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 봐라! 눈물의 상봉. 숙영이도 울고, 네 누나도 울고, 너희 엄마도 울고, 이 아비도 눈시울을 붉힌 눈물의 상봉 말이다. 그리고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는 거다.
사실‘마누라가 뿔났다’라는 썰을 풀어 놓고 얼마나 후회 했는지 모른단다. 혹시라도 그 썰을 너희 엄마나 너희가 보았을 때 또 새로운 오해의 소지가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복에 겨운 소리가 될는지는 모르겠다만, 혹시라도 그것 때문에 우리 집안에는 일부러라도 한 조각 찾아내고 싶은 고부간의 갈등 같은 게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두려움이 앞섰단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이 아비의 기우였다는 사실에 지금 아비는 행복한 것이다.
부모 자식 간에 못 할 말이 어디 있느냐고들 하지만, 그래도 면전에 할 수 있는 얘기가 있을 것이고 에둘러 하는 얘기도 있을 것이다. 이번 일만 하더라도 그렇다. 나는 너희가 부부의 연을 맺고 난 이후 너희 엄마가 화를 내는 것도 처음이지만 그렇게 또 대폭발하는 것도 이전에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단다. 너희 귀국을 벼르는 모습에서 나는 이미 너희 엄마의 의중을 읽고 있었단다. 너희 엄마 화를 불같이 내긴 했지만 그것을 너희에게 직접 낼 수 없는 엄마라는 걸 내가 잘 안다.
그렇지만 생각을 해 봐라! 그 불같았든 화를 밖으로 표출 시키지 못하면 결국 그것이 앙금이 되어 가슴 어딘가에 침전물로 남고 그거야말로 고부갈등의 단초가 된다면 우리집안의 평화와 행복 나아가 우리의 자랑인 화기애애는 끝장나고 마는 것 아니겠나 이 말이다. 솔직히 얘기한다면‘마누라가 뿔났다’를 엄마를 포함하여 너희 모두가 읽기를 은근히 바랬고, 또한 등장인물 각자의 역할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거란다.
병실에 들어서며 본 숙영이 모습이 신문이나TV뉴스에 난 것 보다는 더 심각한 사태였다는 것을 직감했을 때 엄마의 표정과 눈물에서 나는 안도 했단다. 불같은 화를 냈지만 여전히 너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 말이다. 이런 저런 일들을 모아보면 너희 엄마 정말 대단한 사람 아니니? 아이고! 이거 내가 주책없이 내 마누라 자랑을 너무 한 것 같구나.-.-;;;
숙영아! 정말 쪼끔 아주 쪼끔 아쉬운 거는.....말이다. 네 큰 시누이(큰언니, 물론 작은 언니도 끼어서...)말이다. 내 딸들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그 아이들 어디다 말 옮기고 뒤에서 올케 험담이나 하는, 그야말로‘말리는 시누이’들이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지? ‘꾀죄죄, 거지꼴’너희 엄마에게 전달한 것은‘예솔’이에게 신경을 더 쓰라는 부탁이었다는 거 너도 잘 알지? 나 어제 네 큰 언니에게 된통 야단맞았단다. 왜 그런 글을 쓰서 너의 마음을 아프게 했냐는...그리고 마치 일러바친 게 되지 않느냐는 등...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라.
숙영아! 너는 소중하고 사랑스런 내 며느리며, 한 솥밥을 먹는 내 식구이고 또한 오가 집안의 귀신이 될 것인즉 시아비로서 삶의 지혜 한 가지만 들려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너희 엄마에게“어머니! 예솔이 꾀죄죄하고 거지꼴 같다는 얘기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라고 문자 하나 넣어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만.....강요는 절대 아니다.^^* 너무 장황 했지? 아무튼 빨리빨리 그곳에서 나오기 바란다. 솔직히 얘기하면 너희 때문에 우리도 생활리듬 신체리듬이 모두 깨져 있다는 거 알지? 완쾌를 백날 빌면 뭐 하겠니. 니 스스로 알아서 빨리 완쾌 해야지...
아들아! 이렇게 불러 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아마도 네가 군대 갔을 때 한 번 쯤 불러 봤던 거 같기도 하고... 기적이다. 정말 기적이다. 불행 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그친 게 기적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기적이고 새 대통령의 홍복이다. 이번 사고를 천재지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라가 망하려면 대형사건사고가 먼저 터지는데 그 정도로 그쳤으니 나라도 또 아시아나 그룹도 기적이다. 너와 숙영이가 살아난 것도, 사고 당일 숙영이 옆에 네가 있었던 것도, 예솔이가 동행하지 않았던 것도 모두가 기적의 산물인 것이다.
아들아! 기적에는 조건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기적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너희 보다 더 다친 사람 심지어 불귀의 객이 된 중국소녀들에 비하면 너희의 기적은, 그것만으로도 오롯이 감사할 만한 기적인 것이다. 나는 너희가 살아서 돌아 온 그 기적만으로도 감사한단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사고기탑승자모임이라는 뉘앙스마저 애매모호한 단체를 만드는 모양이더라. 벌써 변호사를 사고 한 푼이라도 보상을 더 받아내겠다는 양심불량자도 있는 모양이더라. 살아 돌아 온 기적을 배신하고 폄하하는 저질 인간들이 있는 모양이다.
아들아! 언젠가 대한항공에서 끔찍한 사고가 났을 때 그 보상금을 모두 사회에 쾌척한 분도 계시고 천안함 사태 때 자식의 죽음으로 받은 보상금을 다시 국가로 되돌려 준 부모도 계신단다. 내가 너희에게 그렇게 강요는 못하겠지만, 다만 너희는 절대 양심불량자나 저질스런 인간들과 소통은 말아야 할 것이다. 너희 귀국 하던 날 회사차원에서의 의전(?)이나 예우는 그만 하면 됐다. 너희에게 늘 얘기 했지만, 조금 모자란 듯 밑지는 듯 살기 바란다. 부족한 만큼 언젠가 꼭 채워지는 것이 이 아비의 경험이다. 우리가 이만큼의 행복을 누리는 것도 그런 겸허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 아비는 굳게 믿고 있다. 나는 너를 믿는다마는 이번 일로 어떤 유혹이나 압력에 굳건하기를 바란다. 아비의 작은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