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이곳에는 쌀을 생산하던 경작지 즉 논이 밭으로 된 곳이 많다. 매년 추수기만 되면 쌀 수매가가 낮다고 불평이 많은 게 우리 농가의 현실이다. 산골로 내려오기 전까지는 농민들의 불평불만이 크게 피부에 와 닿지 않았지만 이제 매일을 그들과 함께하다보니 그들의 생활상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한 말로 뼈골이 마디마디 쑤시도록 쌀을 생산해 봤자 노동력에 비해 인건비도 산출 안 되는 수매가를 받는다면 얼마나 약 오르고 분통이 터지겠는가. 그래서 국가와 농정당국에서는 논을 없애고 쌀보다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밭작물을 유도하고 그럴 경우 꽤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논밭이었다.
그런 혜택(?)을 입고 고소득을 올리는지 어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산천이 변하고 환경이 바뀌는 것은 분명하다. 옛 사람들은 주위 환경이나 지난날 추억의 장소가 바뀐 것을 보고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되고 벽해가 상전 됐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어릴 적 살던 고향땅이 기억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다못해 지각변동이나 운동으로 모습이 변해도 변해 있을 것이고...

우리로 치면 면사무소 청사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열악한 농업시장개방 문제로 나라가 벌집 쑤셔 놓은 듯 소란한 모습을 보고 중국출장을 며칠 다녀왔다. 나 자신이 농업시장개방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출장지가 마침 오지 농촌지역이었다. 묵고 있는 호텔방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다가 문득 우리 농촌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해 보며 이 썰을 푸는 것이다.

정말 드물게도 녹지(논)가 보인다.
정말 민감한 부분이다. 우루과이라운드를 포함하여 근30년 가까이 농업시장문제로 국제간에 알력이 심했다. 생각대로 한다면 개방이고 뭐고 간에 농민 편에 서면 좋겠지만 우리의 공산품은 세계 구석구석까지 팔아 10대 무역국이라며, 그 알량한(?)농업시장을 꽉 닫아 둔다면 지구촌으로부터 도둑놈 심보라고 욕먹을 게 뻔 하고.... 묵고 있던 호텔의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공장과 아파트는 지어지고 있고....
내가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처음 이곳을 가려고 간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산 넘고 물 건너갔었는데, 다시 나오기도 뭣하여 이곳에 자리를 잡고 며칠 간 택시를 타고 다니며 일을 보기로 작정하고 유숙을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깡촌이었다. 호텔이랄 것도 없었다. 일대에선 가장 높은 3층의 초대소(여관)였고, 당시의 수준은 초대소의 덩치만 컸지 60년대 우리의 여인숙 수준이었다. 택시를 부르면 30분은 기다려야 하는 그런 오지였다.

농촌 오지가 잘 정비 되고 있지만,,, 반면 녹지가 거의 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게 중국의 현실이다. 이런 걸 부러워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3년 전에 비즈니스를 위한 목적지에 호텔방이 부족하여 다시 3-40분 거리의 이곳을 찾았던 것인데,,,,,그 때의 놀라움 당혹감..... 그것은 단순한 상전벽해나 벽해상전이 아닌 천지창조(天地創造)에 버금가는 아니 천지개벽(天地開闢)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도대체 구분은 고사하고 한 도시를 바짝 들어서 옮겨 놓은 듯 세상이 바뀐 것이다.


주거환경은 많이 개선 되었으나 중국인민의 민도는 솔직히 요원하다. 언제 보아도 무질서의 극치다. 대로상의 역주행은 애교다. 공공장소의 생활습관....이것이 중국의 딜래마다. 좀 안 된 얘기지만 수십년 어쩌면 한 세기가 지나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세상이 바뀐 만큼 사람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데 문제는 천지창조(天地創造)에 버금가는 천지개벽(天地開闢)이 좋은 것 만일까? 농지(녹지)를 저렇게 없애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우리는 논과 밭이 바뀔 뿐 없애지는 않는대....저들은 농지를 없애고 공장과 면사무소와 주택을 짓는다. 중국은 이미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양의 식량수입국임에도 농지를 저렇게 없애는 걸 보며, 도대체 이 나라가 ‘절대농지, 그린벨트’의 개념은 있는 나란지?
위의 사진을 찍으며‘남의 제상에 밤 놔라! 대추 놔라!’ 할 건 못되지만 이웃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긴 했다. 비록 당장은 우리의 농정(農政)이 농민들에게 크게 덕이 되거나 마음에 안 찰지 모르지만 세월이 좀 지나면 농민이 우대 받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단순히 하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 선인들의“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이라는 선견지명의 말씀이 이웃나라의 천지개벽에서 필이 팍 꽂힌다.