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라면 지금 이 시각 ‘코요커 주은택 형님’과 뉴욕을 출발하여 토론토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주은택 형님과는 토론토에서 형님의 셋째 누님을 배알한 연후‘나이아가라 폭포’를 관광한 뒤 , 형님은 뉴욕으로 나는 몬트리얼로 각자...그런 계획까지 다 세웠는데....)
그런데 티켓팅이 됐다고 하자 시큰둥하던 아내가 이내 한 마디 던져 온다.“참, 답답도하십니다. 이제 장마가 다가온다는데 감자도 캐야하고, 하우스의 고추에 물은 누가 주고, 강아지들 사료는? 똥은?, 아무튼 잔뜩 벌려 놓은 농사일은 누가 하라고 비행기 티켓이 그렇게 중요해요?”, “아~! 그거야 내가 만식이 형님(이 반장)한테 미리 단도리를 부탁해 놓았지. 보름이고 20일 이고 다녀와서 한4-50만원 주겠다고...”,“그래도 그렇지...난 아무래도...은비 할아버지! 우리 7월 또는 8월에나 갑시다. 예!?”, "......"
티킷팅을 하고난 뒤 아내와 주고받은 대화다. 사실이 그랬다. ‘이 반장’을 해고(?)하고 난 뒤 그래도 인간적으로 너무했지 싶고 또 그래도 좋은 이웃으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 사건(?)이 터진 며칠 후 캐나다로 떠나기 위해 그를 찾았고“형님! 개밥은 어쩌고 개똥은 저쩌고 하우스 고추에 물 공급은 2-3일에 한 번씩 주고 저 위의 축사 앞 고구마와 옥수수 밭은 4-5일에 한 번 들려나주우. 그러면 다녀와서 40만원의 수고비를 드리겠소.”라고 이미 약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아내는 농사일과 강아지를 빌미하여 다음으로 미루자는 거다. 아니 처음부터 아내는 그길 꼭 가야겠느냐고 은근짜로 난색을 표시 했던 터다. 9월 중순이면 일단 돌아올 아이들인데..라며.
내 스스로를 돌아보면 일밖에 모르는 참 답답한 존재였던 것 같다. 눈발이 분분히 내리는 초겨울 어느 날(11월21일)아내와 결혼식은 이루어졌다. 가난한 우리는 신혼여행을 갈 수 없었다. ‘돈화문’맞은 편에 있는‘신혼예식장’에서 혼인식을 마치고 누구의 에스코트도 없이 걸어서 창경원으로 갔고 그곳 동물원‘버팔로 축사’앞에서“영숙아~! 내가 이담에 비행기 실컷 태워 줄게~”라는 당시로는 좀은 허황된 맹세를 했던 것이고, 굳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친 것도 아닌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나의 직업이 지구촌 이곳저곳을 드나드는 보따리장사로 변해 있었고, 그 덕분에 진짜 아내도 20여개의 다른 나라를 함께 했던 것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중국 칭따오는 동양의 3대 미항으로 유명하다. 그런 도시에서 10여 년을 상주하며 그 아름답다는 해변을 딱 한 번 가보았다. 그것도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고 해외 바이어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동반해서. 그것에 대한 아내의 불만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 좋은 델 한 번도 안 데려 갔다는 불만. 하긴 지구촌을 아내와 함께 그렇게 들 쑤시고 다녔어도 늘 일 때문에 관광을 해 본 기억이 없다. 그냥 비행기 타고 호텔에서 묵고 그리고 귀국 길에 오르고. 아내에게 단지 비행기 실컷 태워준 약속만은 충실히 지켰던 기억뿐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젊은 시절 어떤 목적지를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들어서면 휴게소라는 걸 모른다. 쉬지 않고 목적지를 가야만 했다. 어쩌다 화장실을 가야하면 그것 때문에 휴게소를 들릴지언정 휴게소는 내 안중에 없었다. 아내는 늘 그게 불만이었다. 휴게소에 들려 오뎅 국물이나 김밥 그리고 우동도 한 그릇 먹으며 쉬어가면 좋겠는데 그 간단(?)한 소망을 이루어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 탓인지 지금도 아내는 나와함께 어디를 간다고 하면 국이나 물을 먹지 않는다. 지난 날 고속도로를 달릴 때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면“무슨 여자가 요도가 그리 짧으냐? 물이나 국을 많이 먹더라니?”등등 핍박과 짜증을 냈던 결과다. 지금 이 시각에도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아내에게 참 못할 짓 많이 한 것 같다. 아무튼 그랬던 아내가 뉴욕행 아니 쌍둥이 보러 캐나다를 가잔데도 반응이 시큰둥한 것은 지난날 내가 아내에게 못할 짓 한 것에 대한 분풀이거나 복수가 틀림없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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