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뻥팔이’에게 지불한 금액은 정확히57만원(여기엔 비닐재료값 7만원이 포함 되었다)이었다. 아니 그가 그렇게 요구를 했다. 그러나 57만 원만 주기에는 약간 미안한 감이 들어 8만원을 더 얹어 65만 원을 지불해 주었다. 간단한 계산으로 '이 반장'을 시켰으면 계상해 놓은 150만 원도 모자랄 지경이었으나 그 정도의 금액으로 충분했으니 8만원 더 얹어 주는 것은 나중을 위해서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 반장’의 방을 나온 나는 즉시 서울 본가에 가 있는‘이PD'에게 이곳에 일어났던 대충의 사연을 전하고 '뻥팔이’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런데 문제는 앞집‘이 반장’아저씨와 내 관계를 잘 아는‘뻥팔이’는 나를 소개 시켜 달라고 했다는 얘기와는 달리 ‘이 반장’아저씨 눈치 때문에 그리 할 수 없다며 극구 사양 하는 것이었다. 30여 분을 설득한 뒤에야 간신히 그의 확답을 듣고 다음날 아침부터 친구 한 명과 함께 남은 거름 뿌리기, 트랙터로 로터리 치기, 밭고랑 만들기, 그리고 비닐 뒤집어씌우기까지를 그야말로 일사분란하게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시각에 마치는 것이었다. 특히 거름은 트랙터의 대형 삽으로 푹 떠서 덜컹덜컹 흔들어가며 고루고루 뿌리는데 불과 한 시간여 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 반장’의 얍삽한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돼지 똥 다섯 차(8톤 터럭)면 트랙터로 했을 때 두어 시간이면 족할 것을 팔순 노인을 앞세워 무리하게 인건비를 뜯어 먹으려다가 노인네만 잡을 위기까지 갔고, 돈은 돈대로 물 새듯 하게 한 짓이야 말로‘이 반장’이 지탄 받고 해고 되어야할 마땅한 구실인 것이다. 이웃사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짓을‘이 반장’은 행하고 만 것이다.
순식간, 그야말로 순식간에'뻥팔이'는 거름뿌리기, 밭갈이, 고랑과 비닐 씌우기를 해 치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안 사실은 나로 하여 더욱 기가 막히게 했다. 그날 누구도 시키지 않았던 평탄작업(로터리 치기)의 트랙터는 이웃마을에 사는‘이 반장’의 매제라는 것과 그 밭을 먼저 갈아엎고 간 이유는 정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 할 정도로 아연한 것이었다. 혹시 이 졸썰의‘산골일기’를 처음부터 읽어 주신 벗님이 계신다면 3년 전 첫 고구마를 심으며 고구마 싹 한 단에 1만3천씩 그리고 인건비를 포함한 영농자금이 200만원을 훌쩍 넘겼다는 썰을 보신 분이 계실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도 고구마 싹이 가장 비싼 계절인 5월 초에 한 단에 1만2천 원씩 50여 단을 심었던 일도 아실 것이다. 왜 하필이면 고구마 싹이 한참 비쌀 때 빨리 심어야 한다며‘이 반장’팀은 나로 하여 조바심을 나게 유도 했을까. 그 모든 게‘이 반장’의 농간으로 들어난 것이다. 고구마 싹을‘지씨 형님’네의 비닐하우스에서 기른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시장 시세에 맞추어 내게 공급한 것이다.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될, 그것을 가장 비 쌀 때 내게 공급하기 위해 고구마를 심겠다고 한 장소만 먼저 로터리를 치고 거름을 뿌리고 간 것이다. 그리곤 고구마를 빨리 심지 않으면 헛농사 짓는 다며 내게 호도한 것이다. ‘이 반장’이 그런 농간을 부리고 간 그날의 고구마 싹 시세는 한 단에 9천원이었다. 그리고 200단을 심던 날은 제천 중앙시장 단골종묘 집에서 4천원에 공급을 받았던 것이다.
'이PD'는 내 전화를 받은 다음날 내려와 자신의 일처럼'뻥팔이' 작업과정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수상한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겠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이 반장’에게 마늘을 좀 요구했던 적이 있었다. 열 접이든가? 아마 그랬을 것이다.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한 접에 5만원을 주고 샀었다. 그게 밭 마늘이라며. 그런데 며칠 뒤 농협공판장에 갔더니 이웃도시인 ‘단양(단양마늘을 꽤 알아주는 모양이다)밭 마늘 대 방출“이라는 광고 현수막이 붙어있고 가격은 3만 2천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씨 형님‘네에서 산 것보다 훨씬 알이 굵고 깨끗했다.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었으나 함구를 하고 말았다. 문제는 어쩌다 먹으려고 마늘을 심던’지씨 형님과 이 반장‘이 다음해엔 대대적으로 마늘농사를 짓는 걸 보았다. 그리고 마늘수확 계절이 되자”마늘 필요 하지 않느냐?“는 문의가 들어 왔다. 사기(?)를 두 번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혀 필요치 않고 이미 단양시장에서 샀다며 보이콧을 한 적도 있었다.
이 마을은 '두릅' 뿐 아니라 '엄나무, 오가피 순이 마구 자라도 아무도 꺾지 않는다. 워낙 여유로워 그럴 것이다.
어쨌든 거절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이 반장’과의 거래는 이제 끝이 났다. 꼭 금전적 문제만은 아니다. 좋은 이웃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음에도 그 놈의 돈 몇 푼에 눈이 먼 사람이 어디‘이 반장’뿐이겠는가? 돈이라는 게 그렇다. 나는 가끔 이 얘기를 써 먹기를 좋아 한다. “돈도 눈, 코, 귀, 입 즉 이목구비를 갖추었다, 그런 돈이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가야지 사람이 돈을 따라다니며 사정을 하니 치사한 꼴만 본다.”라고. 아주 진부한 얘기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두고 조바심이 나서 거위의 배를 갈라보니 보통 거위였다는 그리고 그 후로는 황금알을 구경도 못했다는 어리석은 사람의 얘기. 이번 산골일기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것이다. 졸 썰을 끝까지 읽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장황했던 이번 졸 썰을 마친다.
'이 반장'과의 영농준비 씨름으로 숨이 찼지만 그래도 꽃은 피고 지고 봄날은 간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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