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한양에서 손녀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좀 웃기는 계절이다. 그토록 바랄 때는 비 한 방울 안 내리더니 오곡백과가 익을 즈음에야 쓸데없이 장맛비가 내린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 집은 50평짜리 비닐하우스가 두 동이나 되는 관계로 장맛비의 피해는 별로 없다. 여름 내내 비닐하우스의 작물들에게 조석으로 물을 준 결과 그나마 식구들이 먹을 만치의 수확은 거두고 있다.

금년도 사과수확 전량. 내일 모레가 어머니 기일이라 세 개 남기고 한양으로 가져 갔다. 내년엔 보다 잘 해 봐야 겠다.
지난 일요일 아침부터 아내는 서둔다. 하우스 안에 있는 작물을 좀 따오라는 등, “아이구! 참! 이런 걸 꼭 이 아침부터 해야 해?”썰을 하나라도 더 풀어야 하는데....불만 섞인 내 말투에 “그럼! 언제 해야 하는데?”좀은 앙칼진 반응이 나온다. 이럴 땐 두 말 없이 용수철 튀어 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자칫 한두 마디 버티다간 또 큰 소리 나온다.



수박과 옥수수는 적당히 나눌 수 있지만, 호박 두 개만 가져가면 3남매 싸움 붙이는 건 아닌지...?
며느리가 양보 했단다.
주섬주섬 장화를 신고 비닐하우스로 갔다. 솔직히 비를 핑계로 근 일주일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고! 세상에~ 풀은 풀대로 이런저런 작물은 작물대로 널려져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댈까? 정신이 하나 없다. 식전에 작업을 시작하여 시간 반 정도 수확한 작물들을 집안으로 옮겼다.



참외도 넉넉하고, 청고추, 오이, 파프리카, 피망도 넉넉히 나누어 줄 수 있다.
사실은 며칠 전부터 수확을 하여 택배로 보내자는 주장을 하였지만, 손녀들을 보고 싶다며 상경하는 날 수확하여 전해 주잔다. 불만이 좀 있지만 이치가 그렇다. 손녀들에게 보다 싱싱한 것을 먹이겠다는 할미의 정성에 차마 반대를 할 수가 없다.



방울토마토, 토마토는 게을러서 그냥 바닥에 떨어진다. 양배추도 수확을 안해 짓 무른다.
그런데 무엇보다 요즘은 자꾸 꾀가 나고 운전이 하기 싫다. 아내의 운전 실력은 겨우 면소재지나 다녀올 정도고 아직 고속도로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 뭐, 말로는 나랑 한 번 나가자고 하지만 솔직히 자꾸 망설여지고 속으로‘자기 혼자 다녀오면 안 되나?’그런 생각을 한다. 비겁한 건가? 잘 모르겠다.(이 부분에서 나도 할 말은 있다. 나는 아내를 태우고 운잔할 때 철저하게 아내를 뒷좌석에 모신다. 만약에....하나라도 살아야 한다는 갸륵한 내 진심을 아내도 안다.)그러나 어쨌든 요즘은 운전 자체가 싫다.



꽈리고추, 셀러리, 일반고추 지천이지만 별로 먹을 사람이 없으니....
비닐하우스와 집을 오르내리며 수확한 것들을 아내는 분주히 꾸린다. 그것에다 김치까지 대충 보아도 너무 많다. 이런저런 짐을 싣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지난 초여름 서울 집 마당에 있던 정자를 헐은 것이 생각났다. 헐면서 나온 부산물을 폐기물 처리를 하자니 기십만 원 돈이 들기에 그냥 마당에 쌓아 두라고 했다. 나무는 이곳으로 가져와 화목으로 때고 기왓장은 풀 많이 나는 곳이나 일부 장식용으로 쓰겠단 심산으로.


울안의 소나무 밑에 자라난 버섯이다. 식용인지? 아닌지?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신가 해서...
오랜만에(?), 근 보름 만에 보는 쌍둥이와 예솔이. 안타깝게 왕 손녀 은비는 장염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어 아쉬운 대로 전화 통화만 했다. 참, 이상도 하지? 전에는 한양을 가면 그래도 하룻밤이라도 유숙을 했는데, 이제 그 마저도 싫다. 잠은 고사하고 저녁이라도 잡수시고 가라는 숙영이(며느리)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쉬워하는 아내의 손을 끌다시피 하며 천등산 박달재로 내려 왔다. 아! 이 편안함. 이 행복감.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방귀도 마음대로... 화장실도 마음대로...냉장고도 마음대로...TV도 마음대로..)

오이도 수확을 하지 않아 노각화 되어 간다.

차량 안에도 김치통이랑 잔뜩 하고도 거반 적재함의 반을 차지하는 수확물을 바리바리 싣고 갔다.


지난 초여름 저 정자를 헐어 버렸다. 옛 주인이신 '막일꾼님께서는 저 정자 자리에 있던 두 그루의 큰 거목에 해먹을 걸고 즐기셨던 걸 벌목을 하고 정자를 세웠는데 10년 가까이 관리를 하지 않았더니 기둥이 썩는다. 혹시 재해발생 예방차원에서 허물었다. 나라에서도 이런 정신으로 재해예방을 좀 할 수 없나?

정자 허문 잔해를 그날 이곳으로 옮겼다. 금년 난방비 좀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