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삼겹살 2K, 목살 1K, 냉동 오징어 2마리 포장된 것 3팩, 막걸리 5병을 면소재지의 농협마트에서 사왔다. 그리고 문 선생에게로 달려갔다. “문 샘! 이리 와봐!”주말에 내려와 하룻저녁(잘 때도 있고 당일치기도 하는...)만 보내고 올라가는 문 선생은 농장 일을 하다가 이쪽으로 온다. “형님! 무슨 일입니까?”폐일언하고, 나는 사온 물건을 전해주며“이거 저녁에 먹자고, 계수씨더러 오징어찌개 맛있게 끓여 보시라고 해!, 그런데 나하고 약속해! 이거 자네가 내는 거야. 이 사실은 절대 나와 자네밖에 모르는 거야. 알았지!? 꼭 그래야 돼!”몇 차례 다짐을 받고 무거운 박스를 건네주었다. 연이어“초청할 사람은 내가 할 테니 찌개나 잘 끓이라고...”
사실 문 선생은 내게 완두콩 안 들은 술 빵을 따로 만들어 줄만큼 살가운 사이지만, 그가 내 소유의 땅 수십 평을 점유하고 불루베리 나무를 키운다는 사실은 이미 밝혔다. 어쩌면 그에 대한 고마움 표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주말을 이용하여 이곳에 내려오면 가장먼저“형님 저희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면“어! 왔어!?, 오늘은 자고 가는 거야?”하는 게 공식적 인사다. 문 선생이 이곳에 터전(?)을 잡은 것은 10년도 넘었단다. 그런 관계로 마을 주민들과 모두 안면은 있고 만나면 목례로 인사정도는 하고 지내는 터였다.
그러나 옆에서 보아하니 서로 목례정도는 나누지만 데면데면한 사이로 보였기에 언제고 함께 목젖이라도 적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늘 오늘은 자고 가냐? 그냥 가냐? 를 물었던 것인데 마침 그날은 자기도 할뿐더러 내가 초청할 이웃도 집을 지키고 있었다. 이장님, 이PD, 최公, 만식이 형 등등....그렇게 영농을 끝낸 해거름 한 저녁 굽고 먹고 마시고...아주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그 다음 주의 문 선생은 이PD네도 건너가고 최公과도 큰소리로 인사를 나누는 등 조용히 제 할 일만 하던 때와 사뭇 다르게 행동을 한다. 10년을 넘게 목례정도나 하고 데면데면 했던 사이가 하루저녁 막걸리 몇 잔으로 살가운 이웃으로 변한 것이다. 솔직히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일 것이다.
약 20일 전 찌는 여름이 약간 식은 어느 날 아래 윗마을 어르신들을 30여명을 초청하여 삼계탕을 대접해 드렸다. 내가 아내에게 늘 얻어터지고 지청구를 받으면서도 아내에게 꼼짝 못하는 것은 나의 이런 오지랖을 반대 않고 묵묵히 따라 주는 것이다. 말이 삼계탕 30여 그릇이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끓여내는 과정과 밑반찬 어울리는 술, 술, 술....그리고 가장 어려운 설거지....이거 정말 쉬운 일 아니다. 이런 과정을 아내는 연례행사로 최소 두 번은 내 부탁을 들어준다.(물론 이 행사(?)는 부녀회와는 전혀 무관한...)
무슨 생색을 내고자 함이 아니다. 마냥 내가 정착한 이 마을이 좋고 기왕 여생을 이곳에서 마치기로 작정했다면 우리 부부는 이들과 사는 날까지 정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엊그제‘주는 대로 먹지 않고,,,, ’라는 제하의 산골일기를 올렸다. 내용인즉 젓갈을 먹지 않거나 까다로운 나의 식성 때문에 마을 주민들께서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해 주신다거나 혹시 먹을거리라도 생기면 내 입맛에 맞는 것들을 보내 주신다는 내용이다. 여러분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다. 댓글을 다신 분 중에 딱 한 분 내의도와 진의를 알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그 분 댓글의 내용이“이리까탈스러워도 온동네에서 사랑을받으시는 ㅎㅎㅎㅎㅎㅎㅎ 오병규님 존경합니다 저는 남을사랑하는방법을몰라서 아직도 고전하는데..”
참으로 진부한 속담이지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고,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도 있지 않을까? 솔직히 어떤 놈이 젓갈 안 처먹는다고 젓갈 빼고 겉절이를 만들고, 완두콩 안 처먹는다고 완두콩 뺀 빵을 다시 찌고, 백김치를 만들고, 매운 거 안 처먹는다고 고춧가루 덜 든 음식을 내고...상대방 식성에 따라 음식을 만들겠는가? 무엇이 대단한 놈이라고...안 처먹으면 그만인 것이지.
내가 굳이‘산골일기’라며 이런데서 중언부언 하는 것은 웬만하면 도시에서 복닥거리지 말고 산골로 가라는 것이다. 또 기왕 산골로 갔으면 그곳 주민들과 화합하며 살아나가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과 그렇게 친 해지고 잘 살아가려면 나 자신이 그만큼 정성을 쏟으라는 것이다.
그것이 산골마을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것은 비굴함이나 굴종이 아닌 화합의 방법인 것이다. 솔직히 그 정도의 정성도 안 들였는데 당신 같으면 젓갈 안 들은 겉절이 백김치가 사과와 밤이 고구마와 감자가(사실 나도 이런 농사지음에도...)정성으로 되어 돌아오겠는가?
가끔은 귀농이나 귀촌을 했다가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는 떨방한 친구들이 있다. 가면 그냥이나 가지...‘촌놈들 등쌀에 못 살겠다, 촌놈들 텃세에 못 견디겠다.’ 꼭 해 주고 싶은 애기가 있다. 야! 이 늠들아! 그게 너만 똑똑하고 너만 잘나서 그런게여! 좀 모자란 척도 하고 함께 니 꺼라고 무조건 챙기기만 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할 꺼리를 찾아보면 안 되겠니? 요즘 촌놈들 니들이 생각하는 어리석은 촌놈들 아녀!
그리고 눈치가 있으면 절간에서 젓국 얻어 먹는다는 명언 대갈빡에 깊이 간직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