣고 더럭 겁이 났는지 한 달 만에 다시 매물로 내 놓았다는 소문이다.



윗마을 한 권사 댁에서 얻어온 이름 모를 꽃에서 향내 짙은 라일락 그리고 또 이름 모를 꽃도....
그런데 그런 괴이한 헛소문에 기겁한 그 50대는 간을 거의 잘라내는 큰 수술을 하고 치유를 하기 위해 이곳으로 정착을 했는데 가족이나 아내를 대동한 것이 아니라 홀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어디선가 차량정비업 겸 세차장을 두 군데 하는데 아내가 관리를 할 만큼 여유는 있다고 한다.

날씨가 더워지며 콩이와 방울이가 혓바닥을 빼 무는 모습이 안스러워 차양막도 해 줬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그가 앞으로 이사를 갈지 안 갈지는 둘째 치고 우리 마을이 이즈음 치유 마을이 되가는 느낌이다. 아니 느낌 뿐 아니라 확실히 그렇다. 손을 꼽아 헤어 본 즉, 기도원에서 3-400m내려오면 지난 날 누에를 길렀다는 잠사를 월전에 열심히 수리 하고 면소재지에서 슈퍼를 하는 이의 누나가 유방암이 재발하여 그곳으로 이주한 것은 50대가 이사를 왔다는 그 즈음이고,,,,


다시 200m쯤 내려오면 지난 가을부터 병명을 알 수 없는 60대 한 사람이 그의 지인 빈 집에서 정양을 하고 있고....


요즘 우리 집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하다.
지난 달 11일 토요일 옆집의 정 차장(퇴직을 앞 둔某공기업)은 이사 온지 1년 만에 집들이를 한다고 인근의 이웃 대여섯 가구를 불렀었다. 그날 술이 두어 순배 돌자 고백 비슷한 걸 한다.“사실 제가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따금 여러 선배님들의 초청에 응하지 못했습니다.(사실 여러 차례 함께 어울리기를 원 했으나 그리 하지 않았던 관계로 왕따를 시키고 있었던 중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러게 진작 그런 얘기를 했다면 오해는 받지 않았을 텐데...


해당화도....
그리고 조금 아래로 내려가서 처형과 담을 경계하는 아토피(이 친구도 마을과는 소통을 않고 있다. 그래서 그냥‘아토피’라고 부른다.)는 온 몸이 만신창이처럼 아토피가 극심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바깥나들이를 자주 하는 게 목격 되고....


개울 건너에서 바라 본 정경. 좀 의아한 것은 마을 양반들이 꽃을 안 기른다. 이제 다음 달이면 울타리에
재작년 거금을 들여 심어 놓은 장미가 화사할 것이다.
마을입구는 삼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입구에 요즘 집 한 채를 짓고 있다. 아랫마을에서 양봉을 하는 최씨의 집이다. 최씨가 이곳에 새 집을 짓는 이유는 그동안 살아왔던 집 주인 오씨가 방을 빼라고 했기 때문이란다. 집 주인 오씨의 처남 되는 이가 무슨 암인지 말기인데 수술을 받고 조만간 내려 올 것이라는 소문이다.

어제는 고추 30판(1판 x 36)을 마누라와 둘이서 심었다.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행복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으로 내려와 노년을 함께 하자며 그렇게 설득했으나 태산처럼 꿈적 않던 우리 큰누나와 매형이 드디어 이달 22일 비어 있는 아래채로 이사를 오기로 되어 있다. 누나도 지금 위암 투병 중이다. 조금 곁가지로 나를 끼워 넣는다면 위암 수술을 받고 5년 차에 이곳으로 내려와 다시 5년이 훌쩍 지나 건강을 회복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산자수명 청풍명월 천등산 박달재 아랫마을인 우리 마을은 치유마을(힐링 캠프 촌)' 이라고 해도 그리 과한 것은 아니다.
덧붙임,
기도원의 50대는 이장에게 나이 불문하고 혼자 사는 남자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 했는데 그리 쉽게 집이 매매 되지 않을 것을 안 그는 요즘 노모를 모셔와 함께 산다는 풍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