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번‘산골일기: 고생한 당신 떠나라?’를 쓰는 것은 순전히 이웃마을에 사는 ‘기사장’의 미국여행 소식에 있다. 어쩌면 늘 빈둥거리며 세상을 한가롭게 살아가는 그에 대한 질투인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조건의 삶을 살며 언놈은 남기는커녕 적자를 면치 못하는 농사를 뼈 빠지게 짓고 언놈은 뒷짐 지고 한량하게 왔다 갔다 하다가 그것도 지겨우면 마누라 손잡고 이역으로 나들이나 다니는‘기사장’의 기행에 부럽기도 또는 배가 아프기도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제는 일부러‘기사장’소식을 탐문해 보았더니 아직 귀국을 안 했단다. 참, 팔자 좋은 늠.....

이즈음 천등산 자락은 장미의 계절이다. 온통 장미천지다.
“아버지! 뉴욕 행 티켓 6월15일자로 끊었어요!”, “음~! 고레! 잘 했다.”그리고 저만치에서 마당의 풀을 뽑고 있는 아내에게 보고를 했다.“진이 엄마~! 6월15일자로 티켓팅 했데...”, “알았어요.~!”그리 달갑지 않은, 외마디처럼 짧은 아내의 대답이다.

금년 보단 내념에 더 기대 해도 좋을 넝쿨장미들.
미리 밝혔지만 쌍둥이가 캐나다로 떠나고 두어 주 지나자 눈앞에 아른거리고 보고 싶어 미치겠다. 그 사이 한 번 화상통화를 했지만 고것들은 울렁증(?)걸린 핸폰의 화면을 통해 이 할애비보다 더 간절한 목소리로 발음도 시원찮은“하부지!”를 외치며 서로 통화하겠다며 싸우기까지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어찌 한가롭게 이곳을 지키고 있을까. 가야해! 가야해! 쌍둥이 보러... 그래서 아들놈에게 뉴욕 행 티켓을 명했고 그렇게 티켓은 발급이 되었는데....

색깔도 다양한 장미들이 집안에 그득하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100%공짜는 아니지만(공항과 유류 세금)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가 있다. 내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며늘아이가 某항공사 승무원인 관계로 그 아이가 다니는 항공사의 비행기가 가는 곳이라면 년/15회까지 어느 곳이든 거의 공짜로 갈 수가 있다. 또 그게 아니더라도 그동안 해외를 돌아다닌 마일리지가 북미(미국, 캐나다)쪽을 두세 번은 넉넉하게 다녀 올 수 있을 만큼 쌓여 있다.

장미가 아무리 예뻐도 우리 쌍둥이만 할까?
가끔 가는 중국출장 길에 아내와 다투는 경우가 있다. 공짜 티켓을 하자는 아내와 쪽 팔리게 무슨 공짜 비행기냐는 나와. 공짜 비행의 단점은 승객이 넘쳐나면 대기를 해야 하는 약점이 있고, 나는 그 웨이팅 명단을 걸고 우두커니 있는 상태가 싫은 것이다. 어쩌다 진짜 승객이 넘치면 다시 호텔로 돌아가야 하는(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그런 것들이 싫은 것이다.

패랭이와 달맞이는 또 어떻고...
그런데 워낙 장거리인 뉴욕 행(사실 굳이 뉴욕을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그곳에서2-3일 묵으며 ‘뉴요커 주은택’형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은 표 값이 만만치가 않다.(요즘 같은 성수기엔 1인당 300만 원이 넘는다.)그래서 염치와 체면불고하고 공짜 비행기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고, 아들놈이 수소문 한 결과 마침 표가 있다며 발권을 했는데 날짜가 다가오자 아내가 자꾸 난색을 들어내며 시큰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다 내 탓이다. 누굴 원망 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